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죄어오는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과 분노, 불안의 고조는 지난 주말 내내 그리고 이번 주까지 계속 휘몰아친 트윗 폭풍으로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지난 주 금요일,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 팀의 러시아인 무더기 기소 발표 직후만 해도 자신의 출마 전인 2014년부터 시작된 러시아의 반미 캠페인에 “…선거 결과는 영향 받지 않았다. 공모는 없었다”라는 트윗을 날리며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나 학교 총격난사 사건으로 골프도 자제하고 온 종일 지켜본 케이블TV 정치해설을 통해 이번 기소가 그에게 희소식이 아니라는 잇단 분석에 불쾌지수가 치솟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폭풍 트윗으로 ‘폭발’되었다는 것이다.
트윗 중독인 그의 기준으로도 너무 많았던 트윗을 통해 그는 플로리다 고교 총격사건을 자기방어 위해 정치화시키면서 FBI를 공격하고, 자신은 “러시아의 대선 개입 없었다고 말한 적 없다”는 거짓말을 했으며, 연일 오바마를 탓하며 책임을 떠넘기려 했고, 민주당 의원뿐 아니라 자신의 법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까지 깎아내리며…사방에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다.
13명 러시아인과 3곳 러시아 기관의 조직적인 작전 추적의 결과물인 이번 기소는 특검이 러시아의 미 선거개입에 대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의미다. 적대적 외국 세력이 미국의 선거를 조작하려 했으니 ‘국가안보’ 사안에 속한다. 대통령의 첫 반응은 당연히 러시아 작전에 대한 강력한 비난과 엄중한 경고, 향후 선거에서의 철저한 대비책 강구 등이었어야 했다.
대통령다운 대책과는 거리가 멀게 자기방어에 급급하고 책임전가에 집중한 대응은 물론 자신이 러시아 스캔들과 무관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자구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트윗 남발의 역풍 덕에 트럼프는 자신이 거리두기 원했던 그 스캔들의 중심으로 거듭 부각되었다.
즉흥적인 트럼프의 흔들리는 행보와는 대조적으로 특검 수사는 체계적으로, 그러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수사 시작 9개월 만에 19명과 3곳 기관에 대해 기소하거나 유죄시인을 받아냈다. 그중 한 트럼프 참모는 선거 중에, 다른 참모는 선거 후에 러시아와 접촉한 사실에 대해 FBI에 위증했음을 인정했다. 기소 혐의를 부인해온 다른 참모는 유죄 시인 위한 형량거래 조정을 시작했다…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평가한 ‘매머드급 성과’다.
특검 수사의 두 가지 핵심은 이미 알려진 대로 미 대선에 개입하려한 러시아와 트럼프 캠페인 팀의 연루 의혹, 그리고 이에 대한 FBI의 수사를 막기 원했던 트럼프의 사법방해 여부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틀 전 발표된 런던거주 네덜란드 출신 변호사 기소는 무슨 관련인가 의아할 수 있다. 그는 트럼프 선대본부장 폴 매너포트와 함께 일했던 다른 선거 참모 릭 게이츠와의 접촉 사실에 대해 허위로 진술한 혐의였다. 그 변호사는 게이츠를 잡기 위해, 게이츠는 매너포트를 잡기 위해, 매너포트는 더 큰 대어를 잡기위해 차근차근 밟는 뮬러 전략의 일환이라고 복스는 분석한다.
이번 러시아인 무더기 기소는 표면적으로는 트럼프를 겨냥하지 않았다. 트럼프 캠프의 공모 의혹 내용도 없었다. 그러나 뮬러는 중요한 목적을 달성했다. ‘거짓말’ ‘마녀사냥’으로 비난하며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해온 러시아 작전의 실체를 제시했고, 그 비난에 근거한 ‘정치적 수사’라는 주장을 약화시켰다.
러시아 스캔들이 국가안보 사안임을 증명했으니 특검수사 좌절시도는 한층 힘들어졌다. 특검은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도까지 폭넓게, 철저하게 수사할 수 있는 시간을 번 것이다. 이제 트럼프의 뮬러 해고는 사법방해 행위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러시아인 무더기 기소도, 이번 주 초 네덜란드 변호사의 유죄 시인도, 또 어제 매너포트에 대한 새로운 혐의 추가도 뮬러가 맞추어가고 있는 대형 퍼즐의 딱 들어맞는 크고 작은 조각들이다. 그러나 아직은 퍼즐이 완성되었을 때 나타날 그림이 어떤 장면일지 감조차 잡기 힘들다.
총기폭력 대응에서 비서실장과 사위의 권력다툼, 대통령 자신의 성추문까지 요즘 온갖 논쟁에 휘말려 있는 백악관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러시아 스캔들이다. 러시아인 무더기 기소에 대한 트럼프의 ‘대통령답지 못한’ 반응에 아연실색한 공화의원들의 비판이 대통령의 심기를 상하게 하고, 이번 기소에선 빠졌지만 트럼프 캠프의 ‘공모’ 기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백악관을 불안하게 한다.
앞으로 넘어야 할 큰 산은 뮬러의 트럼프 인터뷰 요청이다. 트럼프는 거절할 것이고 뮬러는 대배심 소환장을 발부할 것이다. 만약 트럼프가 소환을 거부한다면, 법원이 개입하게 되는데 미 역사상 대통령이 자신의 행동을 방어하려는 싸움에서 법원이 그의 손을 들어준 경우는 없었다고 예일대 강사 아샤 랑가파는 설명한다.
트럼프가 특검 수사 한 단계 한 단계에 과민 반응을 보이며 집착하는 이유에 대한 추측도 분분하다. 공모 의혹보다는 뮬러가 ‘다른 무엇’ - 예를 들자면 트럼프가족 비즈니스 재정관계 등을 알아낼까봐 그러는 게 아닐까. 도대체 무엇을 감추려 하는가. 숨기는 게 없다면 왜 러시아에 그토록 저자세인가. 왜 푸틴을 공개 비난하고 의회가 통과시킨 대 러시아 제재를 집행하지 않는가….
러시아 스캔들의 퍼즐이 완성될 때까지 뮬러의 수사에 끊임없이 쫓기며 트럼프의 하루하루가 더욱 피곤해질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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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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