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 선제골 불구, 저력 유벤투스에 뼈아픈 1-2 역전패
▶ 후반 중반 이과인-디발라에 연속골 내줘 합계 3-4로 무릎
전반 39분 토트넘의 선제골을 터뜨린 손흥민이 환호하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P]
유벤투스의 곤살로 이과인(왼쪽)과 파울로 디발라는 후반 19분과 22분 각각 동점골과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다. [AP]
토트넘(잉글랜드)이 끝내 유럽 축구의 거함 유벤투스(이탈리아)의 벽을 넘지 못해 구단 역사상 두 번째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이 무산됐다. 손흥민이 전반 선제골을 터뜨려 먼저 리드를 잡았지만 후반 중반 3분 사이에 잇달아 2골을 내주고 1-2로 뼈아픈 역전패를 당해 두 경기 합산스코어 3-4로 아쉬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7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테디엄에서 펼쳐진 2017-18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홈경기에서 토트넘은 전반 39분 터진 손흥민의 선제골로 1-0 리드를 잡았으나 끝내 리드를 지켜내지 못했다. 이 대회에서 지난 3년간 두 차례나 준우승했고 통산 9차례나 결승까지 오른 기록을 갖고 있는 전통 강호 유벤투스는 후반 19분과 22분 곤살로 이과인과 파울로 디발라가 연속골을 터뜨려 적지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8강에 진출하며 명가의 저력을 과시했다.
손흥민은 이날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장, 풀타임을 뛰며 시즌 16호(챔피언스리그 4호)가 된 선제골을 터뜨리는 등 토트넘 선수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지난달 28일 FA컵 16강전 재경기에서 2골, 3일 허더즈필드전에서 2골을 뽑아낸 데 이어 이날 또 한 골을 보태 3경기 연속 득점행진과 3경기서 5골을 뽑아내는 뜨거운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뼈아픈 역전패로 인해 빛이 바랬고 그는 경기 후 필드에서 뜨거운 눈물을 뿌렸다.
손흥민과 에릭 라멜라 중 누가 선발로 나설 것인가가 이날 경기 전 토트넘의 최대 관심사였는데 모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은 손흥민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옳았음을 깨닫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손흥민은 경기 시작부터 왼쪽 측면에서 활발하게 움직여 전반 내내 유벤투스를 괴롭혔고 전반 4차례나 위협적인 슈팅을 때려 유벤투스가 전반에 기록한 슈팅 3개를 혼자서 압도했다.
첫 슈팅도 손흥민의 발끝에서 나왔다. 왼쪽 측면을 치고 들어간 뒤 강력한 왼발슛을 때렸는데 사각이었음에도 유벤투스의 베테랑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이 간신히 쳐냈을 만큼 위력이 실려 있었다. 이어 9분에는 오른쪽에서 넘어온 높은 패스를 그대로 발리슈팅으로 시도했으나 빗맞아 찬스를 놓쳤고 19분에는 토트넘의 잇단 파상공세 도중 강력한 헤딩슛을 시도했으나 부폰이 정면으로 날아온 볼을 양 주먹으로 쳐냈다. 24분에도 페널티박스 왼쪽을 치고 들어가다 왼발로 슈팅을 때렸으나 필사적으로 따라오던 수비수 2명의 슬라이딩 블락에 막혀 코너킥을 얻은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이날 손흥민에 계속 시달리던 유벤투스의 베테랑 센터백 안드레아 바잘리는 전반 33분 손흥민과 공중볼 경합 도중 쓰러진 손흥민의 오른쪽 무릎 뒤쪽을 잇달아 3차례나 고의적으로 밟는 비신사적 반칙을 했으나 주심이 보지 못하고 넘어가 퇴장을 면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그에 대한 복수를 골로 했다. 38분 다시 한 번 왼쪽 측면을 돌파해 때린 날카로운 왼발 슈팅이 오른쪽 골대 밖으로 살짝 벗어나 탄식을 자아냈으나 불과 1분 뒤 오른쪽에서 키어런 트리피어가 올려준 크로스를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 끝내 유벤투스의 골문을 열었다. 손흥민이 원터치로 시도한 오른발 슈팅은 빗맞았지만 볼이 바로 그의 왼발에 또 맞고 굴절돼 스핀이 걸리면서 센터백 죠르지오 키엘리니의 머리를 넘어 절묘하게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미 타이브레이커 리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선제골까지 얻은 토트넘은 8강행에 청신호가 켜진 듯 했다.
하지만 유벤투스의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후반 들어 2명을 잇달아 교체하며 포메이션을 4-3-3으로 변경, 발이 느린 바잘리를 손흥민 쪽에서 빼내 중앙으로 이동시킨 뒤 새로 투입한 라이트백 스텐판 리히슈타이너에게는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가담하게 했고 이 작전이 바로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19분 공격에 가담, 오른쪽 측면에서 볼을 잡은 리히슈타이너가 올린 크로스를 새미 케디라가 헤딩으로 골문 앞으로 연결하자 이를 이과인이 오른발로 공중에서 방향만 바꾸는 슈팅으로 가볍게 토트넘의 골문을 열었다.
그리고 토트넘이 그 충격에서 채 회복되기도 전에 유벤투스는 경기를 뒤집었다. 후반 22분 중앙에서 볼을 잡은 이과인이 돌아서며 수비 뒤쪽으로 빠져 들어가는 디발라게에 완벽한 스루패스를 연결했고 디발라는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강력한 왼발슈팅으로 역전 결승골을 뽑아냈다. 유벤투스는 이날 경기에서 첫 유료슈팅 2개를 모두 골로 연결시켰다.
반격에 나선 토트넘은 만회골을 위해 충력전으로 나섰으나 끝내 유벤투스의 철벽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특히 후반 33분 크리스천 에릭센이 왼쪽 측면으로 길게 올려준 패스를 손흥민이 논스탑으로 골문 앞 해리 케인 쪽으로 연결한 것을 키엘리니가 케인보다 간발의 차 앞서 걷어낸 것이 너무나 아쉬운 장면이었다. 이어 5분 뒤에는 손흥민이 페널티아크 오른쪽에 날카로운 왼발슈팅을 때린 것이 왼쪽 골대를 살짝 벗어나 또 한 번 탄식을 자아냈다. 이어 후반 45분에는 케인의 헤딩슛이 유벤투스 왼쪽 골대에 맞은 뒤 골라인 위에 떨어졌으나 이를 수비수가 걷어내면서 마지막 기회도 무산됐다. 토트넘으로선 정말 뼈아프기 그지없는 아쉬운 패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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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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