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병원 출자회사 인더스마트 ‘뇌 형광내시경 시스템’ 개발
▶ 미세현미경 사각지대 없애 뇌 속 잘 보여 안전·정밀성 40%↑
뇌 속의 ‘시한폭탄’인 뇌동맥류(瘤·혹 류) 수술은 지금까지 독일·일본 기업이 만든 미세현미경을 이용해왔다. 머리를 열고 현미경으로 확대한 이미지와 혈관에 투여한 녹색 형광물질로 뇌동맥류 부위를 보며 수술을 한다. 뇌 안으로 내시경을 집어넣고 하는 수술이 아니어서 보이지 않는 부위가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 의료진이 개발한 새로운 기술이 뇌동맥류 수술의 안전성과 정교함을 대폭 향상시킬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이 출자한 의료기 업체 인더스마트가 조원상(신경외과)·오승준(비뇨기과) 교수팀과 함께 개발한 ‘뇌 형광내시경 시스템’ 덕분이다.
뇌동맥류가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한 예방적 수술 때 금속 클립을 물려 혈류를 정상화하는 경우가 많은데 적재적소에 클립을 물리지 않으면 뇌동맥류가 재발하거나 부근에서 갈라져 나가는 좀 더 가는 혈관까지 막아 ‘미니 뇌경색’을 초래할 수 있다. 조 교수는 “요즘에는 수술도 머리뼈를 열쇠 구멍(keyhole)만큼 작게 열고 하기 때문에 시야가 매우 제한적”이라며 “따라서 수술의 정교성도 떨어지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인더스마트가 서울대병원과 개발한 형광내시경 시스템은 내시경과 형광시스템의 장점을 모두 살렸다. 머릿속으로 들어가는 내시경에서 이용하는 가시광선은 물론 형광시스템에서 이용하는 근적외선 2종을 만들어내는 장치, 내시경·형광 화면을 한 화면에 합쳐 보여주는 기술, 지름 2.7㎜ 뇌수술용 내시경 등을 동원한 덕분이다. 복강경·흉강경 수술을 할 때는 지름 10㎜·4㎜ 내시경으로 바꿔 끼울 수 있게 탈착식으로 설계해 여러 과에서 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조 교수는 “병원에 따라 50~70%를 시술로 해결하지만 갈라져 나가 지름이 가는 혈관이나 모양이 복잡한 뇌동맥류 등은 수술을 해야 한다”며 “형광내시경 덕분에 뇌동맥류 수술의 안전성·정교함이 40%가량 향상되는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혹·풍선처럼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른 혈관질환이다. 전체 인구의 3~5%에서 관찰된다. 뇌출혈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으로 혈관이 터질 경우 65%가 사망하거나 후유장애가 발생하는 무서운 병이다. 우리 몸에서 산소의 20%를 쓰는 뇌의 상당한 부분에 혈액공급이 차단되거나 뇌에 고인 혈액이 뇌조직을 압박해 뇌 손상, 각종 마비 증세 등을 일으킨다. 뇌동맥류가 터지면 망치로 맞은 듯한 극심한 두통이 동반되고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도 한다.
뇌동맥류는 90% 이상이 뇌를 감싸고 있는 지주막 아래, 특히 뇌 밑부분에 있는 뇌하수체 줄기를 둘러싼 뇌동맥들을 일컫는 ‘윌리스 고리(circle of Willis)’에서 잘 생긴다. 뇌동맥류 파열의 대부분이 지주막하출혈인 까닭이다.
뇌동맥류가 생기는 주요 원인으로는 고혈압·동맥경화·흡연·과음·스트레스·가족력 등이 꼽힌다. 고령자에게 많이 생기지만 요즘에는 40대 환자도 늘고 있다.
하지만 별다른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하지 못하면 뇌출혈이 일어날 때까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터지지 않은 채로 발견된 뇌동맥류가 1년 안에 터질 확률은 크기·위치·모양과 고혈압·흡연 여부 등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0.5~1%가량 된다. 그래서 환자의 나이·가족력 등을 고려해 시술·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터질 위험성이 적다고 판단되면 경과관찰을 하면서 혈압·음주량 조절, 금연 등으로 위험을 관리한다. 경과관찰은 1년에 한 번 정도 뇌 자기공명영상(MRA)이나 뇌혈관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뇌동맥류의 크기 변화를 살핀다. 터질 확률이 높은 뇌동맥류는 대개 지름이 3~4㎜ 이상 된다.
하지만 경과관찰 도중 뇌동맥류의 모양이 변하거나 크기가 커지는 경우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시술은 전신마취를 하고 사타구니·손목의 동맥을 통해 관을 뇌동맥류 부위까지 밀어 넣은 뒤 백금 코일을 넣어줘 동맥류 속으로 피가 들어가 팽창해 터지는 것을 예방하는 방법을 쓴다. 뇌동맥류 입구가 넓으면 코일이 빠지지 않게 스텐트(금속망)도 함께 넣어준다. 항혈소판 악물을 2년가량 복용해야 한다.
시술은 머리뼈를 절개하지 않고 치료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뇌동맥류의 모양이나 위치에 따라서는 시술이 어려울 수 있다. 시술을 하다 혈관이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조 교수는 “스텐트 시술은 보통 혈관 지름이 1.5~2㎜ 이상 돼야 가능하고 분지(分枝)한 혈관 등 가는 뇌혈관은 시술하기 힘들다. 뇌동맥류 재발률도 10~20% 정도 돼서 경과관찰이 필요하다”며 “반면 수술은 가는 혈관도 가능하고 뇌동맥류 재발률이 1% 미만으로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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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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