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악관 회의 때 맥매스터-매티스 찬반 부딪쳐 보류
▶ 미국-러시아-이란 이해관계 꼬인 탓 국제전 비화우려 상존
시리아 정부가 반군 지역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올해 들어서만 7차례나 화학무기를 사용한 의혹이 제기되자 백악관이 지난해에 이어 시리아 정권을 겨냥한 두 번째 군사옵션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이란과 미국 주도의 동맹군이 시리아 내에서 대치하는 까닭에 현재 벌어지는 대리전이 군사행동으로 인해 국제전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5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시리아 정권이 지속해서 화학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소식에 대응해 새로운 군사행동을 고려했다고 백악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익명의 내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반군 장악지역인 동구타에서 발생한 염소가스 공격 의혹이 알려진 이후 지난주 초 존 켈리 비서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짐 매티스 국방장관이 참석한 백악관 회의에서 잠재적인 옵션들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군사옵션에도 찬성하지 않았으며 참석자들은 계속 상황을 주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은 매티스 장관이 시리아 정권에 대한 군사작전 관련 논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매티스 장관은 군사적 대응에 "단호하게" 반대했으나 맥매스터 보좌관은 "찬성했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아사드 정권이 반군 점령지인 칸셰이쿤에 사린가스 공격을 하자 토마호크 미사일 59발을 동원한 시리아 공군기지 공습을 지시해 시리아 정권을 직접 겨냥한 미군의 첫 군사작전이 감행된 바 있다.
WP는 "새로운 군사작전의 가능성은 일단 미뤄지기는 했지만, 한쪽의 러시아와 이란, 다른 쪽의 미국과 동맹국 사이의 경쟁을 위한 전장으로 전락한 분쟁(시리아 내전)의 폭발성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백악관의 이런 논의는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이 지속적인 소규모 화학무기 공격과 관련, 시리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강화하려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WP는 지난해 4월 미군의 시리아 공군기지 공습 직전 상황처럼 화학무기 공격을 받아 고통스러워하는 시리아인들의 모습이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군사옵션을 검토하도록 하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풀이했다.
아사드 정권은 2013년 8월 대규모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해 1천400여명이 숨진 이후 국제사회의 압박에 굴복해 그해 10월 화학무기금지협정에 서명했으나 여전히 사린·염소가스를 생산 능력을 갖추고 비밀 화학무기 저장고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리안아메리칸의학회(SAMS)는 올해 들어서만 동구타 일대에서 주민들이 염소가스에 노출된 사례가 7차례 확인됐다고 밝혔다.
WP는 "미군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서서히 접어가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시리아 내전에 더 깊이 끌려들어 갈 위험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미 행정부 일각에서는 염소가스 공격의 책임을 시리아 정부에 단정적으로 지운다거나 이미 한 차례 군사옵션에도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공격을 막지 못한 상황에서 두 번째 군사행동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드러낸다.
그러나 백악관이나 국무부는 아사드 정권을 겨냥한 새로운 군사옵션에 더 열려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진단했다.
WP는 "그들(백악관, 국무부)은 미국의 대응이 아사드 정권이 궁극적으로 미국을 위협할 수 있을 만한 화학무기고 건설을 단념시킬 수도 있고 시리아 내 러시아의 존재가 미국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WP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공격을 승인하더라도 국방부는 미국의 전쟁 개입을 제한하는 것을 지지할 것"이라며 대규모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신문은 지난해 시리아 정권을 겨냥한 미군의 첫 군사작전이 외딴 지역에 있는 공군기지를 겨냥해 제한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처럼 시리아 정권을 겨냥한 미국의 군사작전 가능성이 커지면서 러시아와 이란을 등에 업은 시리아 정권이 반군에 우세를 보이고 공동의 적이던 IS 잔존세력마저 변방으로 밀려난 상황에서 시리아 내전이 열강의 국제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IS가 떠난 자리에서 시리아 내 경쟁 세력들이 우위를 점하려 투쟁하고 러시아, 이란, 미국도 선뜻 시리아 사태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가운데 최근 터키마저 시리아 북부 국경지대 일부를 장악한 쿠르드 세력 격퇴에 나서면서 시리아 내전은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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