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민 1세대들이 피땀 흘려 일군 기록물이자 후세들에겐 커다란 유산이 될 코리안커뮤니티센터. 그 센터 건물이 우리들 눈앞에 나타났다. 5백만 달러라는 가격으로. 코리안커뮤니티센터 건립준비위원회(간사 황원균)에 따르면 이 건물은 5층 오피스용으로 연면적 3만4천 스퀘어피트, 150여대의 주차 공간이 있는 건물이다. 위치상으로도 한인 상권이 밀집되어 있는 애난데일과 붙어 있고, I-395 고속도로 진입로 근처에 있어 DC와 메릴랜드 쪽에서도 접근하기 용이한 안성맞춤의 건물이다. 문제는 ‘돈’이다. 계약금 20만 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약 4백80만 달러를 150일 안에 지불해야 이 건물을 잡을 수 있다고 한다. 현재 건립 준비위에서 확보한 금액은 1백30만 달러 정도. 앞으로 370만 달러를 더 모금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우리에게 딱 맞는 건물이지만 370만 달러가 없으면 눈으로 본 것으로만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워싱턴 동포사회가 성장하여 60여 년이 되었고 한인 인구가 20만 명에 이른다고 하는데 커뮤니티센터 하나 마련하지 못할 만큼 저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박용찬 미주방송 대표가 기금모금을 시작한 것으로 따지면, 센터 건립을 준비해온지 벌써 25여 년 정도가 되었지 않은가? 이제는 뭔가 결실을 맺을 때이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의 기적이 일어난다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워싱턴 지역 동포인구가 20만 명에 달한다고 하니 1인당 20달러씩만 각출하면 4백만 달러로 기금 마련은 누워서 떡 먹기 같이 손쉬운 일이다. 그러나 열 사람이 한 숟가락씩 밥을 보태기도 힘든 일이듯, 현실은 말처럼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는가. 많은 사람들이 이모저모로 협동하지 않으면 그 기적을 이룰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기적을 어느 정도 이루었다. 그 동안 출연된 기금을 살펴보면 마치 영화 같은 사연들이 많다. 경제활동이 거의 없는 어르신들부터, 장애우 가족, 자신의 팔순잔치 축의금을 내어 놓은 분, 땡볕에 열심히 일하는 건축가, 불경기에 힘든 소상인들, 그리고 가난한 한국에서 봉사했던 프렌즈 오브 코리아 같은 미국 단체, 대학동창회를 비롯한 여러 한인 단체들, 3만 달러라는 거금을 선뜻 헌금한 개척 교회…. 이런 개인과 단체들이 지갑을 열었기에 1백30만 달러가 모인 것이다.
이런 개인이나 작은 단체들이 십시일반으로 마중물 역할을 잘 했다면, 이제는 대형 마켓과 대형 교회에서 나서줘야 할 차례다. 그렇지 않으면 센터 건립은 공염불로 끝날 수도 있다. 먼저 대형 교회에서 큰 금액의 기부금이 나왔으면 한다. 어쨌든 동포사회 자산 중 10% 정도가 십일조나 감사헌금으로 매주 교회로 들어가고 있지 않은가? 대형 교회가 지역사회의 필요와 외침을 무시한 채 교회 성장주의 로만 치닫는다면 결국 지역사회와 단절, 고립될 것이다.
물론 중앙장로교회와 열린문교회에서 5만 달러를 기탁했다. 하지만 미국 교회에서 더부살이 하고 있는 개척 교회에서도 3만 달러를 기탁하지 않았나. 대형 교회들이 더 큰 몫을 감당해줘야 한다. 지역사회 섬김이 곧 전도이다.
기업형 대형 마켓에서도 나서줘야 한다. 수십 년 동안 동포사회에서 한인 소비자들에 의해 성장해 왔으면 이제는 기업의 이득과 소득의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그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고 소비자를 섬기는 마음 자세가 아닌가. 동포사회, 즉 소비자들이 잘 돼야 그 기업들도 계속 성장할 수 있다. 40여 년 동안 피와 땀으로 일군 리브라더스 사의 이승만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은퇴했음에도 불구하고 10만 달러를 선뜻 기부했다. 주 매출만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대형마켓 오너가 지역 사회의 고충을 외면한다면 그야말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각 한인회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할 때다. 동포사회 각계각층에서 센터 건립에 관심을 가지고 기금 행렬을 이어가고 있는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각 한인회장들은 강 건너 남의 일인 양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동포사회의 장기적인 발전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인 생각으로 한인회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주사위는 동포사회에 던져졌다. 그리고 나머지 3백70만 달러의 기금모금은 현 건립준비위의 손을 떠났다고 보면 된다. 그들은 할 만큼 맡은 바 소임을 다 했다. 이제 동포사회에서 그들과 함께, 보다 더 강한 조직을 재 탄생시켜서 더 강하게 밀어붙여야 할 때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난 60년 동안 우리들의 후손들과 이민 후세들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를 함께 곰곰이 생각해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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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중 전 버지니아한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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