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뒤처지면 도시바 같은 전자업체 꼴 난다” 우려 고조
▶ 일자리 10개 중 1개가 자동차 관련… 일본경제 중추
자동차 트랜스미션을 생산하는 일본기업 재트코의 공장 내부. 이 회사 관계자는 일본 자동차 업계가 즉각 전기차로 옮겨갈 경우 “우리 회사는 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
<후지, 일본> 후지산 부근 한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일본 최고의 자동차회사들에 납품할 트랜스미션을 열심히 조립하고 있다. 매우 비싸고 복잡한 이 부품과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몇 십 년 후면 쓸모없는 게 될 수 있다. 배터리로 가는 전기차가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의 디자인은 벨트와 트랜스미션 기어를 비롯한 수천 개의 전통적 자동차 부품들을 없애버리고 있다.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들은 걱정할 수밖에 없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비중이 큰 일본에서는 더욱 그렇다. 일본은 기술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낙오한 초대형 기업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트랜스미션 공장의 소유기업인 재트코의 테리 나카수카 사장은 “만약 오늘 세계가 모두 전기차로 간다면 우리 비즈니스는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업원 7,000명인 재트코는 일본 일자리의 10분의 1을 차지하고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그러면서 어떤 업종보다도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는 방대한 자동차 관련 경제의 일부이다.
일본은 전기차 세계에 미래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대 자동차기업인 도요타는 개솔린-전기 하이브리드에서는 선구자였지만 전기만으로 움직이는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테슬라와 같은 외국 업체들의 압력 속에서 도요타는 일련의 새로운 전기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정부 역시 차세대 자동차로의 전환을 우선과제로 삼고 있다. 하지만 비판자들은 이런 노력에 문제점이 지적한다. 일본정부의 초점은 플러그인 배터리가 아니라 수소 연료전지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다시 한 번 기술적인 전환에 실패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다.
소비자 전자부문에서 플랫스크린 TV와 디지털 뮤직플레이어 같은 새로운 제품들로의 전환은 한때 업계를 주름잡았던 일본브랜드들에 타격을 입혔다. 디지털 시대의 혁신은 실리콘밸리를 지배했으며 대량생산은 중국으로 넘어갔다. 그 결과 테크놀러지 세계에서 선망의 대상이었던 샤프와 도시바, 산요 같은 브랜드들은 사라지거나 더 이상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존재로 전락했다.
도쿄 히토수바시 대학 교환교수인 제임스 콘도는 “일본을 수세로 몰고 있는 것은 테크 혁명이 자동차 업계로 닥치고 있다는 생각”이라며 “자동차 업계는 모든 것의 중심에 있다. 경제적으로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그렇다. 그런데 그것이 변화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개솔린이나 디젤에 의존하지 않는 자동차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여전히 미미하다. 그러나 전망은 갈수록 밝아지고 있다. 배터리는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갈수록 파워가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은 전기차에 승부를 걸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도 지구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해 화석연료 자동차를 점차 줄여 가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가을 도쿄 모터쇼에서 일부 일본의 대형 자동차 기업들은 전기차 투자를 충분히 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려 노력했다. 도요타와 혼다는 새로운 전기차 시제품들을 선보였다. 이전까지 이들 업체는 전적으로 재충전 배터리에 의존하는 자동차가 충분히 믿을만하다거나 충분히 먼 거리를 갈 수 있다는 생각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그럴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이들 업체들의 초점은 자동차에 장착된 수소 연료전지에서 에너지를 전달받는 방식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많은 국가들에서 이 기술에 대해 관심은 시들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수소를 운전자들에게 건네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일본은 점차 수소 주창자로 소외돼 가고 있다.
도요타는 모터쇼에서 플러그인 모델과 함께 새로운 연료전지를 선보였다. 일본정부는 여전히 2025년까지 320개의 수소 스테이션을 세운다는 ‘수소 사회 프로젝트’에 돈을 투입하고 있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산업상은 이런 방침을 옹호하면서 “전기차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판매도 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한순간에 전기차로 뛸 수는 없다”고 말했다.
모든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를 기피해 온 것은 아니다. 닛산은 초기부터 배터리만으로 가는 자동차의 옹호자였다. 닛산은 지난 2010년 전기차인 리프를 선보였다. 이제는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도요타는 패나소닉과 파트너십으로 배터리 개발을 할 것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패나소닉은 테슬라에 리듐-이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도요타는 2020년까지 10개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오는 2030년까지 완전한 전기차 10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테슬라가 생산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들어 대량시장에서는 도요타가 테슬라보다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지적하는 일부 전문가들도 있다.
하지만 업계의 급속한 변화는 많은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전화기와 텔레비전처럼 미래의 자동차는 얼마나 견고하게 만들어졌느냐가 아니라 어떤 소프트웨어가 장착돼 있는지에 따라 구분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구글과 애플 같은 업체들은 자동차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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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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