민주·공화 양당 모두 최악의 재난은 모면했다. 아니, 제각기 승리를 주장할 만큼 5일 캘리포니아 예비선거 결과에 큰 불만이 없어 보인다. 민주당은 “이만하면 홈런”이라고 만족을 표했고, 3차례의 지지 트윗을 통해 존 콕스 공화당 주지사 후보 본선 진출의 일등 공신이 된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효과’가 공화당에 ‘위대한 밤’을 선사했다고 선언했다.
공화당은 초반엔 기대도 못했던 주지사 본선 진출로 표밭의 활기가 일면서 11월 기권율 증가의 부담을 덜게 되었고, 민주당은 눈앞에서 놓쳐버릴 뻔했던 연방하원 주도권 탈환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었다. 양당 모두 필요한 것을 얻어 냈으니 틀린 주장은 아니다.
그래도 선거 다음날 아침, 정계의 가장 큰 반응은, “휴우!”- 민주당 지도부가 내쉰 안도의 한숨이었을 것이다. 지난 몇 주 밤잠 설친 노심초사에서 해방되는 순간이었다.
이번 캘리포니아 예선에서 전국적 관심을 끈 것은 연방하원 선거였다. 금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최우선 목표인 연방하원 주도권 탈환의 교두보가 바로 캘리포니아다. 공화 의석에서 23개석을 빼앗아 와야 하는데 타겟 의석 중 상당수가 캘리포니아에 있다.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승리했던 7개 선거구를 구체적으로 지목했고 그중 현역이 은퇴하거나 인기가 바닥인 몇 개 오렌지카운티 선거구가 집중 조명을 받았다.
‘트럼프 저항’의 기수를 자처하는 열기에 휩쓸려 초반엔 무난할 것으로 자신했다. 그러나 선거전에 본격 접어들고, ‘피난처 도시’ 반대와 트럼프 지지율 상승 등으로 공화 표밭이 결집하면서 공화의석 공략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은 곧 명백해졌다.
민주당의 텃밭인 캘리포니아에서 더욱 거세질 것으로 기대했던 ‘푸른 물결’의 발목을 잡은 것은 역설적으로 푸른 물결에 편승한 민주당 내 열기였다. 너무 많은 후보들이 출마한 것이다. 공화 표는 현역을 중심으로 결집하는데 민주 표는 조각조각 분산되는 양상이었다.
예선에서 당적에 관계없이 최다 득표자 2명만이 본선에 진출하게 되는 ‘투 톱 프라이머리’를 택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에서 같은 당의 후보 난립은 당 차원의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겨냥했던 공화 현역 선거구 중 민주후보들이 3~4위로 밀리는 성향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이러다간 공화의석을 빼앗기는커녕 본선 진출 자체가 좌절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전국 민주당 지도부가 하위권 후보들에게 하차를 권유했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상당수 민주 후보들은 당 지도부의 눈치 보지 않는 뉴페이스들이었다. 전국민주당 조직이 본격 개입하기 시작했다. 하위권 후보들에게 회유하고, 압박하면서 하차를 요구하는 한편, 2위 진입 가능성 있는 후보들에겐 전략 및 재정적으로 전폭지원에 나서 700만 달러 이상을 쏟아 부었다.
오랫동안 명함도 못 내밀던 공화당 텃밭을 공략한 민주 후보들이 이번 예선에서 뿌린 자금도 엄청나다. 백만장자들의 출마가 드물지 않은 때문이기도 하다. 에드 로이스와 대럴 아이사 등 두 명의 현역 의원이 물러나는 39지구와 49지구, 스캔들 무성한데다 ‘친 푸틴’으로 낙인찍힌 인기 바닥의 데이나 로라바커 의원의 48지구 등 타겟 세 선거구에 출마한 14명 민주 후보들이 모금한 선거자금은 총 2,373만 달러에 달했다.
공화 후보의 2위 진입을 막기 위한 민주당의 필사적 물심양면 노력은 결국 성과를 거두었다. 겨냥했던 모든 공화 현역 선거구에서 2위를 차지, 본선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공화당 대 민주당 2명의 후보가 대결하는 본선은 후보 난립의 예선과는 완전히 다른 선거다. 민주당이 겨냥한 대부분 선거구에서 뜨거운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인 영 김 공화당 후보가 1위로 본선에 진출한 39지구도 그중 하나다. LA타임스가 집계한 6일 오후 5시 현재 득표율은 김 후보가 22%이고 2위인 민주당 길 시스네로스 후보(2010년 2억6,600만 달러 복권 당첨자)가 19%다. 나머지 후보들의 득표율까지 합하면 공화당 대 민주당의 예선 득표율은 54% 대 44%다. 이렇게 계산하면 49지구는 공화당 49% 대 민주당 50%로 순위가 뒤바뀐다.
여기에 막대한 자금과 치밀한 전략, 그리고 국내외 정세 등 예상 못했던 변수들이 가미되면 턱걸이 2위 진출과는 상관없이, 민주당에게도 본선은 싸워볼 만한 새로운 전투가 될 수 있다.
캘리포니아 예선은 민주당 푸른 물결의 건재를 확인시켜 주었지만 이제 첫 문턱을 넘었을 뿐이다. 갈 길이 멀다. 본선까지 5개월의 험한 여정이 남아 있다. ‘반 트럼프’에만 머물지 않는 호소력 있는 메시지도 필요하고, 엄청난 돈도 들어갈 것이다. 계속 불거져온 당내 중도파와 진보파의 분열이 민주당 표밭의 외면을 부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표율이다. 같은 날 예선을 치른 뉴저지와 아이오와에선 민주당 투표율이 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캘리포니아의 투표율은 빨라야 주말에 나오겠지만 별로 높아진 기미가 없다. 97% 개표가 진행되었을 때 21% 미만이라는 ‘절망적’ 추정이 나왔을 뿐이다.
민주당이건 공화당이건, 한인 커뮤니티건 라티노 커뮤니티건, 획기적 투표율 제고 없이는 어떤 선거에서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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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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