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투표는 이미 시작되었고 투표용지에 오른 후보는 27명이나 된다. 그런데 누구를 찍을지 아직도 마음을 못 정한 부동층이 무려 39%에 이른다. 6월5일 캘리포니아 주지사 예선이 표밭의 관심도 끌지 못한 채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백전노장 제리 브라운 주지사의 후임을 뽑는 이번 예선은 ‘열린 예선’ 오픈 프라이머리가 본격 적용되는 첫 주지사 선거다. 2010년 주민발의안으로 통과된 열린 예선 제도는 후보의 당적에 관계없이 최다 득표자 2명이 본선에 진출하는 방식이어서 ‘투 톱 프라이머리’라고도 불린다.
대통령을 제외한 연방 및 주 공직자 선출 선거에서 당 경선이 없어진 셈이다. 민생보다는 자당 강경 표밭의 눈치 보느라 절박한 재정난 해결을 외면하고 양극화로 치닫는 주의회에 진저리가 난 유권자들이 선택한 이 제도는, 초당적으로 협력할 중도파의 정계 진출로 고질적 교착상태를 해소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열린 예선의 성과는 아직 시험 단계이지만 새 제도로 실시되는 금년 주지사 선거전의 양상은 흥미롭게 달라졌다. 예선의 결과는 물론이고 이에 따라 양상이 완전히 달라질 본선의 결과도 현재로선 예측불허다.
5월 하순 예선의 판세는 한마디로 ‘박빙의 2위 다툼’이다.
3년여 전에 일찌감치 캠페인을 시작한 후 풍부한 자금력을 갖춘 개빈 뉴섬(50) 부지사가 모든 여론조사에서 계속 1위를 고수하고 있다. 2선 샌프란시스코 시장을 역임한 뉴섬은 주요후보 중 가장 리버럴하며 주 정계, 특히 북가주 정계의 폭넓은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민주당 뉴섬의 본선 진출이 확실한 상황에서 관심의 포커스는 2위 쟁탈전이다. ‘투 톱 예선’의 2위는 1위나 다름없는 승리이고 3위는 27위 꼴찌와 똑같은 패배일 뿐이다.
금년 초만 해도 2위 다툼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았다. 주 최대도시 LA 시장을 두 차례 역임하면서 ‘북가주의 뉴섬’ 못지않게 남가주의 스타 정치인으로 꼽혔던 민주당의 중도파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65)가 1월 여론조사에서 뉴섬의 23%에 이어 21% 지지도로 바짝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봄 들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지지도가 흔들리면서 3월 중순 조사에선 3위로 추락했다.
작은 반전도 있었다. 3위를 지켜오던 민주당의 존 치앵(55) 주 재무국장이 아닌 공화당 후보 존 콕스(62)가 2위로 치고 올라온 것이다. 신중한 재정전문가인 아시아계 치앵은 실용적 후보로 초반 기대를 모으기도 했지만 맥 빠진 캠페인으로 계속 밀리는 형세다.
대부분 유권자들에겐 ‘무명’과 다름없지만 변호사·공인회계사·벤처기업 투자가인 콕스는 대선과 일리노이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한 경험이 있다. 대부분 공화 후보가 그렇듯이 피난처 도시 반대(다카 수혜자는 보호), 트럼프 장벽 지지, 감세, 규제 완화 등의 공약을 걸고 있다. 대선 때 트럼프를 찍지는 않았으나 지난 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위대한 주지사’가 될 콕스에 대한 전폭 지지를 선언했다.
3월 중순 14% 대 12%로 콕스에게 밀렸던 비야라이고사는 4~5월 들어 2위 자리를 되찾았다. 4월말 서베이USA 조사에선 18% 대 15%로, 이번 주 발표된 LA타임스-USC 조사에선 11% 대 10%로 앞섰지만 안심하기엔 너무 근소한 차이다.
비야라이고사의 2위 탈환이 반갑지 않은 것은 콕스만이 아니다. 공화진영 못지않게 신경을 곤두세우는 곳이 같은 민주당인 뉴섬 진영이다. 누가 2위냐에 따라 6월 예선이 ‘사실상 본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약 2,000만명 캘리포니아 등록 유권자의 44.6%는 민주당이다. 공화당은 25.3%이며 무소속이 25.1%나 되는데 캘리포니아 무소속은 민주당 성향이 강하다. 이런 표밭에서 가뜩이나 취약한 공화후보의 승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만약 콕스가 예선 2위로 본선에 진출한다면 뉴섬은 “주지사 관저의 새 커튼을 골라도 될 것”이라고 북가주의 한 신문은 단언한다.
비야라이고사가 2위를 쟁취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예선보다 훨씬 치열한 본선이 될 수 있다.
남가주 대 북가주의 대결(예선에서도 LA타임스를 비롯한 남가주 신문들은 비야라이고사를, SF크로니클을 비롯한 북가주 신문들은 뉴섬을 공개 지지했다), 민주당 내 급진 리버럴 대 중도 진보의 파워 다툼이 헬스케어·교육·다가올 불황·공무원 연금개혁·홈리스 위기 등 당면 이슈 대책을 통해 뜨겁게 부각될 것이다.
특히 예선 막판 핫이슈로 떠오른 공립교육 개혁 논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다. 하락세였던 비야라이고사에게 최근 재도약의 발판이 된 것은 억만장자 차터스쿨 지지그룹의 소나기 자금지원이었다. 재래식 교육을 탈피하는 차터스쿨 증진으로 공립교육 개혁을 추진하는 이들은 LA시장 시절 막강 교사노조와 맞서며 공립교육 개혁을 모색했던 비야라이고사에게 희망을 건 것이다. “외부의 억만장자들이 우리 정치인을 매수하고 있다”고 강력 공격하는 교사노조는 뉴섬을 공개 지지했다.
부동의 1위라 해도 뉴섬의 지지도는 20% 대에 머물러 있다. 거기에 2위를 지지한 10여%를 제외한다 해도 과반수가 넘는 60%가 ‘부동층’이 된다. 동성결혼·마리화나 합법화·유니버설 헬스케어 등 급진 리버럴 어젠다의 기수를 자처해온 뉴섬에겐 쉽지 않을, 민주·공화·무소속이 뒤섞인 표밭이다.
민주당끼리 필사의 혈투를 치를 것인가, ‘사실상 당선’이라는 뉴섬의 꽃길이 펼쳐질 것인가 - 그 판가름이 날 6월5일 예비선거가 11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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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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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10번 당신부터 찍게
존 캇스 10번씩찍으십시요 공화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