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 속에 박힌 운동 공식 대신,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인기
▶ 몸에 일부러 충격 줘 체지방 연소, 20초 운동ㆍ10초 휴식 규칙 지키며
이불 속이 더워지는 계절이다. 겨우내 처박아뒀던 운동복을 꺼내고 운동화 끈을 조이며 만물의 약동에 화답할 시간.
그러나 한달 뒤 운동복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있을 것이다. 온라인리서치회사 데이터스프링코리아가 1만6,173명에게 운동하기 가장 힘든 이유를 물었을 때 60.7%가 “귀찮아서”라는 답변을 내놨다. 우리가 운동을 귀찮아하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는 ‘한 번에 1시간 이상, 일주일에 최소 3회’라는 운동 공식 때문이다. 머리 속에 박혀 있는 이 공식 때문에, 지금까지 선량하고 게으른 수많은 이들이 죄책감에 시달리며 운동을 등졌다. 그러나 30분이라면 어떨까. 혹은 3분이라면?
운동 후 최대 72시간까지 체지방 연소
미국스포츠의학회(ACSM)가 전 세계 운동 전문가 4,000여명을 대상으로 ‘올해 가장 뜨는 운동’을 조사한 결과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HIIT)이 1위에 올랐다. 하이 인텐시티 인터벌 트레이닝(High Intensity Interval Training)의 약자인 HIIT는 굳이 한국말로 번역하면 ‘고강도 간헐적 운동’이다.
“강도 높게 ‘빡’ 했다가 쉬고 또 ‘빡’ 했다가 쉬는 운동이에요.” 서울 중구 오아시스 피트니스 우지인 대표의 설명이다. 한양대 체육학과 겸임교수이자 책 ‘1일 4분 몰입운동’의 저자인 그는 HIIT 중 하나인 타바타 트레이너들을 육성하는 코치다.
우 대표가 말하는 ‘빡’에 걸리는 시간은 20초. 20초 운동과 10초 휴식으로 구성된 한 라운드를 6~8회 반복하는 식이다. 20초에 코웃음을 치는 이가 있다면 지금 당장 맨몸으로 하는 운동 중 최고강도에 속한다는 버피 테스트를 해보자. 푸시업 동작과 점프 동작으로 이뤄진 버피 테스트는, 하루 종일 컴퓨터만 들여다 보는 사람을 기준으로 했을 때 대략 6회 정도에 동작이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20초다.
“최근 HIIT가 피트니스 계에서 1위가 된 이유가 있어요.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이 동시에 되거든요. 체지방도 빼주면서 요즘 유행하는 근육이 탄탄한 몸매를 만들어주는 거죠.”
무엇보다 좋은 점은 짧은 시간이다. 일본 운동생리학자 이즈미 다바타 박사는 1시간짜리 운동과 4분짜리 운동을 비교하는 유명한 실험을 통해 후자의 우수함을 증명한 바 있다. 운동선수를 A그룹과 B그룹으로 나눠 A그룹에겐 하루에 1시간, 주 5회의 보통 강도 운동을, B그룹에겐 하루 4분, 주 4회의 고강도 인터벌 운동을 각각 6주간 실시하게 한 것. 그 결과 A그룹은 심폐지구력(유산소)은 향상됐으나 근육(무산소)엔 큰 변화가 없었던 반면, B그룹은 심폐지구력이 A그룹보다 더 향상되고 무산소 능력은 무려 28%나 더 올라갔다. 4분 운동이 1시간에 ‘못지 않은’ 효과가 아니라 더 월등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비결은 몸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고강도에 있다. “숨이 턱까지 차는 운동을 통해 몸에 일부러 충격을 주는 거예요. 상처가 깊으면 회복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처럼 고강도 운동을 한 몸은 산소를 오랫동안 가져다 써요. HIIT 후 48시간에서 최대 72시간까지 체지방이 연소됩니다.”
운동을 시작하고 몸이 산소를 쓰기까지는 3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전까진 오로지 근육을 사용해 에너지를 낸다. 한 마디로 운동 중엔 근육을 쓰고 운동 후엔 산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무산소와 유산소 운동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몸이 견디기 어려울 만큼의 운동이란 어느 정도를 말할까. 통상 고강도라고 하면 최대 심박수가 80% 이상에 도달하는 운동을 말한다. 이를 운동자각도(RPE)로 바꾸면 10단계 중 8단계 이상이다. 책 ‘1일 4분 몰입운동’은 운동자각도를 1단계에서 10단계까지 나눴다. 1단계가 ‘TV를 보면서 사탕을 먹는’ 수준이라면 8단계는 ‘옆에서 질문을 하면 앓는 소리를 낼 수 있는’ 수준이다. 9단계는 ‘죽을 것 같은’, 10단계는 ‘이미 죽은’단계다.
“고강도 스피드 운동을 10~15분씩 유지하는 건 쉽지 않지만 20초라면 누구나 가능합니다. HIIT는 시간 분배나 동작에 따라 나뉘는데 필록싱, 타바타, 크로스핏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해요.”
“잘못하면 부상, 준비과정이 제일 중요해”
그래도 정말 3,4분 운동으로 충분할까. 운동에 대한 부채감으로 가득한 현대인에게 HIIT는 여전히 의심스럽다. 이에 대한 답변은 운동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것. 고강도 운동이 몸에 익었느냐 아니냐에 따라 3분이 될 수도, 30분이 될 수도 있다. 20초 간 버피 테스트를 한다고 할 때 그 중 10초를 동작을 기억하느라 우왕좌왕하는 데 써버린다면 제대로 된 HIIT 운동을 했다고 할 수 없다. 고강도를 버틸 수 있는 몸인지도 중요하다. 점프처럼 자신의 체중과 중력을 이용하는 동작의 경우 잘못하면 발목이 삐거나 부러질 수도 있다.
“고강도 운동은 몸을 격렬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자기 속도를 못 이기고 넘어질 수도 있어요. HIIT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이 다치지 않냐는 건데 준비 과정이 없으면 당연히 다치죠. 부상을 입지 않고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준비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운동 초보자에게 추천하는 방식은 3분짜리 HIIT를 하기 전, 같은 동작을 3분씩 반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버피 테스트와 스쿼트, 마운틴 클라이머 등 6개의 동작으로 3분을 하기로 했다면, 그 전에 버피 테스트 3분, 스쿼트 3분, 하는 식으로 6개의 동작을 3분씩 한 뒤 마지막에 총력을 다해 모든 동작을 이어서 하는 것. 연습과정에서도 20초 운동, 10초 휴식의 규칙을 지켜야 하며, 한 동작에서 다음 동작으로 넘어갈 때 1분씩 쉰다. 이렇게 하면 총 운동시간은 25분에서 30분 정도가 된다.
“처음엔 죽을 것 같다고 하는 사람도 3주 정도 지나면 다 해요. 두세 달 뒤엔 근육량이나 체중에서 어느 정도 자기 목표에 도달합니다. 그 뒤엔 정말로 하루 3,4분만 해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사이드 런지 ㅣ Side lunges
두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고 양팔을 머리위로 뻗어 준비한다. 한쪽 발을 옆으로 넓게 벌려 딛으며 무릎을 굽혀 깊게 앉는 자세를 취한다. 이때 양손을 벌려 위아래로 뻗고 헬리콥터 날개처럼 함께 스윙하며 움직임을 돕는다. 바닥을 차듯 밀어내며 다시 준비자세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허벅지 안쪽과 엉덩이를 탄력 있게 만들고 체중심을 이동하는 균형감각을 향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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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현 기자·사진 류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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