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재정을 모아두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정도의 교과서적인 말은 누구나 다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충분한 은퇴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빠듯해 은퇴 자금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은퇴 자금 없이 은퇴를 한다면 어떤 미래가 펼쳐질 지에 대한 문제다. 충분한 은퇴자금이 없다면 과연 어떤 은퇴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 까. 인터넷 경제 전문 사이트 마켓워치가 충분한 자금 없이 은퇴한 경험자들의 경험담을 보도했다.
은퇴 대비 저축, 또는 투자는 결코 쉬운 과제는 아니다. 과거 미국에서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직장인 펜션 시스템(고용주가 직원 은퇴 자금 책임짐)이 요즘은 401(k)와 같이 직장인들이 스스로 은퇴 자금을 모아야 하는 은퇴 저축플랜으로 바뀌고 있다. 다시말해 직원들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 졌고 허리가 휘청대고 있다.
최근에 발표된 한 은퇴 전략 보고서는 35세 나이에는 자신의 봉급의 두배는 모아 둬야 한다고 밝힌 적도 있다. 연봉 5만 달러를 받는다면 이미 10만 달러는 은퇴 자금으로 모아 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능성이 커 보이지는 않은 보고서이지만 그냥 흘려듣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지적이다.
불행한 사실 한가지. 많은 미국인들은 스스로 은퇴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최근 갤럽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절반 가량은 은퇴 재정에 편안함을 느낄 것이라고 밝혔지만 나머지 46%는 그렇지 못하다고 답했다.
다른 보고서도 이와 유사한 결과를 내 놓고 있다. 노스웨스턴 뮤츠얼이 18세 이상 미국인 2,000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미국인 3명당 1명은 은퇴를 대비해 5,000달러도 모으지 못했으며 5명당 1명은 아예 한푼도 모으지 못한 것으로 답했다.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좋은 소식도 있다. 은퇴후 편안한 은퇴 생활을 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보통 은퇴후 편안한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갤럽이 2002~2004년 설문에서 은퇴하지 않는 50~64세 54% 가량은 은퇴를 대비한 충분한 돈을 모았다고 밝혔는데 이들의 나이 65~80세에 조사한 결과 77%는 실제 재정적으로 안락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 돈 없는 은퇴자들의 경험담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 정도로 번역되는 질의응답 웹사이트 ‘Quora’에 물어 봤다. 자금 없이 은퇴하면 어떻게 되느냐를... 이 질문에 많은 은퇴자들이 답글을 남겨 놨다. 많은 은퇴자들은 자신들이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돼 은퇴를 했지만 수년이 지난후에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답변했다. 한 은퇴자는 단순하게 질문을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은퇴후 소득 급감, 심각한 질병, 이혼과 같은 자금 관리에 관련돼 닥칠지 모르는 많은 요소들이 고려 돼야 제대로 된 답변이 나올 수 있다고 답글을 남기기도 했다.
다음은 ‘Quora’ 뉴스레터에 실린 은퇴자들의 반응을 정리한 것이다.
▲ 수입 급격히 감소
15년전 62세에 은퇴했다. 가지고 있던 고미술품, 미술품 그리고 주택 에퀴티를 뽑아 작은 은퇴 자금을 마련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은퇴 후 수입이 많지 않은데다가 그나마 줄어들어 주택에서 뽑은 에퀴티를 갚기도 힘들다. 아직 자신이 그린 그림을 팔며 수입을 올리고는 있지만 그림을 사려는 사람도 줄어들었고 또 온라인 판매도 어려워 졌다.
아직은 페이먼트를 밀리지 않지만 프린터가 고장 낫는데도 고치지도 못하고 있고 또 플러밍도 제대로 수리하지 못하고 있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다른 많은 사람들과 비교해 나는 그래도 낫은 편이다. 정기적으로 밥도 먹고 또 지붕아래서 잠도 잔다”며 위안을 삼았다. 그는 또 “지금 76세인데 취업이 쉽지 않다. 매일 광고를 보지만 직업을 찾을 희망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보조로 연명
옛 석탄광 숙소에서 거주하며 집에서 100피트 떨어진 곳에서 식수를 길어오는 웨스트버지니아의 할머니집을 방문하곤 한다. 친한 친구는 요즘 조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조부모가 주거비를 낼 능력이 안되 손녀집에서 함께 기거한다. 그녀는 “내 할머니는 자식들로부터 조금의 돈도 받고 또 푸드스탬프를 받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젊은이에 경고
많은 사람들이 젊은이들에게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면 경고장을 날렸다. 한 은퇴자는 2009년 은퇴했는데 은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검소하게 살아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믿을 수는 없다면서 늦게 시작할수록 은퇴 자금 모으기는 더욱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특히 나빠지는 건강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나이를 67세라고 밝히면서 운이 좋으면 올해 한 10년을 더 일할 수 있는 젊은 여성과 결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나름 희망을 적었다. 그러면서 그는 매달 어떻게 살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지만 내가 기대했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없어 아쉽다고 가난한 은퇴자의 심정을 토로했다.
john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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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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