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동의 개막식 이모저모
▶ 장애-비장애 컬링 대표팀 서순석-김은정 성화 점화 조수미 대회 주제가 열창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
<평창-박주연 특파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평창의 밤하늘은 차가운 공기와 안개가 짓누르고 있었지만, 지구촌 전역의 패럴림픽 선수들이 설원과 빙판 위에서 펼칠 평창의 ‘겨울 동화’를 기대하는 뜨거운 열기가 한껏 분출했다. 역사적인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대회의 본격 시작을 알리는 9일(이하 한국시간) 개회식은 그야말로 열정과 감동의 한마당이었다.
가주한인약사회 후원으로 평창을 찾은 미주한인 응원단이 한국시간 9일 평창 올림픽 스테디엄에서 열린 개회식에서 응원을 펼치고 있다. [박주연 기자]
■화려한 개막식
이날 저녁 8시부터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120분간 펼쳐진 개회식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뛰어넘는 감동 무대로 꾸며졌다.
소녀가 허공 속에 손을 뻗자, 어둠이 내렸던 땅은 물고기와 짐승들이 살아 움직이는 바다로 바뀌었다. 순백의 땅에 들어선 소녀와 아이들이 함께 부른 노랫가락 ‘우리 가슴 속에도 빛나는 꿈이 있다네 별처럼’은 평창의 밤을 가득 채웠다.
한국시간 9일 밤 강원도 대관령 벌판에서 펼쳐진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개회식은 570명의 각국 선수들이 저마다 품어온 ‘가능한 꿈들’을 전 세계에 전했다. 이날 개회식에서는 공연, 미술, 음악 등 전반에서 전통과 첨단의 융합이 두드러졌다.
개막을 알린 것은 의수의족 장애인인 신명진이 신명 나게 두드린 북소리였다. 승전고, 무고, 반고 등 다양한 전통북 연주와 반고를 치며 추는 반고무가 곧이어 펼쳐졌다. 이때 무용수들이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하면서 오방색 꽃잎을 피워내는 모습은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각국 선수단의 입장 피켓은 경사와 풍요를 기원하는 한국 전통 상징물인 솟대를 모티브로 했고, 무용수 의상도 전통 정재무 복식을 바탕으로 했다. 한국 전통문화와 패럴림픽 정신을 바탕으로 한 공연에 생동감을 불어넣은 것은 첨단 정보기술(IT)에 기반을 둔 미디어아트였다.
평창 올림픽 스테디엄의 원형 무대는 얼어붙은 동강, 울산 반구대 암각화, 밤하늘 은하수 등으로 쉼 없이 바뀌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펼쳤다. 휠체어 퍼포머들을 비롯한 310명의 출연진이 디지털 기술의 도움을 받아 휠, 펄스, 파장 등으로 변화한 공연은 큰 감동을 자아냈다.
음악에서도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움이 돋보였다. 전통춤인 가인전에서는 허튼타령이 흥을 돋우고, 국악관현악 산조를 바탕으로 한 곡에 승전고, 무고, 반고, 서양 오케스트라가 더해졌다. 동강을 따라 태극기가 게양대로 이동하는 장면에서도 오케스트라 연주에 대금과 생황, 해금, 태평소 등 국악기들이 어우러졌다.
■감동의 선수 입장 및 성화 점화
드디어 평창에서 감동 드라마를 연출한 주인공들인 각국 선수들이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가명의 한국 자음 순서에 따라 그리스가 가장 먼저 입장하고, 북한은 인공기를 든 기수 김정현을 앞세워 일본에 이어 34번째로 들어왔다. 개최국 한국은 참가국 마지막 순서인 49번째로 입장했다.
이어 이희범 평창 조직위원장과 앤드루 파슨스 IPC 위원장이 축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개회를 공식 선언했다. 개회식 막바지에 지난 3일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8개의 불꽃이 하나로 합쳐져 8일간 2,018㎞의 여정을 거친 성화가 도착했다.
성화 봉송의 첫 주자는 남북의 노르딕스키 선수 최보규와 마유철이었다. 한반도기 독도 표기 문제로 남북 선수단이 공동입장을 못했지만 함께 성화봉을 맞잡고 행진으로 것으로 ‘평화 패럴림픽’의 의미를 새겼다.
이어 한국 여자 크로스컨트리 스키 1호 선수인 서보라미가 노르딕 대표팀의 캐스퍼 감독이 이어받았고, 휠체어 철인 3종경기에 함께 출전해 감동을 선사했던 박지훈-박은총 부자가 불꽃을 옮겼다.
다음 주자는 시각장애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양재림과 가이드러너 고운소리였다. 앞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양재림은 고운소리의 안내에 따라 내려오듯 ‘아름다운 동행’을 보여줬다.
고운소리가 양재림의 눈이 되어 가파른 슬로프 중간까지 올랐을 때 어둠 속에 있던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주장 한민수가 나타났다. 서른 살에 왼쪽 다리를 절단한 한민수는 로프에 의존해 암벽을 등반하듯 슬로프를 위태롭게 올라 성화대 바로 아래 안착했다.
개회식 최고의 하이라이트인 성화 점화의 주인공은 장애-비장애 컬링 대표팀의 ‘스킵’ 서순석과 김은정이었다. 이번 대회 메달을 노리는 휠체어컬링 대표팀의 주장인 서순석은 휠체어 앉았고, 한 달 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감동적인 은메달을 따냈던 여자컬링 대표팀의 주장 김은정은 휠체어를 밀었다,
장애와 비장애가 하나로 어우러진 둘은 성화대에 불을 붙였고, 곧바로 아름다운 불꽃으로 타올랐다. 이어 소프라노 조수미가 가수 소향과 함께 패럴림픽 주제가인 ‘평창, 이곳에 하나로(Here as ONE)’를 불러 개회식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