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승 간사이 외국어대 교수, 정치학
한 사회의 민낯은 감옥에서 드러난다. 감옥은 한 사회의 강제력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곳이다. 따라서 한 사회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감옥에 보내는지, 무슨 이유로 어떤 이들이 감옥에 있는지를 보면 그 사회의 운영 철학을 엿볼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전 세계에서 수감자가 가장 많은 나라이다. 전 세계 인구의 5%인 미국이 전 세계 수감자의 22%를 차지한다. 전 세계 수감자 1,000만명중, 미국 수감자가 220만명이다. 미국 성인 인구 99명당 1명은 감옥에 있다. 주요국의 인구 10만명당 수감자 수를 보면 올해 기준 미국이 655명으로 압도적 1위이다. 영국이 141명, 프랑스는 102명, 한국은 114명이다. 특히, 일본은 45명으로 미국의 14분의 1 수준이다. 미국은 지난 25년간 OECD 수감자율 1위이며, 2000년도 이후에만 수감자 수는 14% 증가했다.
미국에는 현재 연방, 주, 카운티, 이민국을 합쳐 7,000개 이상의 감옥이 있고, 운영비로 매년 800억 달러 이상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의 교도소는 수감환경이 열악하다. 수감자 수가 수용 가능 인원을 훨씬 초과하기 때문이다.
미국 수감자의 구성 비율도 문제다. 미국 수감자 중 40%는 흑인, 백인은 39%이다. 그러나 전체 인구 대비 흑인은 13%, 백인은 64%이다. 흑인들은 인구 대비 세 배나 많이 수감되고 있다. 여성 수감자 비율은 현재 약 10%지만, 그 증가율이 매우 빠르다. 1978년 이후 남성 수감자는 5배 증가했지만, 여성 수감자는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미국에는 왜 이렇게 수감자가 많을까? 수감자 중 왜 유독 흑인이 많은가? 왜 여성 수감자 비율은 고속 증가하고 있는가?
미국의 수감자를 수감 사유별로 보면 압도적 1위는 폭력이다. 약 91만 명(41%)이 살인, 강도, 상해, 성폭력 등 사유로 수감되었다. 2위는 마약, 약 45만 명(20%)이다.
그러면 미국에 수감자가 많은 것은 미국인, 특히 흑인이 더 폭력적이고 마약을 좋아하기 때문인가? 또 지난 40년간 여성의 폭력과 마약 애호 성향은 계속 증가한 것인가? 상식적으로 설득력이 없는 설명들이다. 미국인 전체 혹은 특정 인종, 성별 집단이 장기간에 걸쳐 더 폭력이나 마약 선호를 보일 이유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학계가 내놓는 연구들을 보면, 수감자 폭증 원인을 정부의 과잉대응에서 찾고 있다. 1970년대 이후 미국은 각종 사회문제를 형사정책으로 대처해 왔다. 처벌 강화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이다. 범죄구성 요건과 경찰 직무집행 요건을 완화했다. 자동체포, 기소 제도를 도입하고, 중범죄 3회시 무조건 25년형을 선고하는 삼진아웃제도 확대했다. 마약을 경미한 양만 소지, 거래해도 중형을 선고토록 했다. 그 결과 1970년대까지만 해도 다른 나라들과 비슷했던 미국의 교도소 인구는 지난 40년간 폭증했다.
두번째 원인은 과잉 체포와 보석금 제도이다. 매년 경찰에 체포되어 구치소에 수감되는 인구만 연인원 1,060만 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기소 중지되거나 무죄 판결을 받고, 유죄 판결 시에도 사회봉사 명령을 받거나 1년 미만의 실형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보석금을 내지 못해 형 확정이나 석방 전까지 구치소에 머무른다. 220만명의 미국 감옥 인구중 약 47만 명이 미결수이다. 즉, 보석금을 내면 석방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체포의 확대는 결국 보석금 지불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의 감옥 체류를 늘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세번째 원인은 두번째 원인과 일맥상통한다. 사회적 약자들의 대응능력 부족이다. 돈과 힘이 있는 사람들은 체포나 기소 시에도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하여 감옥행을 피한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들은 감옥행을 피할 사회경제적 힘이 없다.
얼핏 생각하면 사회질서를 위해 법률을 강화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에서 지난 40년간 사법대응 강화는 감옥 인구의 폭증을 불러왔고, 특히, 사회적 약자들의 감옥행을 늘리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은 총기보유가 허용되고 인종 구성이 복잡한 나라이기 때문에 강력한 형사 사법적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반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국, 프랑스도 미국 못지않게 인종구성이 복잡하다. 스위스는 미국 못지않게 총기 보유 비율이 높다. 그러나 이들 나라에는 심각한 감옥 인구 과잉 문제가 없다.
이제 미국은 민주, 공화 양당 공히 자신들의 오류를 깨닫고, 사법대응 완화를 통한 수감자 감소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경찰과 법원의 과잉대응을 마치 무슨 모범인양 여기는 독자가 있다면, 먼저 지난 40년간 미국의 법률 만능주의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냉정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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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승 간사이 외국어대 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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