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통일이다”… 남북정상 역사적 악수에 시민들 ‘환호’ ‘눈물’-. 2018년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판문점에서 만난 날. 그 날 한 한국 언론의 헤드라인이다.
11년만의 남북정상회담이다. 그러니 기대가 있었다. 관심도 높았다. 그래서인가. 언론마다 감성의 메시지가 넘쳐났다. ‘판문점의 봄’이니 ‘평화와 번영의 시대 열리다’ 등등. 축포소리가 요란하다. 벌써 통일이 된 것 같이.
‘그 도취감은 얼마나 지속될까’- 이코노미스트지가 던진 질문이다. AP통신의 분석은 더 냉정하다. 판문점 정상회담은 시진핑과의 만남에 이은 두 번째 김정은 커밍아웃 쇼 무대로 핵보유국 지도자로서 자신에 찬 모습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는 거다.
그 자신이 지나쳐 허세로까지 보일 정도다. 그 김정은 주역의 정치 쇼는 주로 국내용으로 한국인 특유의 혈통주의 민족주의 정서에 편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목한 부문은 핵과 미사일 폐기에 대한 약속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워싱턴포스트도, 뉴욕타임스도 같은 지적을 했다. 김정은 본인의 육성(肉聲)으로 비핵화 이야기를 한 것이 들리지 않는다. 남북 정상이 공동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추구한다고 발표했으나 구체적 내용이 없다는 거다.
“상징적인 이벤트로 꽤나 요란했다. 그러나 실체적인 결과가 없다. 종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평화체제로 전환한다는 남북 정상의 선언도 공허하게 들린다.” 타임지의 보도다. 한마디로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그 남북 정치 쇼가 TV로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그러나 정작 북한 주민은 보지 못했다. 남북정상회담은 물론이고 폼페오 미국무부 내정자 평양방문 사실도 북한주민은 알지 못한다.
김정은의 표현대로 ‘력사적 회담’이다. 그 만남을 왜 북한주민들에게 알리지 않는 것일까. 본래 평양스타일이 그러니까. 틀린 말이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자랑스러운 민족공조의 현장’을 비밀에 부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뭔가를 말해 주는 것은 아닐까.
“2500만 북한 주민의 안녕에는 관심이 없다. 김정은이 신경을 쓰는 북한 주민은 주로 평양시민을 중심으로 한 200만 미만의 엘리트층이다. 그러니까 이른바 ‘김일성민족’의 핵을 이루는 그룹이다. 그 북한의 엘리트그룹이 김정은 체제 생존 가능성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이어지는 AP통신의 진단이다.
핵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병진노선을 내걸었다. 6년이 지난 현재 그 정책은 실패로 그칠 공산이 커지고 있다. 핵에 ‘올인’한 대가로 경제는 결딴이 났다. 핵 개발은 미국 등 서방세계의 압력으로 완성 9부 능선에서 제동이 걸렸다.
그 결과 엘리트층도 동요하고 있다. ‘이러다가는…’하는 불안감이 팽배하고 있다는 것. 뭔가 돌파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보다 과감한 노선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그 노선 변화라는 게 그렇다. 상당한 정치적 리스크가 따를 수 있다.
김일성이 추구한 ‘주체’, 김정일이 추구한 ‘선군’노선에서 벗어났다가는 화를 부를 수 있다. 체제가 위협을 받는다. 김정은이 내건 병진정책의 오류를 시인하는 것은 더 리스트가 크다.
그래서 찾아낸 묘수가 핵 보유상태에서의 노선변화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밝힌 것도, 또 정상회담에 앞서 소집한 조선노동당 7기 3차 전원회의가 채택한 결정서도 같은 맥락이다. 핵 보유상태에서의 민족공조를 제의한 것이다. 결코 핵 폐기가 아니다. 그래서 비핵화란 어구는 남북 정상 공동선언문 말미에 암호 다루듯 어물쩍 언급한 것이다.
‘북한문제의 근본적 이슈는 핵도 인권도 아니다. 북한은 세계에서 유일하다싶은 전체주의 체제(totalitarianism)라는 데 있다’-. 리얼 클리어 월드의 지적이다. 20세기의 전체주의 버전은 두 가지다. 나치즘과 스탈리니즘이다.
스탈리니즘으로 대변되는 공산주의 전체주의는 두 가지 출구밖에 없다. 하나는 붕괴하는 거다. 소련의 경우같이. 다른 하나는 개방체제로의 변이다. 중국과 베트남이 그 경우다. 북한은 70년 동안 순수한(?), 아니 더 개악된 형태의 전체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평양이 핵에 ‘올인’해온 것도 다름이 아니다. 수령유일주의로 변이된 체제를 고수하려는 데 있다. 그 핵이 그런데 방어 장치가 아니라 3대에 걸친 김씨 왕조를 붕괴시킬 수 있는 흉기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압력이 여간 거센 게 아니다. 그 압력에 중국마저 눈길을 돌리고 있다.
그 절대 절명의 위기에서 탈출구를 찾았다. 문재인 정부다. 김정은이 평화의 이름으로 내민 민족공조의 손을 한국의 좌파정부가 잡아준 것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수령유일주의란 절대주의 체제가 생존적 딜레마에 봉착해있다. 거기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김정은이 제의한 이른바 민족공조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김정은 호는 침몰하고 있다. 그런데 침몰하는 것을 본인도 모르고 있다. 과거 고르바초프가 냉전 종식을 선언하기 전에 이미 소련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했던 것같이. 김정은이 무엇이라고 하든, 북한은 가까운 장래에 격변사태를 맞을 것이다. 정상회담이라는 허상에 휘말리지 말고 그 때에 대비해야 한다.”
한 국내 북한 전문가의 말이다. 그 진단이 맞을 것이라는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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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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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47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세계 정세의 돌아가는 입장을 폭 넓게 알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옥세철의 허상이란 말은 홍준표의 위장평화쇼란 말을 달리 표현한건데 그럼 홍준표 아바타를 자처하고 있네
그나 저나 홍준표 옥세철 나경원 같은 똘마이들 너무 감사하다.계속 훼방꾼들이 있어야 재미가 있고 나증에 납작코 볼수있으니. 민주당 2중대라니까
핵없는 평화 세상은 이번에 꼭 옵니다. 통일은 몇십년 후에 봅시다
핵은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라는데도. 자기들 얻을 것 다 얻기위한 절대 카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