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 WHO 권고량 2배 섭취, 과잉섭취 땐 고혈압ㆍ뇌졸중, 알코올보다 사망원인 비중 커
▶ MSG 사용하면 짠맛은 유지, 나트륨 섭취는 30%까지 감소
한국인은 짠맛이 없으면 맛없다고 느낀다. 유난히 짠맛을 좋아하는 ‘나트륨 중독’인 셈이다.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2013년 4,583㎎, 2014년 4,027㎎, 2015년 3,890㎎, 2016년 3,890㎎, 2017년 3,669㎎(국민건강영양조사)으로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의 섭취 권고량(하루 2,000㎎ 미만ㆍ소금으로는 5g 미만)보다 여전히 두 배 가까이 많다.
이 때문에 ‘나트륨 적게 먹기 운동’을 펴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까지 3,500㎎ 이하로 줄인다는 목표를 수정했다. 나트륨을 과잉 섭취하면 혈압을 높여 콩팥병을 비롯해 골다공증, 뇌졸중, 심근경색 등도 유발할 수 있어 섭취를 줄여야 한다.
나트륨 과다 섭취 ‘고혈압 주범’
나트륨은 몸에 꼭 필요한 필수 무기질이다. 신진대사와 세포 삼투압을 유지하고, 체액의 pH를 조절하며 근육운동과 신경자극을 돕는다. 담즙, 췌장액, 장액 등 중요한 소화액의 재료여서 음식 소화와 흡수도 돕는다.
하지만 나트륨을 너무 많이 먹으면 혈압이 올라간다. 나트륨은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호르몬에 민감하다. 이 호르몬은 아침에 몸을 깨우기 위해 혈압을 10㎜Hg 정도 올린다. 나트륨은 이 호르몬 기능을 촉진해 혈관벽을 수축해 혈압을 높인다. 더욱이 물과 결합도 잘돼 혈액량을 늘려 한국인의 10대 사망 원인인 고혈압을 일으킨다.
나트륨은 콩팥 기능을 망가뜨린다. 콩팥은 우리 몸에 과잉 섭취된 나트륨을 체외로 배출한다. 나트륨을 장기간 과잉 섭취하면 다 배출하지 못한 나트륨이 콩팥에 쌓이면서 콩팥 여과 기능에 문제를 일으킨다. 과도하게 섭취한 나트륨을 몸 밖으로 내보내려면 콩팥 사용 혈액의 3분의 1이나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트륨은 골다공증과 퇴행성 관절염, 골통(骨痛) 등도 유발한다. 나트륨은 뼈 속 칼슘을 몸 밖으로 빠르게 배출해 골밀도를 낮추고, 골절, 키 위축, 연골 축소ㆍ소실 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아울러 폭식과 비만을 일으킨다. 소금의 짠 맛은 이를 중화시킬 탄산음료, 초콜릿 등 단 음식 욕구를 높여 폭식을 유도해 과체중, 비만까지 이어지게 한다. 이밖에 나트륨은 뇌 쾌락중추를 자극해 음식중독까지 일으킬 수 있다.
나트륨은 소금 형태로 대부분 음식에 첨가된다. 김치 간장 된장 고추장 라면 단무지 등도 나트륨 섭취량을 늘리는 식품이다. 육류와 우유, 콜라 등 음료수에도 나트륨이 적잖게 포함돼 있다. 김치와 장류를 좋아하는 한국인 식습관 특성상 나트륨을 줄이기란 여간 쉽지 않다. 다행히 식약처가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5월 국수ㆍ냉면ㆍ라면ㆍ햄버거ㆍ샌드위치, 식품 5종에 대해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트륨이 해장국 1인분(1,000g, 국물 포함)에 3,088㎎, 열무김치국수 1인분(800g)엔 2,007.5㎎이나 들어 있을 정도(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외식 영양성분 자료집 제5권’)로 여전히 나트륨에 많이 노출돼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말 가맹점 상위 5대 편의점(씨유 지에스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위드미)에서 파는 햄버거 3종(불고기버거 치즈버거 치킨버거) 14개 제품을 조사해보니, 나트륨 함량이 평균 994.6㎎이나 됐다.
“MSG로 나트륨 섭취 20~40% 감소”
나트륨 섭취를 줄일 방법도 있다. MSG(글루타민산나트륨ㆍMonosodium glutamate)를 활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MSG는 나트륨이 12% 정도 차지하지만 소금은 39%나 돼 나트륨이 3배 더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국립연구원은 2010년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소금 대신 MSG를 먼저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우리 식약처도 “MSG를 소금과 함께 먹으면 전체 나트륨 섭취를 20~40% 줄일 수 있다”(‘알기 쉬운 L-글루타민산나트륨에 관한 Q&A’)고 밝혔다.
오상석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MSG를 소량 사용하면 소금으로 음식 간을 맞출 때보다 나트륨 섭취를 25% 정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광원 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도 “MSG의 감칠맛이 짠맛을 높여 채소 죽이나 수프 등을 먹을 때 맛이 떨어지지 않는 수준에서 30%까지 나트륨 섭취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밖에 바나나 감자 우유 콩류 양배추 미역 귤 버섯 견과류 등은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걸 돕는다. 식사에서 매끼 국물 한 컵(200mL)을 덜 마시면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절반으로 낮출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싱겁게 먹기 운동’ 전도사인 김성권 서울대병원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는 “사망원인에서 소금중독은 알코올중독보다 비중이 더 크다”며 “평균수명이 늘면서 과도한 소금 섭취가 만성질환 유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김 명예교수는 “짜게 먹으면 골다공증ㆍ콩팥병 등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기 쉬운데 싱겁게 먹는 것이 건강의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나트륨 줄이기 조리사 매뉴얼
1. 나물 간은 하지 말고 양념장에 찍어 먹기
나물류는 먹기 직전 양념이나 양념장을 만들어 찍어 먹는다. 미리 양념에 무쳐 두면 수분이 많은 채소는 숨이 죽고 시간이 지날수록 싱거워져 더 많은 간을 첨가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양념을 만들어 찍어 먹으면 입에서 느끼는 간은 똑같지만 실제로 먹는 소금은 훨씬 적어진다.
2. 채소는 생으로 먹기
채소는 무침, 겉절이보다 생으로 먹는 게 좋다. 채소는 간을 해서 무치는 조리법보다 생으로 먹는 게 염분 섭취를 줄일 수 있다..
3. 조림과 볶음에는 육수를
조림이나 볶음 요리에 육수를 넣으면 짠맛을 줄일 수 있다. 조림, 볶음 또는 국을 끓일 때 다시마, 멸치 등을 이용한 육수를 넣으면 간도 되고 감칠맛과 구수한 맛을 주므로 간장과 소금의 양을 줄일 수 있다.
4. 소금 대신 향신료 이용하기
향이 강한 향신료나 양념을 활용한다. 소금으로 모든 간을 맞추기 보다는 향이 강한 채소를 넣거나 고춧가루, 마늘, 파 등을 넣어 주면 좋다.
5. 신맛 활용하기
레몬즙, 매실청 등을 활용하여 신맛을 첨가하면 소금간을 적게 해도 싱겁거나 맛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된다.
6. 나트륨 배출 효과가 있는 식재료 쓰기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돕는 식재료(감자, 우유, 콩류, 양배추, 미역, 귤, 버섯, 견과류 등) 칼륨, 칼슘, 마그네슘 등이 풍부한 식재료를 활용하면 나트륨 배출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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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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