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긍정의 시대에 살고 있을까. 아니면 부정의 시대에 살고 있을까. 빈익빈 부익부 등의 사회상 하에선 결코 긍정의 시대에는 살고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사회의 부정적 시야에만 눈을 돌리다 보면 자신의 긍정적 마인드마저도 깨져 버릴 수 있는 허점을 안아야만 한다. 이것이 문제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부정과 긍정. 이 가운데 저울추를 놓고 달아 보면 어떤 곳이 더 높이 올라갈까. 부정의 마음이 긍정의 마음보다 더 많은 사람은 그만큼 생을 불안하게 보낼 확률이 크다. 한 마디로 불행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 반면, 긍정의 마음이 더 큰 사람에겐 행복의 여지가 더 많이 주어진다. 긍정의 눈으로 모든 것을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긍정이란 무엇이고 부정이란 무엇일까. 포괄적 의미다. 긍정은 희망을 보는 것이고 부정은 좌절을 보는 것이다. 긍정의 대표적 이름으론 아우슈비츠 감옥에서 살아나온 빅터 프랭클 박사가 있다. 부정의 대표적 이름으론 좌절 속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모든 자살자들의 이름을 포함하면 될 것 같다.
스톡데일 패러독소란 말이 있다. 베트남 전쟁 미군포로 중 가장 고위층인 스톡데일 장군의 이름에서 따 온 용어다. 그는 8년간의 포로생활 중 극심한 고초를 겪었다. 그렇지만 많은 포로들이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게 했고 그도 살아나온 영웅으로 취급된다. 그가 취한 방법은 막연한 낙관주의가 아닌 긍정을 포함한 현실주의였다.
아무리 극한 상황 하에서도 끝내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눈앞에 닥친 현실 속의 냉혹한 사실들을 직시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스톡데일 패러독소다. 빨간 안경이 아닌 파란안경을 끼고 있어도 현실적인 빨간 등을 무시하진 말란 뜻이다. 파란안경을 낀 채 빨간 등을 향해 돌진하면 결국은 파멸이기에 그렇다.
지난 1월12일, 예일대학교에선 학교 사상 최고의 인기 클래스 등록이 있었다. 산토스 박사의 심리학 강의로 제목은 ‘심리학과 좋은 삶’이다. 1,182명이 등록했다. 이 숫자는 예일대 학부생의 거의 4분의 1에 해당한단다. 내용은 긍정적인 심리학과 행동변화 및 실생활에서 그러한 교훈에 따라 살아가는 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보다 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는 법은 긍정의 마인드를 갖는 것이라고 산토스는 가르친다. 푸시킨의 말이 떠오른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하지말라/ 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쁜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우울한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그리워지나니!”
그래, 긍정의 마음이란 세상이 아무리 부정적으로 돌아가더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않는 것일 게다. 화내면 자신만 손해다. 슬퍼하면 우울해 진다. 혈압 올라가고 심장 벌렁거리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할 일은 있다. 현실엔 참여해야 한다. 투표 행사에는 꼭 참여하여 바른 사람과 바른 법을 갖는 권리는 행사해야만 한다.
부정의 생은 허무주의와 많은 연관을 갖는다. 허무주의는 또 염세주의와 관련을 맺는다. 이들은 긍정의 삶인 낭만주의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겐 커다란 벽으로 다가올 수 있다. 생을 고통으로 본 석가모니의 사상은 염세주의적 같다. 하지만 고집멸도로 이어지는 그의 사상은 결국 해탈이란 염세 극복의 장으로 들어가 성취된다.
니체와 쇼펜하우어도 마찬가지. 쇼펜하우어는 맹목적인 낙천주의를 조심하라고 한다. 이 말은 맹목적인 긍정은 긍정이 아닐 수 있음을 암시한다. 신을 부정하며 신은 죽었다고까지 한 니체. 그는 기존의 가치를 부정한다. 부정과 허무의 철학으로 합리주의와 계몽주의에 정면 도전했다. 허나 정신병원에서의 그의 말년은 비참했다.
독일 철학자 헤겔의 변증법적 정.반.합, 철학은 지금도 유용하다. 긍정과 부정 속에 합이 들어 있을 수 있음에다. 그러니 부정이라고 다 나쁜 것만은 아닐 게다. 하지만 한 개인의 생, 안에서의 긍정과 부정의 관점은 하늘과 땅의 차이를 나타낼 수 있다. 현실을 사는 우리에겐 푸시킨의 긍정의 마인드가 더 필요로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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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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