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6일엔 트럼프 행정부가 캘리포니아를 상대로 ‘피난처 법’ 무효화 위헌소송을 제기했고, 3월26일엔 캘리포니아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센서스 질문 관련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의 대통령과 미국 최대 주정부의 싸움이 갈수록 뜨겁게 치닫고 있다. 다카 폐지에서 오바마케어, 환경보호, 세제개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정책의 방향이 엇나가지만 ‘트럼프 대 캘리포니아’의 핵심은 ‘이민전쟁’이다.
작심한 듯 하루가 멀다 하고 반이민 정책을 쏟아놓는 트럼프 행정부가 2020년 센서스에 시민권 소지 여부 질문을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한 것은 3월26일 오후 늦게였고 캘리포니아가 소송을 제기한 것은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뉴욕 등 17개주와 7개 도시도 4월3일 같은 소송을 제기했다. 총수권자와 맞서야하는 힘겨운 싸움이지만 외로운 투쟁은 아닌 셈이다!)
2020년 센서스에 추가 포함시키겠다는 질문은 한 가지다 : “당신은 시민권자 입니까?” 시민권자들에겐 별 것 아니지만 신분이 불안한 이민자들에겐, 특히 요즘 같은 추방공포 시대엔 ‘피가 얼어붙는’ 질문이다. 당연히 이민 사회의 센서스 참여율은 대폭 하락할 것이다.
미국의 헌법은 매 10년마다 실시하는 인구조사 ‘센서스’를 통해 미 전국 거주자를 최대한 정확하게 카운트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모든 시민권자’가 아닌 ‘모든 사람’을 카운트한 센서스 결과를 근거로 435석의 연방하원 의석과 7,000억 달러 규모의 연방기금이 각 주에 배정된다.
센서스에 시민권 질문이 포함될 경우 16개주의 하원 의석수가 늘거나 줄 것이다. 이민자가 많은 캘리포니아는 최소 1석을 잃고, 카운트에서 빠진 1인당 2,000달러씩 매년 20억 달러의 연방지원 기금이 줄어들 것으로 주 정부는 추산한다.
상무부가 발표한 시민권 질문 결정은 참여 저조를 우려한 센서스 담당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의 요청에 의해 이루어졌다. 유권자 수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투표권법 위반을 막아 ‘마이너리티 유권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트럼프 행정부가 밝힌, 그러나 아무도 믿지 않는, 시민권 질문 추가의 공식 이유다.
유권자 수는 이미 300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포괄적 확대조사인 ‘아메리칸 커뮤니티 서베이’를 통해 효과적으로 집계되고 있다. 마이너리티 유권자 보호? 그건 뉴욕타임스가 ‘헛소리’란 한마디로 일축할 만큼 ‘반 마이너리티의 기수’인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과 트럼프에겐 어울리지 않는, 듣기에도 민망한 구실이다. 그보다는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이민 밀집 민주당 우세 주들의 파워를 약화시키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전략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다.
이민사회 시각에서 보면 하원 의석과 연방기금 감소 못지않게 우려되는 것은 센서스에 참여할 경우 비시민권자 거주지에 대한 정보가 추방단속에 악용될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건 한 나라의 정부가, 민주 정부가, 이민의 나라 정부가 할 ‘짓’이 아니지만 상식적 기준이 사라진지 오래인 현 행정부에선 안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비 당파적인 센서스를 노골적으로 정치에 이용하려는 의도가 뻔히 보인다 해도 위헌 투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센서스 관련 권한은 연방정부에 있고 캘리포니아는 “시민권 질문이 ‘모든 사람’에 대한 정확한 카운트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증명하라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UC어바인 법대 리처드 헤이슨 교수는 이번 승소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에 비해 연방 법무부가 제기한 ‘피난처 법’ 소송은 캘리포니아에겐 해볼 만한 싸움이다. 경찰 등 주 공무원과 민간 고용주의 연방 이민단속 협조를 제한한 세 가지 피난처 법의 무효화를 요구하는 소송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법이 주법에 우선한다는 ‘최고법 조항’을 주장할 것이고 캘리포니아는 ‘주의 주권’ 조항을 근거로 연방정부가 로컬 경찰을 이민단속 업무에 징집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연방법 우선은 사실이지만 연방정부가 주 정부에 집행 업무를 강요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므로 연방의 이민 단속을 막거나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돕지 않겠다는 캘리포니아의 소극적 자세는 합법적이라는 것이다. (소극적 자세에 대한 이유도 충분하다. 이민사회가 로컬경찰을 이민단속 요원으로 본다면 범죄 신고 및 목격자 증언이 줄어들면서 공공안전에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피난처 법으로 인해 “주정부가 ‘불개입’ 입장에서 연방 업무에 대한 ‘방해’로 선을 넘었는가” - 그것이 법원에서 판가름 지어질 쟁점이라고 LA타임스는 지적했다.
‘피난처’는 연방정부가 이를 시행하는 지역정부에 연방지원을 끊겠다고 위협하거나 소송을 제기할 만큼 극단적 정책이 아니다. 연방 이민단속과 지역 치안을 분리하여 법을 지키며 사는 서류미비 이민자들이 추방의 두려움 없이 경찰의 보호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법을 지키는 이민자는 보호하고 위험한 범죄자는 추방시켜 주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합리적이며 인도적인 정책이다. 연방정부가 반이민으로 치닫지 않는다면 ‘극단적인’ 관련법을 따로 입법화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센서스 소송과 피난처 소송, 둘 다 어느 한 쪽도 승리를 자신하기 어려운 소송이다. 전문가들의 예상도 엇갈린다. 아마도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나올 것이며 그 판결은 장기적으로 연방 이민정책에 주 정부가 얼마나 반대할 수 있는가의 기준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 긴 법정투쟁 중에도 트럼프는 끊임없이 더 강경한 이민정책을 내놓을 것이고 이에 맞서는 캘리포니아도 저항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반이민’이 자신의 표밭을 다지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믿는 트럼프가 백악관에 있는 한 대립은 계속될 것이다. 2년이나 더 남았다…아직 몇 번은 더 ‘트럼프 대 캘리포니아’ 속편을 쓰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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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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