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감자가 해외여행·헬기 타고 외출·가정부 불러들인 사례도
2011년 6월 6일 인도네시아 동부 자바 주 포롱 교도소에서 테러 혐의로 체포돼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인 이슬람 반군 대원 아리프 샤이푸딘이 다른 죄수들을 상대로 종교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자료사진]
열악한 환경과 부실 관리로 악명 높은 인도네시아 교도소들이 각성제와 대마 등 불법 마약밀매의 온상이 되고 있다.
수감 중인 밀수조직 두목이 '옥중'에서 휴대전화로 밀수를 지시하는 사례도 흔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대통령 주도로 미약 밀매 단속을 강화하자 수감자가 크게 늘어 가뜩이나 허술한 교도소 관리가 더 엉망이 되는 얄궂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사건을 지휘한 건 교도소에 수감 중인 사형수였다"
부디 와세소(일명 부와스) 인도네시아 국립마약청(BNN) 청장이 지난달 7일 수도 자카르타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수마트라 섬 북부에서 각성제 11㎏과 합성 마약 1만8천 정을 압수한 사건에 관해 발표한 자리에서다. 주모자로 체포된 범인은 다른 불법 마약 사건으로 2차례 사형선고를 받고 수마트라의 한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60대의 도기만 사형수였다. 교도소 내에서는 휴대전화사용이 금지돼 있지만, 그는 공공연히 휴대전화로 밖에 있는 부하들에게 밀매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기만 사형수를 아는 다른 수감자가 지난달 아사히(朝日)신문에 털어놓은 바에 따르면 "도기만은 교도소 내에서 언제나 5천만 루피아(약 394만 원) 정도의 돈다발을 손에 쥔 채 다른 수감자와 도박판을 벌인다"고 한다.
BNN에 따르면 불법 마약은 미얀마 등지에서 생산돼 주로 말레이시아를 경유해 들어온다. 필리핀 등 주변국이 단속을 강화하자 세계밀매조직이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부디 BNN 청장). BNN과 경찰 등 수사 당국은 작년에 각성제 4.7t, 대마 15t을 압수했다. 올해는 지난달 말까지 복수의 밀매선에서 총 2.3.t 이상의 각성제를 압수했다.
현지인 밀매책이 세계 각국의 밀매조직과 연결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도기만 사형수처럼 수감 중인 인물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디 청장은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에서 "국내에서 유통되는 불법 약물의 50%에 수감자가 관여하고 있다"고 밝혀 충격을 안겨줬다.
단속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교도소는 초과밀 상태"라면서 "마약 밀매인과 중독자가 많지만, 교도관이 모자라고 그나마 부패한 간수도 많아 수감자가 방치되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2014년 취임한 조코위 대통령은 서민파로 알려져 있지만 마약 문제에는 엄격히 대처해 오고 있다. 마약 등 약물 때문에 매일 50명이 사망하고 밀매로 연간 135조 루피아(약 10조6천380억 원)가 낭비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1월과 4월에는 마약밀수에 가담한 호주인 등 사형수 14명에 대한 총살형을 집행했다. 또 작년 7월에는 "마약범이 조금이라도 저항하면 쏘라. 용서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BNN과 경찰이경쟁적으로 단속을 강화하는 바람에 2012년 3만5천600명이던 약물 관련 구속자 수가 작년에는 5만8천365명으로 급증했다. 교도소 수용 능력은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법무인권부에 따르면 국내 약 600여 개인 교도소와 구치소의 수용정원은 작년 현재 12만3천255명으로 5년 전에 비해 2만1천 명 늘었다. 그러나 실제 수용인원은 22만7천640명으로 5년 전에 비해 7만8천 명이나 증가했다. 정원을 85%나 넘어선 셈이다. 비정부기구인 형사사법개혁연구소에 따르면 교도관 1인당 수감자는 15명이 바람직하지만, 평균 60명을 담당하고 있다.
수마트라 북부에 있는 한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한 수감자는 1월 하순 면회 당시 '교도소 내의 실태'를 털어놓았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감방에는 스마트폰에 선풍기, PC는 물론 50인치 TV도 있다. 불법이지만 "돈을 주면 간수가 사다 넣어준다"고 한다. 연수생으로 일본에서 10년 정도 살다가 귀국후 각성제 운반책으로 일하다 3년 전 구속돼 복역중인 이 남성은 교도소에 들어 왔을 때 형편없는 식사와 수감자 과잉, 그리고 교도소내 생활의 자유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있는 방은 3인용이지만 10명이 있다. 다른 방도 마찬가지다. 낮에는 자유롭게 다른 방을 오갈 수 있다. 교도관 수가 적어 수감자들이 날뛰지 않도록 하려고 우리 말을 잘 듣는다. 월급이 적어 뇌물도 잘 통한다"고 전했다.
소지품 검사는 수시로 실시하지만 다른 수감자에 따르면 "교도관이 사전에 알려주기 때문에" 금지품은 어딘가에 감출 수 있다. 이 수감자는 실제로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찍은 교도소내 사진을 메일로보내오기도 했다.
다른 교도소도 사정은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감자가 ▲해외여행을 가거나 ▲헬리콥터로 외출을 하고 ▲감방내에 노래방기기를 들여 놓은 경우 ▲가정부를 불러들인 사례 등도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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