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밤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폐막식은 한편의 멋들어진 예술작품이었다. ‘미래의 물결’을 주제로 조화·융합을 통한 공존과 다름을 인정하는 평화의 메시지는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국악과 양악 전자악기가 뒤섞인 퓨전 록밴드 잠비나이의 합동 공연이 폐막식장 분위기를 달구더니 겨울 다음에 올 봄을 기다리는 우아한 궁중 독무 ‘춘앵무’가 펼쳐져 동서양과 전통·현대 예술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하이라이트는 공연단 위로 우뚝 솟아오른 빛의 탑이었다. 한옥 지붕의 유려한 곡선미가 살아 있는 7층탑은 황룡사탑을 상상하게 할 정도로 웅장하고 기품 있었다. 빛으로 구현한 탑 아래로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예술단이 한 소리, 한 무대를 만들어 감탄을 자아냈다.
선수단 입장식 내내 현대적으로 편곡된 창작 판소리가 울려 퍼졌다. 판소리 가락에 맞춰 박수를 치는 외국 선수들도 있었고 경기장 전체가 거대한 클럽처럼 흥으로 가득 찼다. 남북 선수들은 맨 마지막 순서에 함께 입장했는데 북한 선수들은 한 손에 작은 인공기, 또 한 손에는 작은 한반도기를 함께 흔들며 행진했다. 반면 우리 선수들은 소형 태극기를 한 손에 들고 들어오며 3만여 관중의 우렁찬 박수를 받았다.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중국은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한 ‘베이징의 8분’으로 4년 뒤를 기약했다.
◇“흠 잡을 데 없는 게 흠”=17일간 전 세계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2018평창동계올림픽은 역대 동계올림픽 가운데 가장 성공한 올림픽 중 하나로 평가된다. “흠잡을 데가 없는 게 오히려 흠”이라는 해외 매체의 극찬이 나올 정도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선수촌과 경기시설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며 “선수들의 이런 만족감이 경기에서 실력으로 발휘됐다. 올림픽의 전설들이 변함없는 기량을 선사하고 새로운 별들이 등장하는 등 올림픽의 본질을 지켜봤다”고 평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출전은 논란이 컸으나 흥행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IOC의 바람대로 단일팀이 치른 5경기 중 4경기가 매진됐으며 남북 단일팀의 첫 골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북한 대표단과 선수단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배려로 일각에서는 ‘평양올림픽’이라는 비난이 일었고 갑작스러운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추진에 무리수도 있었다. 하지만 안보 우려로 가득했던 수개월 전을 생각하면 북한의 참여가 평화올림픽 실현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데 대한 이견은 적다. 평창올림픽에는 역대 최다인 92개 출전국에 역시 역대 최다인 2,920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남북 선수단의 개막식 공동입장과 공동 성화봉송에 주요 외신들은 “올림픽 역사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놀랍도록 인상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드론·로봇도 ‘평창 스타’=평창올림픽에서는 드론과 로봇도 선수들 못지않게 인기를 누렸다. 이날 폐막식에서는 1,218대의 드론이 녹화가 아닌 ‘라이브’로 밤하늘에 수호랑을 수놓아 이를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 드론들은 개막식 때도 오륜마크 퍼포먼스를 펼쳐 압권으로 꼽혔다. BBC방송은 “개막식의 모든 공연이 세밀하고 세련됐다”고 극찬했다.
이밖에 세계 최초 5G 이동통신 서비스는 정지상태에서 다양한 각도의 화면을 제공하는 타임슬라이스, 실제 선수 시점에서 볼 수 있는 싱크뷰 등으로 올림픽 시청의 새 장을 열었다. 또 사물인터넷(IoT)·증강현실(AR)을 통한 관중 안내와 더불어 인공지능(AI) 콜센터도 운영됐다. 올림픽 기간 11종 85대의 로봇이 경기장과 선수촌 등을 휘저었다. 경기장 밖에서는 450여개의 문화올림픽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최대 반전은 ‘흑자 올림픽’=적자가 뻔해 보이던 평창올림픽은 예산절감 노력과 IOC 지원금 확대 등으로 흑자 실현이 가능해졌다. 올림픽 전체 예산은 2조8,000억원인데 기업 스폰서로 1조1,123억원을 모아 목표를 118% 달성하는 등 현금흐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조직위의 판단이다.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예비비 300억원은 절반도 쓰지 않았고 라이선스 상품 판매도 호조를 이뤘다”며 “적자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조직위와의 협상을 통해 IOC는 4억700만달러의 지원금을 내놓기로 약속했다. 입장권은 판매 목표치(106만8,000장) 대비 100.9%가 발매됐다. IOC 측이 예비로 가지고 있던 티켓을 시중에 풀어야 할 정도였다. 입장권 수입은 1,573억원. 대회 기간 12개 경기장과 평창 올림픽플라자, 강릉 올림픽파크 등에 138만7,000여명이 방문했다.
문제는 사후활용이다. 대회 자체는 흑자일지 몰라도 대회 뒤 경기장 시설을 제대로 쓰지 못하면 이전 국제대회들과 마찬가지로 빚더미에 앉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는 12개 경기장 중 최근까지 활용방안을 정하지 못했던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과 강릉 하키센터,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를 국가대표 훈련시설 등으로 쓰기로 가닥을 잡았다. 운영예산 중 국비와 지방비를 어느 정도 비율로 나눌지는 협의해나갈 계획이다./평창=양준호·조상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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