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피고 꽃향기 날리는 춘삼월은 환희와 낙심의 계절이기도 하다. 대학 진학생을 둔 가정마다 기쁨의 환호성과 실망의 장탄식이 수시로 반복되는 집단 조울증의 계절이다.
3월에 시작된 각 대학 합격자 발표는 이번 주 하버드 등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발표로 일단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원하던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은 생애 가장 신나고 홀가분한 날들을 맞을 것이고, 실망스런 결과를 얻은 학생들은 한동안 침울한 날들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서 학부모들은 당사자 못지않게 가슴 뿌듯하거나 상심해 있을 것이다. 부모로서 자녀교육의 성적표를 받은 듯 심각해질 수 있는데, 경험자로서 말하자면 그건 아니다. 인생은 길고, 대학 합격은 긴 여정의 한 이정표일 뿐이다.
우리 신문사의 한 동료는 아들이 명문, 칼텍에 합격해 희색이 만면하다. 그의 아들은 9학년 때부터 전 과목 AP/아너 클래스였고, 4년 내내 올 A 학점에, 11학년 때 처음 본 SAT 점수가 1580점이어서 두 번 다시 볼 필요가 없었고, 바이올린 테니스 오케스트라 등 과외활동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면서 전교수석으로 졸업하는 최우수 학생이다.
그러니 그의 명문대 합격이 ‘뉴스’일 수는 없겠다. ‘뉴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스런 경험을 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아이비리그 쪽 지원 결과나 당연히 합격권인 UC계열 대학 통보가 예상에서 빗나간 경우들이 있었다.
“합격할 줄 알았던 데서는 안 되고 큰 기대 안했던 데서는 되고 … 입학사정 기준이 뭔지 모르겠어요. 성적으로는 탑클래스인데, 왜 결과가 이렇게 들쭉날쭉한지 종잡을 수가 없어요.”
자녀의 합격 불합격을 떠나 대부분 학부모들이 갖는 의문이다. 커트라인이 있어서 0.1점 차이로 붙고 떨어지는 데 익숙한 한인1세들에게는 특히 알 수 없는 것이 미국대학 입시제도이다. 대학들은 무슨 근거로 합격 불합격을 결정하는지 대학의 입장에서 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학입시와 관련,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치열한 경쟁률 그래서 낮은 합격률이다. 지난 28일 합격자 발표를 한 하버드의 올해 합격률은 4.59%였다. 4만2,749명이 지원해 1,962명이 합격했다. 4만 명 이상이 불합격의 고배를 마신 것이다. 프린스턴, 예일, 브라운 등 명문사립 그리고 공립인 UC 계열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상황은 비슷하다.
입학경쟁이 해마다 치열해지는 걸까. 숫자로 보면 그렇지만 실제로 입학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원인은 지원자 인플레 현상. 너무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는 것이다. 일등공신은 인터넷이다. 원서를 일일이 써서 우편으로 보내던 때는 상상도 못하던 편리함이 진학생들의 지원 태도를 바꾸어 놓았다.
게다가 온라인 공동 지원(Common Application)이 보편화 하면서 원서 한번 작성하면 원하는 대학 모두에 지원할 수가 있다. ‘안 되면 말고’ ‘그래도 혹시 모르니’ 식의 지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원자는 늘고 경쟁률은 치솟았지만, 실제로 합격 가능성 있는 지원자들만 떼어놓고 보면 이전과 비슷한 숫자라고 한다.
경쟁률 수직상승에는 명문대학들의 교묘한 이미지 관리도 한몫하고 있다. 우수 대학 랭킹에서 중요한 요소는 합격률과 더불어 합격자 수락률이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그리고 합격자들 중 실제로 입학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우수 대학으로 인정받는다. 그래서 되도록 많은 지원을 받고, 제한된 숫자만 합격시키는 한편, 합격해도 오지 않을 학생들은 아예 떨어트리는 것이 대학들의 전략이다. 아이비리그 합격생들이 UC 대학에서 떨어지는 배경이다.
그렇다면 최고성적에 과외활동 경력도 우수한 학생들이 명문사립대학에서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대학은 대학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뽑기 때문이다.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내 아들 내 딸이 대학 측에서 보기에는 많은 우수한 인재들 중 한명일 수가 있다.
게다가 한인 등 아시안 학생들은 ‘아시안 벽’을 넘어야 한다. 대학들의 아시안 차별을 증명할 수는 없지만 ‘아시안 스테레오타입’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아시안 학생들은 학과성적 시험점수 높고, 수학 과학에서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대학 측은 아무리 우수해도 비슷한 학생들 중에서는 일부만 추려낸다. 아시안은 아시안끼리의 경쟁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명문사립에는 또 그보다 훨씬 높은 벽이 존재한다. 대학이 학교발전 명목으로 정한 합격 우선 대상이다. 예를 들면 부모가 대학 동문이거나 교직원, 거액의 기부자이거나 영향력 있는 유명인사인 경우 지원자는 합격 0순위이다. 아울러 스포츠 스타나 음악 미술에서 탁월한 재능이 있는 경우 우선적으로 합격이 보장된다. 일반 학생들은 도저히 어쩔 수 없는 벽이다.
이 봄에 합격통지를 받은 모든 학생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그리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한 모든 학생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한다. 실패를 더 큰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으라는 것, 반전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대학을 가느냐 보다는 어떻게 대학생활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든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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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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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4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한국 언론들은 마치 대학 입학 자체가 목적이 되는것처럼 몰아 가는 경향이 있는데, 명문 명문 하는 언론은 정말 반성해야합니다. 자기가 원하는 대학 못간 학생을 실패라고 하지 맙시다. 대학은 성공에 도달하는 과정이지 성공의 척도가 아닙니다. 이런식으로 소이 명문이라는 대학에 붙고 안 붙고를 성공 실패로 따지는 문화가 한국 학생들을 힘들게 만드는거라 생각합니다.
칼텍입학이 대단한건가요??
언론이 너무 자극적으로 부추기는것도 문제지요. 철지난 아이비리그장사와 입학성공담으로 애들 자극하지만 졸업한 학생이나 성공한 졸업생의 이야기는 뒷전이지요. 진실이 알려지면 안되니까?
사람이 먼저 되어야 오래감을 앎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