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뷰 LA필하모닉 바이얼리니스트 자니 리
▶ 언제나 새로운 배움 추구, 내년 센테니얼 시즌 맞아, 두다멜과 함께 내한공연
두다멜의 지휘로 LA필이 연주하고 있다. 흰색 원내가 자니 리씨.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종신 단원으로 세컨 바이얼린 파트를 13년째 연주하고 있는 자니 리씨. <박상혁 기자>
LA필하모닉 콘서트에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무대에 오르면 눈으로 쫓게 되는 바이얼리니스트가 있다. 제2바이얼린 네 번째 자리에서 연주하는 자니 리(39)씨다. 2005년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한인 최초로 LA필 정식단원이 된 그는 뛰어난 연주실력과 타고난 품성으로 2008년 LA필의 종신 단원으로 승격했다. ‘바이얼린만 들면 세상은 내 것’이라 자신만만해하던 20대 청년은 그 사이 마흔을 바라보는 성숙한 뮤지션으로 변했고, 하버드대 출신의 훈훈한 외모를 지닌 ‘클래식계 아이콘’에서 오케스트라가 내는 하모니에 녹아드는 LA필의 소중한 연주자가 됐다. 오케스트라 단원이자 솔리스트, 체임버 뮤지션으로 쉼 없이 연주하며 관객과 교감하고 있는 자니 리씨를 지난 19일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에서 만났다.
- LA필에 입단한 지 13년이다.
▲스물 여섯에 LA필 단원이 되어 에사 페카 살로넨과 4 시즌을 연주했고 2009년부터 구스타보 두다멜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당시 CEO였던 데보라 보다가 젊은 두다멜 영입을 발표했을 때 모두 전율을 느끼며 ‘지혜로운 결정’이라고 환호했는데, 이제는 단원들 절반 이상이 새로운 연주자들로 채워졌다. 목관·금관 파트는 거의 바뀌었고 연령대가 낮아져 더 이상 어린 축에 들지 않는다(두다멜 지휘자도 그보다 두 살 아래라고 한다). 그리고 더 이상 LA필 유일의 한인 단원도 아니다. 바이얼린 파트에 (장)민영이, 첼로 파트에 (김)다해가 입단해 3명이 되었다. LA에 거주하는 한인 인구에 비해 한인 단원 숫자는 여전히 부족하지만 말이다.
- LA필하모닉 생활은 어떤가
▲언제나 배움을 추구하고 매일매일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기에 늘 새롭다. LA필은 새로운 지휘자들과 함께 연주하는 기회가 많아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고 음악적 충전이 된다. 특히 내년에 100주년을 맞는 LA필하모닉 센테니얼 프로그램에는 정말 많은 곡을 연주한다. 새로운 작품, 새로운 시도도 많다.
- 센테니얼 시즌 LA필 한국 투어가 예정돼 있는데…
▲2019년 3월 서울 올림픽 경기장에서 말러와 존 윌리엄스 곡들을 연주한다. 내년 투어가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세 번째 내한공연이다. 2015년 구스타보 두다멜의 지휘로 LA필하모닉이 내한 공연 일정이 잡혔을 때는 미리 한국으로 날아가 프로모션을 했다. 아, 그 해 오랜만에 앙상블 디토의 멤버로 한국에서 시즌 9 연주 무대를 함께 했는데 한국 관객들은 상당히 열정적이고 LA관객들처럼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 앙상블 디토(Ensemble Ditto) 활동으로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실내악 연주를 하는 앙상블 디토의 공연은 여성 관객들이 많아 마치 ‘락 콘서트’ 같다. 공연장으로 들어설 때부터 손을 흔들며 함성으로 환영해주는데 정말 재미있다. 처음 LA필 단원으로 한국을 찾았던 2008년 이후 앙상블 디토 연주 활동으로 한국 무대에 자주 섰다. 클래식의 대중화, 클래식에서 비주류였던 실내악을 알리자는 취지였는데 한국 관객들의 수준이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짐을 느꼈다. 리처드 용재 오닐이 이끄는 앙상블 ‘디토’가 한국 클래식의 지형도를 바꾸었다는 평가가 맞다.
- 제2 바이얼린 파트를 고수하고 있는데
▲LA필 입단 전에는 멜로디를 연주하는 제1 바이얼린만 고집했는데 지금은 제2 바이얼린의 매력에 빠져있다. 다른 파트의 연주를 들을 수 있어 음악을 더 즐길 수 있다고 할까. 그래서 앙상블 연주에서도 제2 바이얼린 파트를 택한다. 바이얼린도 처음 배울 때 부모님이 사주신 바이얼린을 아직까지 연주하고 있다.
- 늘 같은 자리에서 연주해 찾기가 쉽다
▲LA필 첫 시즌에는 제2 바이얼린 파트에서 매주 자리를 바꾸어 앉아 연주했는데 2007년 오디션을 보고 네 번째 자리에 임명되어 지금까지 같은 자리에서 연주한다. 지휘자를 자세히 볼 수 있어 교감이 수월하지만 압박감이 따르긴 한다. 그래도 같은 사람 옆에서 늘 연주할 수 있어 좋은 점이 많다.
- 2017-18시즌의 남은 연주일정은
▲LA필은 이번 주 뉴욕, 워싱턴DC, 보스턴, 런던, 파리로 투어를 떠난다. 2주 투어가 끝나면 다시 디즈니홀로 돌아와 ‘드보르작 7’과 ‘슈만 포커스’로 이어지고 서머 시즌이다.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 나이가 들어(?)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이 좋다. 예전에는 여행을 좋아했는데 정작 LA라는 도시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기지 못한 것 같다. 어린 조카들을 만나러 어바인에 자주 가고 뉴욕을 찾기도 한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내게는 휴식이자 여행이다.
■ 바이얼리니스트 자니 리는
1979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외과의사 케빈 이씨와 바이얼리니스트 크리스틴 이씨 슬하 3남 중 막내로 태어났다. 5세부터 바이얼린을 배우기 시작했고 8세 때 나간 콩쿠르에서 우승할 정도로 음악에 재능을 보였다. 9세부터 오케스트라 활동을 했고 하버드 의대에 조기 입학했으나 경제학과로 전공을 변경했고 2001년 하버드대를 우등 졸업했다. 하버드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며 음악을 택한 그는 고향인 오하이오주로 돌아가 클리블랜드 인스티튜트 오브 뮤직(CIM)에서 윌리엄 프뢰실을 사사하며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샬롯 심포니 부악장, 캔턴 심포니 악장을 지냈고, 사라소타와 콜로라도 뮤직 페스티벌, 스폴레토 USA 페스티벌 등 유명 음악제에 참가했다. 2005년 한인 최초로 LA필하모닉 정식 단원으로 입단해 오케스트라 제2 바이얼린 연주자로 활동하다가 2008년 종신 단원으로 승격했다. 솔리스트로서 LA필하모닉, 샬럿 심포니, 오하이오 챔버 오케스트라, 모스쿠바 체임버 오케스트라 등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실내악 연주에 남다른 열정을 지녀 한국에서 체임버 뮤직 열풍을 일으킨 ‘앙상블 디토’의 창립 멤버로 연주활동을 했고, LA필하모닉의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 현대음악을 소개하는 그린 엄브렐라 프로그램 등에서 인기 있는 체임버 뮤지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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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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