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상선기능저하증, 쉽게 피로, 체중 늘고 변비 생겨, 방치땐 심장질환 등 합병증
▶ 갑상선기능항진증, 체중 줄고 신경 예민…손 떨림도, 환자 3분의1 안구돌출증 나타나
# 45세 여성 A씨는 지난해 말부터 얼굴이 붓고 식욕이 없는데도 체중이 늘었다. 쉽게 피로를 느껴 의욕이 없고 기억력도 나빠진 듯하다. 피부 색깔이 누렇게 되고 땀이 안 나 거칠어졌다. 예전보다 추위를 잘 타고 변비도 심해졌다. 생리 양도 많아지고 불규칙해졌다. 가끔 손발이 저리고 쥐가 나기도 한다.
# 52세 남성 B씨는 식욕이 왕성해 잘 먹는데도 계속 체중이 줄어 걱정이다. 신경이 예민해져 쉽게 흥분하고 화도 잘 낸다. 집중이 잘 안 되고 팔다리 힘이 빠지고 손이 떨리는 증상도 생겼다. 대변 횟수가 늘어나고 변이 묽어졌다.
A씨와 B씨는 이런 증상으로 최근 병원을 찾았다. 각각 갑상선기능저하증, 갑상선기능항진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갑상선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이 적거나 많아서 생기는 질환이다. 적어도 탈, 많아도 탈인 셈이다. 갑상선 호르몬은 우리 몸의 대사작용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호르몬은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 섭취한 영양소를 에너지로 바꾸고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며 총 대사량을 늘리고 체내의 불필요한 물질을 배출하는 데 일조한다.
우리 몸이 연탄난로라면 갑상선 호르몬은 연탄난로 밑에 있는 공기 통로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공기 통로가 넓어지면 연탄이 빨리 타고 닫히면 천천히 탄다. 마찬가지로 갑상선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면 우리가 먹은 음식이 빨리 타서 없어지면서 열이 발생해 몸이 더워지고 땀이 많이 나며 체중이 빠진다. 자율신경이 흥분해서 심장이 빨리 뛰고 위장의 운동속도가 빨라져 대변을 자주 보거나 설사를 하게 된다. 신경이 예민해지고 손이 떨리는 증상도 나타난다.
반대로 갑상선 호르몬이 적게 분비되면 우리 몸의 대사가 감소해 춥고 땀이 나지 않으며 얼굴과 손발이 붓고 체중이 늘어난다. 자율신경이 둔해져 심장이 천천히 뛰고 위장의 운동속도가 느려져 변비가 생긴다. 정신활동이 저하되고 말이 느려지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진료인원은 갑상선기능저하증이 48만여명,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약 24만명에 이른다. 갑상선암 진료인원은 28만여명으로 그 중간쯤 된다. 갑상선호르몬은 뇌하수체에서 만들어지는 갑상선자극호르몬(TSH)에 의해 일정량이 유지된다. 하지만 갑상선에 병이 생기거나 뇌하수체·시상하부에 문제가 생기면 호르몬이 적게 또는 많이 만들어진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의 95% 이상은 갑상선에 병이 생겨 발생한다. 그중에서도 자가면역성 만성 갑상선염(하시모토병)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갑상선 절제 수술이나 방사성요오드 치료로 갑상선의 일부 또는 전부를 제거·파괴한 경우라면 평생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한다.
만성 갑상선염은 갑상선에 지속적인 염증이 생겨 정상적인 갑상선이 파괴된다. 10~20%에서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생긴다. 치료를 하지 않거나 진단이 늦어지면 심장질환·의식불명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나타나므로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정윤재 중앙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아기를 가지려고 한다면 반드시 갑상선 호르몬제로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하는 치료를 해야 임신율을 높이고 아기의 뇌 발달과 성장이 뒤처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증상을 못 느끼는 여성도 마찬가지이므로 아기를 갖기 전에 혈액검사 등을 통해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한지를 반드시 체크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의 80~90%는 그레이브스병 때문이다. 갑상선을 자극하는 항체가 갑상선에 달라붙어 자극, 필요 이상으로 호르몬을 만드는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이다. 20~50세 여성에서 남성의 3~5배 흔하게 발생한다. 여성의 경우 생리가 불순해지며 생리 양이 줄고 불규칙해진다. 유전적 요인도 중요하다. 남주영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음주·흡연을 하는 남성은 갑상선기능항진증 치료가 더디고 재발 위험이 높다”며 “눈이 튀어나오는 안구돌출증 위험도 크다”고 설명했다.
환자의 3분의1가량은 눈이 커지고 안구가 앞으로 돌출해 눈꺼풀이 붓고 결막에 충혈이 나타난다. 눈 안에 먼지나 모래가 들어간 것 같은 이물감을 느끼고 눈이 부시며 물체가 둘로 보이기도 한다. 안구돌출증은 발병 3~6개월께 가장 심해진 뒤 1년이 지나면 더 나빠지지 않는다. 눈꺼풀이 붓는 경우 베개를 높게 해 자고 심하면 이뇨제를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 잘 때 눈꺼풀이 감기지 않으면 각막 보호를 위해 눈가리개를 하고 외출 때 선글라스를 끼는 것이 좋다.
항진증은 우선 약물(항갑상선제)로 치료하고 부작용이 있거나 조절이 안 되면 방사성요오드 치료나 수술(갑상선 절제술)을 고려한다. 안구 증상은 심하지 않으면 치료하지 않아도 되지만 안구돌출이 심하고 물체가 둘로 보이는 등 증상이 심하면 안과 전문의와 상의해 약물·방사선 수술요법을 받아야 한다.
정윤재 교수는 “항갑상선제를 복용하면 4~6주 뒤부터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 2~3개월 뒤에는 거의 모든 증상이 없어지고 체중도 발병 전으로 돌아오며 1~2년가량 약을 먹으면 50~60%는 완치된다”며 “하지만 나머지 환자에서는 1~2년 안에 재발하는 게 단점”이라고 말했다. 해조류와 요오드 보충제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므로 자제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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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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