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219년 카르타고 제국의 한니발 장군이 코끼리부대와 군사 9만8,000명을 데리고 알프스산을 넘어 로마를 쳐들어와 8만명의 로마군을 죽이고 대승했다. 그 때 로마의 스키피오 장군은 이에 대적하지 않고 원로원의 재가를 얻어 카르타고를 역으로 공격, 연속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이 사실을 접한 한니발은 위기에 놓인 카르타고를 구하기 위해 더 이상 로마에 머무르지 않고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결국 로마는 스키피오의 숨은 전술과 전략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스키피오는 카르타고를 완전 제압하기 위해 한니발과 자마에서 격돌, 대승을 거두어 로마는 지중해 연안의 패권을 장악하고 제국의 기틀을 마련한다.
이러한 스키피오의 전술은 이제 한반도 긴장완화,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해 오는 6월경 북한의 노동당 위원장 김정은을 맞아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될 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남한은 물론, 미국을 상대로 벌이는 김정은의 술책이 고도로 지능적이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은 어떤 배경에서인지 지난 2월 남한의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에 전격 참가한 이후 남북한 예술단 평양 공연에 이어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비핵화를 전제로 한 미국과의 담판도 서슴없이 응하겠다는 태도로 나와 한국과 미국, 그리고 전세계를 기대와 설렘으로 몰아넣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김정은의 진심인가. 이제까지 보여 온 북한 주민들에 대한 기아상태와 인권유린, 잔인무도한 그동안의 행보를 감안한다면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북한은 이제 경제적으로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만큼 갈 데까지 간 모양이다. 갑자기 전격적인 태도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지금의 경제적 위기를 어떻게든 우선 벗어나 보고자 하는 의도가 아닌지 모르겠다.
현재 김정은의 태도는 앞으로 즉각 핵실험을 중단하고 핵 발사도 하지 않고 미국의 요구대로 완전 비핵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은 무슨 속셈인지 핵보유국으로는 남겠다는 말은 잊지 않고 있다. 이것이 바로 김정은의 술책이 아닐까.
트럼프는 다가올 북미정상회담에서 이런 김정은의 전략을 뛰어넘는 고도의 지혜를 발휘해 김정은을 제압해야 하는 세기적 숙제를 안고 있다. 김정은과 트럼프는 이제까지 쌍방이 고도의 강온 전략으로 상대를 회담장에 끌어내 머리를 맞댈 수 있게까지는 성공했다. 문제는 지금부터 누가 더 고도의 전략을 가지고 있는 가다.
허나 세상의 이치는 어느 나라도 경제강국, 군사강국 앞에는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다. 중국이 이번에 미국의 통상압박에도 꼼짝 못하고 있는 것이나, 또 얼마전 미국의 시리아 화학무기 공장 폭격에 러시아가 아무런 대응도 못하는 것이 그런 예이다. 미국과 소련의 힘 앞에서 한반도가 두 동강난 역사적 사실이나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식민지배를 받았던 사실 등은 모두 한국의 경제, 군사력이 미약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과는 어느 면으로도 비교가 안 되는 북한의 김정은이 어떻게 해서 트럼프에게 그처럼 큰 소리를 칠 수 있는가. 그만큼 김정은의 술책이 단순하지 않다는 증거이다.
트럼프는 현재 “이번 회담을 성공적으로 만들겠다. 북한과 세계를 위해 엄청난 일이 있을 것이다. 비핵화를 달성할 경우 북한에는 밝은 길이 있다.”고 미끼를 던지고 있다. 그러면서 결실이 없으면 그대로 회담장을 나와 다시 압박을 계속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북미정상회담에 초석을 놓을 이번 남북한 정상회담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이다.
중국의 진시황은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과 춘추전국시대에 활약한 사상가 한비자가 기술한 ‘법(法)과 술(術·재능)’을 통해 중국을 통일했다. 여기에 담긴 인간을 조정하라는 기술론에는 “일단 공격했으면 끝을 보아야 한다.”는 구절이 있다. 트럼프도 마찬가지로 미국이 가진 세계최고의 부와 군사력을 등에 업고 과연 김정은을 한방에 제압시켜 한반도 긴장완화와 세계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정상회담, 이 두 거대한 게임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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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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