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 올림픽에 한국은 15개 종목에 144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그런데 이 중 올림픽에 4회 이상 참석한 선수는 남녀 통틀어 4명이다. 그 중에 한명이 노선영 선수다. 올림픽 참가는 하늘이 내리는 기회라고 말할 정도로 험난한 선발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을 거쳐 4번이나 참가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대하다. 혹독한 훈련과정을 거치는 동안 성실함, 끈기, 부상으로부터의 자기관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서구권에서는 올림픽에 참여하는 선수는 메달과 상관없이 “올림피안” 이라 부른다. 올해 4회 연속 올림픽 참가한 네 명 중 이상화 (500m 스피드) 는 기억해도 김현기 (스키점프) 와 이채원 (크로스컨트리) 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메달이 주는 기쁨과 감동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메달 밖의 선수를 홀대하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이번에 한국의 노선영 선수가 팀추월 경기에서 왕따 당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중계되어 도마 위에 올랐다. 전 세계 메스콤들은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장면” “엘리트 스포츠에서 약자를 괴롭히는 기분 나쁜 이야기” 와 같은 제목으로 기사화 시켰다.
성경에 보면 집 주인이 종들에게 금 5, 2, 그리고 1 달란트를 맞기고 멀리 떠나는 비유가 있다. (마 25장) 그런데 5. 2 달란트 받은 자는 이문을 남기지만 1 달란트 받은 자는 이문을 못 남긴다. 주인은 돌아와 이문을 남긴 자는 칭찬하고 그렇지 않는 자는 질타하신다. 이 비유를 오해하면 비유의 초점이 이문 여부에 따라 상 벌이 주어진다는 상급론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유를 자세히 살펴보면 초점은 다른 곳에 있다. 달란트의 가치를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다. 금 한 달란트는 평생을 일해도 만질 수 없는 엄청난 금액이다. 종들에게 은혜 (선물) 가 주어졌다는 의미다.
이 사실은 종들에 대한 주인의 평가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5, 2 달란트 받은 종들은 “우리가 주인께서 주신 달란트로 이만큼 남겼습니다” 라며 보고한다. 그러자 주인은 “착하고 충실한 종아, … 너는 주인의 기쁨에 참여하여라” 고 기뻐한다. 주인의 칭찬에는 그 어떤 비교나 결과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이 없다. 단지 “충성된 종” 과 “주인의 기쁨에 참여한 것” 만을 언급할 뿐이다. 하지만 1 달란트 받는 종은 “내 주인은 남의 것을 빼앗아 이득을 챙기는 지독한 사람” 이라고 보고한다. 그러자 주인은 “악한 종아 네가 어찌 나를 모르는가” 라며 꾸짖는다. 주인의 꾸짖음에는 역시 그 어떤 비교나 결과에 대한 언급이 없다. 단지 그가 주인의 은혜를 외곡하고 모독 했음을 언급할 뿐이다. 따라서 비유의 초점은 주인이 주신 달란트 (재능, 선물 등) 에 종들이 얼마나 감사와 기쁨
으로 반응하느냐에 있다.
노선영 선수는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 “항상 성실했던 스케이터” 로 기억되고 싶다고 답했다. 또 “이 사회가 메달 딴 선수에게만 집중하기보다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관심을 보였으면 좋겠다” 라고 답했다. 노선영은 올림픽 4회 출전의 올림피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달 딸 실력이 안된다고 배척 당한다면 잔인하다. 그녀의 탁월한 재능을 감사하며 기뻐하기 보다는 오히려 “왜 올림픽에 나왔어” 와 같은 불평거리로 만든 격이다.
이 세상에는 자기 영역에서 감사와 기쁨으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충성된 종들이 많다. 그 중에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금메달보다 더욱 감동을 선물할 감추어진 인물들로 많다. 메달도 중요하지만 메달이 없다 하더라도 주어진 재능을 감사하며 기쁨으로 충성하는 것 또한 귀히 여길 일이다. 그러기에 신자는 비록 결과가 세상적 시각의 기대치에 못 미친다 해서 낙심할 이유가 없다. 하나님은 비교나 결과보다는 내게 주어진 선물(생명, 은혜) 에 대해 감사하여 기쁨으로 선물을 사용하는 것을 칭찬하시기 때문이다. “… 착하고 충성된 종아 … 네가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 (마 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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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철 목사/천성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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