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차례 정상회담·11차례 정상통화로 트럼프와 신뢰 쌓은 뒤 중재 추진
잇단 北 도발에 최대 강도 제재 유지하면서도 북미대화 계속 타진
▶ 동계올림픽 계기 북미접촉 불발됐지만 대북 특사로 돌파구 뚫어
건배하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지난해 열린 국빈만찬에서의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미 ‘대화조건’ 샅바싸움 돌입…정부 ‘중재외교’ 본격화 (PG) [제작 최자윤] 사진합성
한반도 정세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성사를 앞두게 된 배경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치밀하고도 집요한 중재 외교가 있었다.
대선후보 때부터 보수정권 9년간 진전을 보지 못한 북핵 문제를 해결해내겠다는 의지를 강조해 온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끊임없이 북미 간 대화 의사를 타진하며 양측의 거리를 좁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취임 후 3차례의 정상회담과 11차례의 정상통화로 긴밀히 소통하며 북핵 문제와 관련한 신뢰를 다져 왔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5월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근본이 될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와 주변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조기에 정상회담을 추진하자는 의사를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한 달 뒤 역대 대통령 중 취임 후 가장 이른 시일 내 워싱턴을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에 임했다.
지난해 6월30일 첫 한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소득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남북대화를 재개하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끌어냈다는 점이었다.
한미 정상은 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문제들에 대한 남북 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했다'는 문구를 넣었다.
문 대통령은 7월6일 옛 베를린 시청에서 열린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 이른바 '베를린 구상'을 발표하고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 긴장과 대치 국면을 전환할 계기가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
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의 참가를 꾸준히 제안하는 등 남북대화를 통한 관계 개선의 의사를 북측에 지속해서 타진했다.
6월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 주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는 "최초로 남북단일팀을 구성해 최고의 성적을 거뒀던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의 영광을 다시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5월 14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만 총 7차례에 걸쳐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등 문 대통령의 대화 의지를 무색하게 했다.
문 대통령은 8월 7일 취임 후 두 번째로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를 가해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게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9월 1일과 4일, 잇따라 이뤄진 한미 정상통화에서 한미 미사일지침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해제하기로 한 것은 이러한 기조의 일환이었다.
같은 달 뉴욕에서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이행에 국제사회의 참여를 유도하자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한미의 제재·압박 공조 속에 북한이 9월 15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후 추가 도발을 자제하면서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도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완전 파괴'를 언급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방한해 이뤄진 세 번째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우리 정부의 원칙에 분명한 지지와 동의 의사를 표시했다.
북한이 두 달여 만에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지만 11월 29일과 30일 잇따라 이뤄진 한미 정상통화에서 두 정상은 제재와 압박을 계속함으로써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의 북미대화 중재 노력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에 가족을 보내겠다고 한 데 이어 지난달 1월 4일 전화통화에서 한미 정상은 올림픽 기간에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하지 않기로 했다.
북미 김정은-트럼프 정상회담 (PG) [제작 최자윤] 사진합성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치르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 미국이 전적인 지지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과적 개최를 기대한다"면서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고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은 북미 대화를 앞당길 만한 중요한 전기였다.
동계올림픽을 일주일 남짓 앞두고 문 대통령은 '승부수'를 던진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의 모멘텀이 지속돼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면서 "(개회식 미국 대표단을 이끄는) 펜스 부통령의 방한이 중요한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올림픽 기간에 북한과 미국의 최고위급 인사가 모이는 만큼 이를 대화의 모멘텀으로 삼아달라고 적극적으로 주문하는 동시에 북미대화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하려는 '결정적 한 수'였다.
문 대통령은 실제로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온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펜스 부통령 간 북미 고위급 면담을 주선했다. 올림픽 개회식 다음 날인 2월 10일에 예정됐던 면담은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막판에 불발됐다.
그러나 북미의 대화 의지를 확인한 것만 해도 큰 성과였다.
문 대통령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11번째 통화에서 대북 특사를 파견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나흘 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북특별사절단을 평양으로 보냈다.
대북 특사단의 방북으로 김정은 위원장과의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확정한 문 대통령은 지체하지 않고 정 실장을 미국으로 보내 북미 정상 간 대화 의지를 타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정 실장을 통해 조속히 자신을 만나겠다고 한 김정은 위원장의 의사를 확인하고 "5월 안으로 만나겠다"고 화답했다.
취임 후 10개월간 추진해 온 문 대통령의 북미 대화 중재 노력이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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