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6% 고성장ㆍ1억 육박 인구대국, 탄탄한 내수기반 갖춰
▶ 30% 젊은층의 중산층도 늘어 ITㆍ유아용품 시장 급성장
지난 6일 오전 8시께(현지시각) 고층빌딩이 몰려 있는 베트남 하노이 롯데호텔 앞 사거리는 출근길 차량과 오토바이가 얽혀 몹시 혼잡했다.
무수한 오토바이가 내뿜는 매캐한 연기 때문인지 하나같이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미세먼지 자욱한 중국 베이징이나 서울을 연상시켰다. 눈에 띄는 점은 신호 대기 중이거나 심지어 주행 중에도 한 손에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오토바이를 모는 모습이었다.
아이폰이나 갤럭시부터 슬라이드 형태의 2G폰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벤츠 같은 고급 세단과 짐을 실은 자전거가 함께 다니고 최신 스마트폰과 구형 플립폰이 공존하는 사회. 베트남의 압축성장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베트남 주재원 생활 17년째에 접어든 안성구 포스코 베트남홀딩스 경영지원실장은 “한국으로 치면 1960년대부터 2000년대가 함께 있는 셈”이라며 “베트남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은 최근 무서울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경제성장률(GDP)은 2014년 6%를 기록한 뒤 2015년 6.7%, 2016년 6.2%, 2017년 6.8% 등으로 매년 6%대 고공행진을 벌여왔다. 여기에 내수시장도 탄탄하다. 9,600만여명에 달하는 인구는 세계 15위 수준으로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 가운데 인도네시아(2억6,000만명), 필리핀(1억400만명)에 이어 가장 많다.
특히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15~34세 젊은 층이 전체 인구의 34%에 달한다. 이처럼 경제성장을 등에 업은 인구증가로 베트남 중산층 가구는 2016년 현재 647만가구에서 오는 2030년 769만가구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베트남 시장의 매력 때문에 한국은 물론 일본과 싱가포르·중국·홍콩 등 주변 국가들이 하나같이 돈을 싸들고 몰려들고 있다. 뚜렷한 제조 기반이 부족한 베트남 정부 역시 외국인 투자만이 유일한 성장동력이기에 적극적으로 유치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2000년대까지 중국을 무대로 삼아 성장해왔지만 중국이 자국 기업 육성에 나선데다 최근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으로 자의 반 타의 반 ‘탈중국’이 가속화하면서 베트남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최우혁 주베트남대사관 상무관은 “동남아를 살펴보면 미얀마나 캄보디아·라오스 등은 인프라가 부족하고 인도네시아는 섬으로 흩어진 반면 베트남은 여러모로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은 베트남 고성장세의 이익을 가장 가까이에서 누리고 있다. 2017년 한·베트남 수출입 교역액은 2016년보다 약 42% 증가한 639억달러로 중국·미국·일본에 이은 4위 규모다. 2012년 14위에서 2014년 8위로, 다시 2015년 현재 4위로 뛰어오른 뒤 이제는 3위 자리마저 넘본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베트남 순방 당시 쩐다이꽝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2020년까지 양국 간 연간 교역액을 현재의 두 배인 1,000억달러로 늘리기로 합의한 만큼 베트남은 신남방정책의 중심국이자 가장 중요한 경제우방인 셈이다.
어느 때보다 좋은 양국 외교관계도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는 긍정적이다. 일등공신은 삼성이다. 베트남은 남부 호찌민에 편중된 경제력을 수도인 하노이로 옮기고 싶어했고 2008년 삼성전자가 하노이 북부 박닌 지역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베트남 정부가 원하는 남북 간 균형발전의 성과를 상당 부분 올릴 수 있었다.
삼성전자의 베트남 고용 규모만도 11만명에 달하고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 계열사의 2016년 수출액은 399억달러로 베트남 전체 수출의 22.7%, 2017년에는 542억달러로 25.3%를 차지했다.
한류열풍을 매개로 젊은 층에는 가장 친하고 선망하는 나라로 한국이 지목되고 있다. 취재진이 머문 호텔 TV만 보더라도 공중파 채널 60여개 중 항상 한국 드라마가 3~4편씩 방영되고 있었다. 이 때문에 한국 가수들의 콘서트나 공연 티켓은 베트남 상층부에서 가장 귀한 선물로 꼽히기도 한다.
특히 김광석 중소기업진흥공단 하노이 수출인큐베이터 소장은 “기본적으로 베트남은 중국처럼 한국을 깔보지 않는다”며 “오히려 한국 자체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돼 이만한 경제 파트너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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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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