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우 변호사
대통령이 더 믿을 만한가, 외설 영화배우가 더 신빙성이 있나? 지난달 25일 CBS의 시사 프로그램 ‘60분간’ 에서 스토미 다니엘스란 성인영화 배우는 멜라니 여사가 득남했던 10여 년 전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를 가졌던 것을 소상하게 발설했다.
그리고 다니엘스는 2016년 대선 직전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를 통해 13만 달러를 받으면서 그 사실을 비밀에 부치기로 합의했던 배경에 대해서도 신변에 위협을 느껴 마지못해 한 일이라고 해명한다. 기막힌 노릇은 무려 2,200여 만이 시청한 그 프로그램이 방영된 후 여론조사에 의하면 트럼프를 믿는다는 사람들보다 다니엘스를 믿는다는 사람들이 세 배, 즉 60%가 넘는다는 사실이다.
어찌 이 지경이 되었나? 트럼프 자신과 그 측근들의 지속적인 거짓말 행각이 불러온 자업자득이다. 2017년 1월 취임식 때부터 관중수가 역사상 최고라고 우긴 게 트럼프 자신과 당시의 공보비서였다.
다니엘스가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이 작성한 합의서에 서명하고 돈을 받는 조건으로 정사 사실을 발설하지 않기로 한 시점은 2016년 대선 직전이었기에 만약 당시 그 불륜사건이 알려졌다면 선거결과가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제 와서 다니엘스와 그의 새 변호사가 비밀유지합의서(NDA, Non-Disclosure Agreement)를 무효화해달라고 제소하고 나오는 이면에는 미디어의 주목을 받아 성인영화 출연료를 높이려는 꼼수가 있을 수도 있다.
또 코언이 작성한 서류에 도널드 트럼프의 본명 대신 D.D란 가명을 쓴 서명란에 서명이 없고 변호사의 서명만 있는 것이 구실을 제공한 면도 있다. 그러나 코언이 당사자인 트럼프와 상의 한마디 없이 자신이 집을 담보로 13만 달러를 빌려 다니엘스에게 지불했다는 주장은 정말로 믿기 어렵다. 세상에 어떤 변호사가 그렇게 하겠나? 더구나 13만 달러를 트럼프가 코언에게 갚지 않았다면 선거헌금으로 간주될 수 있는바 개인이면 헌금이 2,700달러 미만이어야 하기 때문에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다니엘스와의 NDA에는 그가 약속을 어기고 트럼프와의 불륜 사실을 발설하면 건당 100만 달러의 벌금을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어 현재까지 22번 위반에 대한 2,200만 달러를 요구하는 사건이 진행 중이다.
다니엘스 측도 쌍방의 분규가 있을 때 NDA에 나와 있는 비공개의 중재조정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조항 때문에 일차적으로 패배를 겪은 후 트럼프의 서명이 없는 것 등의 이유를 들어 NDA를 무효화해달라는 소송을 캘리포니아 소재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했다. 다니엘스는 또한 코언과 트럼프를 명예훼손으로 연방법원에 고소해 놓은 상태라 앞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다니엘스 외에 다른 두 여자들도 트럼프의 부도덕한 행위를 폭로하는 데도 공화당 상하 양원 중진들의 침묵에 가까운 태도는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다 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또 트럼프를 지지했던 소위 바이블 벨트 기독교인들의 함구도 불가사의다.
NDA 관련, 더 기막힌 뉴스는 트럼프가 자신의 사조직과 정권인수위 때 사용하던 문건에 대해 백악관과 연방정부 고위층들에게 이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임기 중만이 아니라 임기 후에도 비밀을 지킨다는 문구가 들어있으며 약속을 어길 경우 1,000만 달러의 벌금을 물 수 있게 되었다는 보도도 있으니 그것 역시 전무후무한 역사적 오점이 될 것이다.
이미 현행법으로 국가기밀은 퇴임 이후에도 공표할 수 없기에 국방장관이나 CIA 국장 등 고위직에 있었던 사람들이 회고록을 쓸 때는 해당기관에 원고를 제출하여 검토하는 제도가 있다. 트럼프의 NDA 서명 요구는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사전에 억압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 아마도 로버트 뮬러 3세 특별검사의 철두철미한 수사 때문에 사법절차 방해죄와 러시아와의 공조 등으로 2018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될 경우 탄핵소추의 위험성을 몸으로 느끼기 때문인지 트럼프의 일거수일투족은 점점 비정상의 늪으로 빠져 들어가는 느낌이다.
그저 도박사업이나 하면서 협잡에 가까운 행태로 돈을 벌고 여러 여자들을 농락하면서 살던 사람이 국정의 중심에 있다는 게 미국의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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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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