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 호스트 예일대 졸,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
요즘 낙관적인 일들이 꽤 많다. 지구촌 거의 모든 지역에서 경제는 성장세를 기록 중이고, 빈곤과 질병은 물러나고 있다.
하지만 중동은 예외다.
시리아는 몰락한 국가로 남아 있다; 이미 500만 명 이상의 시리아인들이 국외로 탈출했다. 지구상에서 기아가 가장 극심한 지역인 예멘의 내전은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내전 및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이라크는 국가재건사업 비용으로 약 1,00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물론 이라크 수중에 그만한 돈이 있을 리 없다. 게다가 이전보다 더욱 광범위한 내부 충돌가능성이 그대로 남아있다.
터키와 미국이 대리전을 치르는가 하면 이스라엘과 시리아는 서로에게 화력을 사용했다.
최근 미국의 공습으로 수 십 명의 러시아 용병이 시리아에서 사망했다. 냉전시대 수퍼 파워간의 적대감이 격화되었음을 보여주는 우려스런 대목이다.
이처럼 위태로운 상황을 다루는데 있어서 트럼프 행정부는 대체로 불개입주의를 택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걸 전략이라 부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건 미국의 전략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에게 중동지역의 외교정책을 하도급주면서 안티-이란(anti-Iran) 태세를 강화하는 것이다. 아쉽게도 최근 발생한 사건들은 그 같은 전략이 먹히지 않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포린 어페어즈” 최신호에서 학자인 발리 나스르는 대 이란 정책과 관련한 워싱턴의 근본적인 사고변화를 촉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의 불안정이 이 지역에 자신의 이념을 전파하려는 이란의 힘이 강화된데 따른 결과라는 가정 아래 행동하고 있다고 나사르는 지적했다. 워싱턴 의회는 종종 이란이 “국가보다 이념”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묘사한다.
그러나 나스르는 이 같은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오늘날 중동의 불안정은 테헤란의 야망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그보다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고 권역내부로 혼란이 확산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팽팽하게 유지되어 오던 아랍국들과 이란 사이의 힘의 균형을 깨뜨려 버린, 지난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가져온 결과다.
이란은 인접국들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모색하는 등 국익을 적극적으로 추구했으나 이슬람 근본주의를 확산시키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사실 이란은 IS와 같은 수니파 테러그룹과의 싸움에서 선봉장 역을 맡아왔다.
(이라크, 시리아, 예멘 등) 강력한 권역 내 우방국 안으로 밀고 들어가 군 병력과 민병대를 동원해 장기전을 펼치는 이란의 전략은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반면 이란의 적대국들은 대체로 이런 이점을 누리지 못했다.
아랍세계의 아웃사이더인 미국과 이스라엘은 주로 공중전에 의존했다. 그러나 제공권 장악은 지상의 정치적 현실의 모양새를 갖추는데 한계를 지닌다.
나스르가 내게 설명해준 바에 따르면 (이란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는 이스라엘 공군기를 격추시킬 수 있었다.
나스르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저항을 받기는 이번이 30년 만에 처음”이라며 “이 같은 사실은 시리아로부터 이란과 러시아를 밀어내기가 얼마나 힘겨울지 짐작케 한다”고 말했다.
한편 터키는 북부 시리아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는 쿠르드 세력을 상대로 점차 대담한 행동을 취하고 있다. 이러다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미국과 터키가 서로에게 총질을 가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
이런 지정학적 게임에서 아랍국들은 도대체 어디에 서 있는가?
나스르는 “오늘날 중동지역의 권력투쟁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현실은 중동국가들의 부재”라고 내게 귀띔해주었다.
아랍세계를 틀 지을 패자 결정전에 나선 국가들을 살펴보면 이란, 터키, 러시아, 이스라엘, 미국 등 온통 비 아랍계 국가들 일색이라는 지적이다.
이 시점에, 이미 승리를 거둔 이란은 혁명적인 힘과는 거리가 먼 현상유지를 시도하고 있다. 이란은 이미 이라크와 시리아에 확고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란의 우군인 바샤르 아사드는 버티기에 성공했고, 지금은 찌그러든 시리아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중이다.
예멘, 레바논과 카타르 등지에서 이란의 영향력에 맞서려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노력은 실패로 끝났다. 카타르는 이란과 터키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고 아랍세계의 내부균열을 계속 심화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가며 이란과 같은 줄에 선 러시아는 한때 미국이 담당했던 균형을 잡아주는 외부자의 역할을 맡아 한창 뜨고 있는 중이다.
나스르는 ‘포린 어페어즈’에서 “러시아는 모두가 입에 올리는 중동지역의 유일한 파워브로커가 됐다”고 썼다. 이유는 러시아가 강해서가 아니라 상황판단이 기민했기 때문이다.
헨리 키신저가 중동에서 사실상 러시아를 내몰았던 1973년 이래 미국은 이곳에서 유력한 외부세력의 지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염증과 불개입주의, 지상의 현실에 대한 완강한 부정 등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그 역할을 잃어가는 중이다.
이란과 접촉하고 터키, 러시아와 공조를 취하는 등 지금과 다른 접근법을 채택할 경우 미국은 중동지역에서의 유일무이한 지위를 회복하고, 세계에서 가장 불안스런 분쟁지역에서 안정된 힘의 균형을 만들어내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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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 호스트 예일대 졸,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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