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종욱 워싱턴버지니아대 교수 사회학박사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라며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발표함으로써 문정인 외교안보특보의 주한미군 관련 발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문 특보는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이 문 특보에게 사실상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볼 수 있다.
평화협정 후에도 미군이 주둔할 필요가 있다는 청와대의 입장은 다음 두 가지 점에서 바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첫번째는 베트남전쟁 평화협정이 보여준 역사적인 교훈이다. 베트남전이 10여 년 이어지자 미국은 계속되는 군사적인 실패와 국내의 반전운동으로 인해 더 지탱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1968년부터 종전의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 그 가운데서 이루어 낸 것이 파리평화협정이다.
이 협정은 형식적으로는 미국, 북베트남, 남베트남, 그리고 남베트남 임시혁명부 등 4자회담을 통해 진행되었으나 실제로는 전쟁 당사자인 미국과 북베트남 양자회담으로 진행되었다. 양측은 1973년 1월 23일 전쟁종식과 베트남에서의 평화회복을 위한 협정에 동의, 같은 해 1월 27일 4자 대표들에 의해 조인되었다. 협정에는 북베트남군과 미군의 철수 합의뿐 아니라 베트남 국민의 민족 존립권, 포로 교환, 남베트남 국민의 자결권, 남북합의하에 통일의 단계적인 절차까지 명시됐다.
협정조건의 이행을 감독하기 위해 국제통제감독위원회가 구성되고, 미군은 단계적인 병역 철수를 시작, 1975년 5월에 완전 철군이 단행되었다.
그러나 북베트남은 평화협정을 무시하고 전쟁을 계속했으며 1975년 4월 30일 남베트남 수도 사이공은 북 베트남군에 의해 함락되었으며 곧 이어 베트남 공산화 통일이 이루어 졌다. 북베트남의 평화협정 위반으로 수십만명의 남베트남 국민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공산정권을 피해 수십만명이 미국 캐나다 호주 등으로 목숨을 걸고 이주했다. 북베트남은 공산통일을 위해 평화협정을 통해 꼼수를 썼던 것이다.
김정은이 북한의 전체주의적인 세습정권을 한반도에 펼치기 위해 북베트남식 평화협정을 모색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할 것인가?
평화협정 이후에도 미군주둔이 필요하다는 점은 북한이 북베트남식 통일을 재현시킬 기회를 주지말자는 첫번째 이유 이외에 두번째 이유는 현재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이다.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이 공존하는 동북아에서 한국은 이들 강국 간 이해관계의 각축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는 군대를 주둔하고 있는 미국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더구나 미국은 이들 3국과는 달리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수천만리 떨어져 있음으로 이해관계가 이들 3국과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한다’ 고 4.27 판문점 선언은 규명하고 있다. 평화협정이 체결된다고 하더라도 이행여부는 미군주둔이 지속함으로 오히려 명백해질 수 있다고 본다.
미군의 한국주둔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시작됐으며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문재인 정부는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조약은 1953년 10월 1일 체결, 다음 해 11월 18일 양국이 인준함으로써 지금까지 발효하고 있으며 양국은 이 조약의 이행을 책임지고 있다.
1953년 6월27일 6.25전쟁이 휴전에 들어갔을 때 휴전에 반대했던 이승만 정부는 김일성의 공산통일 야욕을 알고 있기에 미국의 안전장치가 필요했다. 따라서 상호방위조약은 미국으로부터 얻어낸 북한 재침으로부터의 안전장치라고 볼 수 있다.
전체 6조로 된 한 장짜리 조약이지만 한반도에서 이 조약이 담고 있는 의미는 너무나 크다. 제2조는 “당사국 중 어느 1국의 정치적 독립 또는 안전이 외부로부터의 무력 공격에 의하여 위협을 받고 있다고 어느 당사국이든지 인정할 때에는 언제든지 당사국은 서로 협의, 조치한다”라고 천명하고 있다. 즉 남한이 북한의 침공을 당할 때 한미가 공동으로 대처한다는 조항이다.
문재인 정권은 판문점선언을 시행함에 있어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담고 있는 법적 역사적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지켜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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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종욱 워싱턴버지니아대 교수 사회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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