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뉴스들을 쾅쾅 터트리며 2018년이 흘러가고 있다.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올림픽 남북한 단일팀, 4월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 5월로 잡힌 북미정상회담 그리고 #미투 열풍에 추락하는 각계 인사들, 반복되는 학교 총기난사 사건,백악관을 조여드는 러시아 스캔들과 섹스 스캔들, 트위터 한 줄로 교체되는 국무장관 … 세상은 소란하고 뉴스는 넘쳐난다.
매일 밀물처럼 밀려오고 밀려가는 뉴스의 파도 속에서 간혹 쉽게 쓸려 나가지 않는 뉴스들이 있다. 어떤 울림이 있는 뉴스, 그래서 사람들의 가슴에 박히는 뉴스이다. 요즘 캐나다, 퀘백 의사들의 청원운동이 내게는 그런뉴스이다.
퀘백의 의사들은 지난 달 말부터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퀘백 의료연맹이 주정부와 합의한 연봉 인상안에 반대하는 운동이다. 봉급 인상분이 너무 적으니 더 올려달라는 청원이 아니다.“ 우리는 더 받지 않아도 되니 그 돈을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간호사나 병원직원들에게 써 달라”는 탄원 이다.
전 국민 무상 공공의료제도를 실시 하는 캐나다에서 의사들은 주정부로 부터 봉급을 받는다. 캐나다 건강정보연구소의 지난해 9월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가정의의 연봉은 미화로 평균 21만2,000달러, 외과 전문의 연봉은 35만5,000달러 정도. 지난달 주정부와 합의된 인상안은 가정의와 전문의의 봉급을 각각 매년 1,8%, 1.4%씩 올린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공공의료제도를 위한 퀘백 의료인들(MQRP)’이라는 그룹이 반발하고 나섰다. “건전한 공공의료 시스템의 가치를 믿는 우리, 퀘벡 의사들은 최근 합의된 봉급인상에 반대 한다”는 온라인 청원이 시작되고, 이제까지 근 800명의 의사와 레지던트
들이 서명했다. 의사들은 ‘불쾌감’과 ‘충격’을 토로했는데, 그 이유가 참으로 신선하다. 여간해서는 듣기 어려운 말을 그들은 하고 있다.
발단은 주정부의 예산삭감이었다. 지난 몇 년 계속 예산이 깎여서 간호사, 행정직원 등은 저임금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환자들은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우리 (의사들)만 봉급 인상이라니 …” 불쾌 하고 충격적이라고 그들은 말했다.
“정해진 예산에서 의사들에게 돈이 더 가면 그만큼 다른 직원들에게 갈 돈이나 시스템 개선에 쓸 돈은 줄어 든다”고 이사벨 르블랑 MQRP 회장은 말한다. 그러니 의사 주머니를 더 불려 줄 것이 아니라 그 돈을 다른 데로 돌리는 게 의료시스템에 더 유익하다는 주장이다.
퀘백 의사들의 행동이 신선한 것은 그들의‘ 눈길’ 때문이다. 대부분 못 보는 것을 그들은 보고 있다. 앞만 보고 달리는 데 익숙한 우리는 좀처럼 옆으로 눈길을 돌리지 못한다. 목표를 향해 한눈팔지 말고 앞만 보라고, 남들보다 빨리 가려면 쉬지 말고 걷지도
말고, 달리라고 우리는 배워왔다.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이 사실‘ 우리’는 사라졌다. 내 성공, 내 봉급에만 관심이 집중 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옆으로 눈길 돌리는 걸 잊어버렸다. 직급이 낮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처우를 받고 있는지, 그들에게는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살피지 못한다. 매일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동료들 사이에 나른한 무관심이 팽배하다.
앞만 보고 달리는 문화의 정 반대편에 우분투(Ubuntu)가 있다. 아프리카 반투어에서 나온 말이라는 우분투는 아프리카가 자랑으로 삼는 개념이자 생활철학이다. 한마디로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개념이다.
우분투에 관해서는‘ 어느 인류학자의 이야기’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 부족을 연구하던 서양 인류학자가 어느 날 아이들과 놀이를 했다. 캔디와 과일을 잔뜩 담은 바구니를 멀리 나무 앞에 놓고 달리기에서 1등한 아이에게 상으로 주겠다고했다.
‘출발!’ 하면 기를 쓰고 달릴 줄 알았던 아이들은 놀랍게도 손에 손을 잡고 걸어가서 다함께 캔디와 과일을 나눠먹는 것이었다. 인류학자가 의아해서 물으니 대답이 ‘우분투’였다. 다른 친구들은 못 먹는 걸 혼자만 먹으면 즐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어
난 일인지 누군가 지어낸 이야기인지는 확실치 않다.
넬슨 만델라는 우분투에 관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통해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어떤 심오한 느낌”이라고 설명했었다. 인간은 서로 연결된 존재이니 이웃에게 마음을 열고 너그럽게 대하는 것은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도리라고 보는 시각이다, 그렇게 자연스
럽게 옆을 돌아보는 눈길을 우리는 많이 잊어버렸다.
며칠 전 지구를 떠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눈을 들어 별들을 보라”고 했다. 우주를 바라보라는 말이다. 우주를 바라보면 이 작은 지구상에 함께 사는 우리는 결국 하나이다. 앞만 보던 눈을 옆으로 돌려 나와 하나인 존재들을 좀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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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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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7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종교는 각자알아서 뭘믿는 믿고 기본적으로 인간에품성 을 갖춰야 자기종교강조말고 답답한사람아
부처님가르침에따라 구원이아닌 열반에 들고십습니다....
진정한 득도는 예수님의 사랑의 손길을 깨닫고 붙잡아야 구원에 이릅니다
인생의 참다운 목적은 득도인데???
인생의 참다운 목적인 예수님을 만나면 우리 모두 행복한 천국 생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