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신화(神話)와 종교 속의 예를 제외하곤 엄마 없이 태어나는 자식은 없다. 엄마, 어머니, 마더, 맘. 위로 올라가면 할머니, 증조할머니, 고조할머니 등등. 자식과 후손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이는 다분히 엄마 쪽이다. 아버지의 역할도 있긴 하지만 엄마의 자궁 속의 역할은 대신 하지는 못한다.
자궁(子宮/uterus/womb). 착상된 난자와 정자의 만남은 엄마의 자궁 속에서 아기로 자라난다. 아기는 수정일로부터 약 38주(9개월 반)만에 세상에 태어난다. 자궁 속에서 자라나는 아기의 모습은 기적이 아닐 수 없다. 기적을 왜 엉뚱한 데서 보려 하는가. 엄마와 아빠의 사랑 속에서 수정된 아기가 태어남 속에 기적은 깃들어 있는데.
96세난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막내 딸. 41살에 자식이 들어서 어떻게든 지워 버리려고 했던 엄마. 시골서 살던 엄마는 낙태는 못하고 이리저리 아기 지우는 간접적 방법을 다 동원해 본다. 그러나 모진 생명은 끝내 살아나 세상에 태어난다. 막내 위로 자식이 8명. 막내를 지워버리려 했던 엄마의 마음이 여기에 있었음이다.
넉넉지 못한 시골 생활에 자식이 9명이 되었으니 살길이 막막하였을 터. 그로부터 55년. 토끼해에 태어난 막내딸은 55세가 되어 있다. 22년 전 아버지를 먼저 보낸 막내. 홀어머니를 지금껏 모시고 산다. 자신도 두 딸과 한 아들의 엄마이면서. 목회하는 남편의 뒷바라지 보다 늙으신 엄마를 모시는 게 더 힘들 때도 있을 텐데 말이다.
모성애(母性愛)는 본능일까. 아니면 그 무엇일까. 불이 난 집안에 있는 자식을 살려보려고 불길 속을 뛰어 드는 엄마의 마음. 죄를 짓고 교도소에 들어간 자식을 안타까워하는 엄마. 교도소 옆에 집을 짓고 자식이 나올 때까지 거기서 산다. 자식을 향해 사람들이 손가락질해도 엄마의 마음만은 자식밖에 없음을 누가 알 수 있으랴.
모성애(motherhood). 자식에 대한 본능적인 어머니의 사랑.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 자동차 밑에 깔린 아이를 구하기 위해 차를 들어 올린 엄마.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힘이 엄마의 몸에 와 닿은 거다. 이처럼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은 하늘도 감동케 하나보다. 하늘의 힘이 엄마의 몸을 통해 자식을 살리니 그렇다.
모성애는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생물에게도 있다. 아프리카 마라강(Mara River)에서 일어난 실제 이야기. 암컷 얼룩말과 젖을 먹는 새끼. 둘이 강을 건너고 있었다. 그 때 달려든 악어 떼들. 피를 흘리며 겨우 사지(死地)를 벗어난 엄마 말. 그런데 새끼가 아직도 강에 남아 있었다. 엄마 말은 다시 악어가 우글대는 속으로 뛰어 든다.
어미 문어는 한 번에 20만 마리의 알을 낳는다. 어미는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30일을 감싸 안고 산다. 어미는 새끼들 때문에 움직일 수 없기에 자신의 다리를 잘라 먹으며 지탱한다. 한 달 후 알들이 부화되어 떠난 뒤 어미는 오래 살지 못하고 죽어간다. 캥거루. 엄지손가락만한 새끼를 낳으면 6개월을 주머니에서 키워 성장시킨다.
이 밖에도 10마리 이상의 새끼들을 모두 등에 업어서 키우는 주머니 쥐, 6개월 동안 어미 뱃속 주머니에서 키워지는 코알라, 입속에 새끼를 넣어 키우는 악어, 새끼들에게 먹이로 자신의 몸을 내어주는 어미 집게벌레 등등, 이들에게도 어미의 사랑, 즉 모성애는 본능에 속할까. 아니면 유전적일까, 그것도 아니면 학습되어지는 걸까.
아버지는 아이를 직접 품지는 않는다. 허나 엄마는 아이를 직접 품는다. 그것도 뱃속에서 거의 10개월에 가까운 시간 동안. 아이는 새 생명이다. 새 생명을 품어 탄생시키는 엄마. 작은 창조자(a little creator)다. 큰 창조자(Creator)가 세상을 사랑으로 만들고 사랑으로 보살핀다면 작은 창조자도 그와 같은 사랑이 아닐까.
96세의 엄마를 모시고 사는 55세의 막내. 위로 오빠가 넷이나 있는데 어머닐 못 모신다. 지워 버리려고 했었던 막내의 사랑을 엄마는 홀로 받고 사신다. 아래로 흐르는 엄마의 사랑이 막내에게서 역류해 위로 흐른다. 일 년에 한 번 오는 어머니의 날. 이젠 하루를 뺀 364일을 어머니의 날로 다시 제정해야지 않을까. 모성애(母性愛)는 영원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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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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