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양곡 정신과 전문의
차를 타고 가다 길가를 걸어가는 중년 여인과 청년을 보았다. 그들은 모자 간 같은데 서로 손짓과 몸짓, 얼굴표정으로 말을 주고받으며 정답게 걷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옛 환자들을 잊어버릴 때도 되었는데 어떤 계기가 되면 그들은 내 머릿속에 또 나타나곤 한다.
내 오감들로부터 얻은 정보로 시작하여 편도체, 해마, 시상하부, 측두엽, 전두엽으로 이어지는 인지기능의 길이 아직도 크게 손상되지 않은 모양이다. 인지기능은 인간의 기억, 주의력, 시공간 인식, 판단력, 감정표현 등을 포함한 총괄적 지성과 감성능력의 집합체를 뜻한다.
20대 초반의 남자였다. 오피스에 올 때는 항상 어머니와 함께 왔다. 그는 나면서부터 귀도 안 들리고 말도 못하는 장애인이었다. 그와의 소통은 글로 하거나 아니면 어머니를 통해서 정보를 얻곤 했었다.
언어는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다. 과거의 경험들을 기록하여 전달함으로써 문화와 문명을 발전시켰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도구도 되었다. 언어는 또한 자신의 있음을 보여주고 사회적 동물로서 인관관계를 유지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이민자 가정에서 언어의 역할은 중요하다. 많은 이민가정의 자녀문제들이 언어소통과 맞물려 있다. 이민 1세 가정에서 부모는 모국어로 2세 자녀들은 미국어로 대화한다. 간단한 소통은 이루어지지만 언어에 담겨있는 정서적, 문화적 의미는 잘 통하지 않아 서로 마음 열기가 힘들어 진다. 그로 인해 자녀들은 정체성 형성 시기인 사춘기에 반항과 방황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신이 인간의 언어를 시기질투 했던 사건도 있었다. 창세기의 바벨탑 이야기다. 인간이 하나의 언어로 서로 소통하여 신이 거처하는 하늘까지 탑을 쌓으려 하자 신은 크게 놀랐다. 그래서 신이 궁리한 끝에 여러 다른 언어들을 만들어 인간을 혼란에 빠트리고 의사소통을 못하게 하자 쌓던 탑은 무너지고 그 후 소통부재로 인한 전쟁이 계속돼 인간역사를 피로 물들게 했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진다.
언어를 말로 표현하는 뇌 중추는 좌뇌 전두엽의 브로카(Broca) 영역이고, 듣고 이해하는 영역은 좌뇌 측두엽의 워니케(Wernicke) 영역이다. 말은 잘 하는데 앞뒤 내용이 안 맞으면 측두엽이 손상된 실어증이고, 말은 못하지만 뜻은 잘 이해하면 전두엽이 손상된 실어증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의하면 언어체계가 죄뇌의 브로카와 측두엽의 워니케에 국한된 게 아니라 소리의 높낮음, 소리에 들어있는 감정, 몸짓과 얼굴표정의 이해 등 좌뇌의 다른 영역과 우뇌의 상당부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언어장애는 유전이나 출생 시 뇌손상 그리고 모체의 심신상태 이상으로 뇌의 청각기능과 발음기관에 손상이 생긴 선천적 원인과 출생 후 신체적 정신적 질병, 약물중독, 사고 등 후천적 요인으로 일어난다. 드물게는 처음부터 말을 배우지 못해 말을 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말을 배우는 나이는 생후 1년 반에서 세 살 사이인데 이때 말을 잘 배우지 못하면 평생 말 때문에 고생하며 살게 된다.
언어장애가 주된 증상의 하나인 자폐증이란 정신질환이 있다. 생애 초기에 나타나는 언어소통 결핍으로 정서적, 사회적 성장에 이상이 있어 현실이 아닌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 자폐증은 1940년대까지 소아 정신분열증으로 알려지다가 1980년대에 공식적으로 발달장애란 진단명이 채택되었다. 대부분 3세 이전에 발생하며 남자아이에게 흔하고 발병률은 100명당 1명이 조금 넘는다.
자폐증의 핵심 증상은 의사소통 및 언어발달 장애로 사회적 상호교류가 원만하지 못하고, 어느 사물에 특이한 흥미와 호기심을 보이며 정서장애, 지능장애, 행동장애도 나타난다. 원인은 확실하지 않고, 유전이나 뇌 조직 자체의 이상을 추측하고 있다
앞서 말한 환자는 농아에다 우울증과 경미한 자폐증상도 가지고 있었다. 자기가 장애인으로 태어나 온 가족의 짐이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폐증세가 심해지면 자신을 제어하지 못해 소리 지르고 공격적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내가 그때 수화를 할 줄 알았더라면 그를 좀 더 잘 보아줄 수 있었는데 후회를 하며 언젠가는 수화를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금년 겨울에야 수화강의에 등록하여 배웠다. 너무 오래 지나 실행했지만 그래도 옛 환자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은 던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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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인간의 언어를 시기질투 했던 사건도 있었다. 창세기의 바벨탑 이야기다. ...인간이 하나의 언어로 우스갯소리도 전해진다." (천양곡 정신과 전문의) 에서 '...우스갯 소리도 전해진다' 라는 표현은 전문의 로서 삼가해야할 표현입니다. 성경에서 나온 내용입니다.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어떤 특정 종교에서 믿는 바를 '우스갯 소리'라고 표현한것은 너무 상식이 없는 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