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니스트 클라인, 영화 개봉 앞두고 서면 인터뷰
▶ 스티븐 스필버그 연출 블록버스터…가상현실서 벌이는 두뇌 게임 그려
"가상현실이 살아가기에 좀 더 좋은 곳이기 때문에 현실의 고통스러운 부분들을 방치하게 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적당히 절제할 수 있다면 현실 도피 역시 인간이 행복해질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가상현실을 본격적으로 다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레디 플레이어 원'의 원작자 어니스트 클라인(46)은 오는 28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연합뉴스와 가진 단독 서면 인터뷰에서 가상현실의 미래를 이렇게 전망했다.
영화의 원작인 동명의 SF 소설은 '2045년 가상현실 오아시스 게임에 숨겨진 세 가지 열쇠를 찾아서'란 부제를 달고 있다. 환경이 파괴되고 식량이 부족하며 빈부격차가 극심해지는 등 암울한 2045년이 시간적 배경이다. 가난한 10대 소년 '웨이드'는 이모의 판잣집에 얹혀살면서 비참함을 느끼지만, 거대한 가상현실 세계인 '오아시스'에 접속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위안을 받는다. 오아시스 안에는 아바타처럼 가상의 자아가 존재해 현실과 똑같이 살아간다.
그러다 웨이드는 오아시스의 개발자인 억만장자가 죽기 전 유언으로 남긴 수수께끼를 푸는 데 참가한다. 억만장자는 자신이 낸 수수께끼를 가장 먼저 푸는 사람에게 막대한 유산과 함께 오아시스 경영권까지 상속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오아시스 안에 수수께끼를 푸는 세 가지 열쇠를 숨겨뒀는데, 이는 그가 생전에 몰두한 1980년대 대중문화와 관련된 것들이다. 웨이드는 첫 번째 단서를 푸는 데 성공하지만, 그 순간 상금을 쟁취하기 위해서라면 살인도 마다하지 않을 경쟁자들의 표적이 된다.
미국에서 2012년 출간된 이 소설은 참신한 가상현실 세계와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됐고, 아마존에서 SF·판타지 분야 '올해의 책'으로도 꼽혔다. 한국에도 2015년 번역 출간돼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책의 인기에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달려들었고,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영화로 만들었다.
작가 클라인은 스필버그 영화의 완성도에 크게 만족한다며 한국의 소설 팬들이 영화를 꼭 즐겨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이 작품의 속편으로 미래의 또다른 화두인 AI에 관해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작가와의 문답 내용.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중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 완성된 영화에 얼마나 만족하나.
▲ 영화를 두 번이나 봤다. 정말 대단하다. 내 소설 속에 묘사된 두 세계,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인 오아시스를 믿기 힘들 정도로 완벽하게 시각적으로 구현해냈다. 영화 속 많은 것들이 내가 책을 쓸 때 상상했던 것들과 똑같았다. 책과는 다른 점들도 있지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원작과 다른 모든 부분을 나와 논의했고, 내 소설에서 이야기하고자 했던 바들을 확실하게 그려냈다.
- 당신은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이 소설도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썼나.
▲ 아니다. 나는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질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소설 속에서 내가 보여주고자 했던 많은 대중문화의 아이콘들 때문이다. 영화로 제작될 거란 일말의 생각도 없이 그저 마음껏 내 상상의 나래를 펼쳤을 뿐이다. 만약 다른 감독이 내 소설을 영화로 만들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내 소설을 충실하게 구현해낼 수 없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오직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영화의 주요 테마는 1980년대 대중문화 콘텐츠다. 이것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 1980년대는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나는 10대였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만들어가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 시기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고, 그 시기가 인류사에 엄청난 전환점이었다고 생각한다. 비디오 게임이나 가정용 컴퓨터, 비디오카세트 레코더 등 새로운 기술들이 소개되기 시작한 시기였다. 이것들은 우리 일상에 엄청난 충격을 줬고 우리를 지금의 인터넷 세대로 이어주는 중요한 다리가 되었다. 이 모든 것들이 1980년대에 시작됐다.
- 이 소설은 인류의 미래를 디스토피아로 그리면서 오아시스라는 완벽한 가상현실 세계를 예고한다. 실제 현실에서도 이렇게 되리라고 보나.
▲ 아쉽지만 그렇다. 정말로 일어날 것이다. 우리는 내일이 없는 것처럼 화석 연료를 사용하고 기후 변화를 무시해왔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 앞으로 살아갈 곳을 계속해서 파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 많은 사람이 우리가 원하는, 꿈꾸는 현실을 만들어낸 인터넷 속 가상 세계로 도피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소설은 가상현실의 양면을 다루긴 하지만,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유토피아 공간으로 그린다. 실제 가상현실에 대한 당신의 전망은 어떤가. 인간성이 말살될 거란 우려도 있는데.
▲ 나는 가상현실 오아시스에서 인간성이 말살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아시스에서는 현실의 부정적인 요소들을 제거해 일상을 보내기 더 쾌적한 곳이 된다. 가상현실이 살아가기에 좀 더 좋은 곳이기 때문에 현실의 고통스러운 부분들을 방치하게 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적당히 절제할 수 있다면 현실 도피 역시 인간이 행복해질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 당신이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곳은 현실뿐이다. 현실이야말로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이기 때문이다.
- AI가 불러올 미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인류가 개발하고 있는, 가장 흥분되지만 무서운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은 특이점(singularity; 인공지능이 발전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기점)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며,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소설의 속편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많은 이론을 다뤄보고 싶다.
- 한국에 있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한국 팬 여러분 안녕하세요! 제 책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3월 28일 개봉하게 된 이 영화를 소개하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책을 재밌게 읽어주셨다면, 꼭 극장에서 영화도 봐주세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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