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홍주 고려대 안산병원 흉부외과 교수
▶ 아기 심장수술 의사 30여명, 경기 상급병원에선 유일
신홍주 고려대 안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심장에 매료돼 다른 진료과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다”며 “수술 받은 어린 환자가 잘 자라서 그에게서 청첩장을 받아 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제공>
신홍주(왼쪽에서 두 번째) 고려대 안산병원 흉부외과 교수가 몸무게가 2.4㎏밖에 되지 않는 신생아의 심장기형을 바로잡아주는 심장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제공>
태아의 심장은 임신 후 3개월이면 발달이 끝난다. 우리나라 어린이 가운데 1%는 심장 구조에 이상이 생기는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난다.
대부분 생후 수술해야 한다. 그런데 갓난아이의 심장은 어른의 10분 1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신생아의 가슴을 열어 혈관을 만지면서 진행하는 개흉술은 어떤 수술보다 어려워 고도의 의료기술뿐만 아니라 풍부한 임상경험을 갖춰야 한다. 수술시간도 어른보다 2배가량 많이 걸린다. 신생아와 의사소통도 되지 않기에 회복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을 파악해 처치하는 일도 결코 쉽지 않다. 그렇지만 국내 소아심장수술 후 사망률은 3%도 되지 않을 정도로 실력이 선진국을 뛰어넘었다.
그런데 신생아 심장수술이 가능한 의사는 30여명밖에 되지 않는다. 경기도에 있는 상급종합병원에는 1명밖에 없다. 신홍주(43) 고려대 안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다. 신 교수는 “선천성 심장질환 수술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수준이어서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2017년 11월 제49차 대한흉부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이영균 우수논문상’을 받을 정도로 수술 못지 않게 연구에도 천착하고 있다.
-선천성 소아심장질환이 1%나 되면 적지 않은데.
“선천성 소아심장질환은 태아검진이 발달하고 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물론 출산 후에 발견되기도 한다. 심장 형성과 발달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 ‘선천성 심장 기형’이라고도 부른다. 선천성 소아심장질환으로 ‘심실중격결손증’과 ‘심방중격결손증’이 가장 흔하다. 심실중격결손증은 좌심실과 우심실 사이의 중간 벽에 구멍이 있는 병이다. 선천성 심장질환의 4분의 1정도를 차지할 정도다. 청진(聽診)하면 심장 잡음이 강하게 들려 출산 후 정기 검진으로 쉽게 발견된다. 반면 좌우 심방 중간 벽에 구멍이 있는 심방중격결손증은 심장에서 잡음이 들리지 않거나 아주 약하게 들려 10세 이후 호흡곤란이나 청색증 등의 증상이 생기면서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선천성 소아심장질환은 기본적인 심장 기능인 혈액을 통한 산소와 영양분 공급에 지장을 주므로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어린 자녀의 심장에 문제 있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나.
“선천성 심장질환은 종류가 다양하고 증상도 천차만별이다. 영ㆍ유아가 숨을 가쁘게 내쉬고, 잘 먹지 못해 돌이 지나도 3~4㎏에 머무는 몸무게가 잘 늘지 않는다. 심장질환으로 심장이 장기와 조직의 대사에 필요한 혈류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심부전이 생겼기 때문일 수 있다. 또한, 입술과 손톱 밑 부분이 파랗게 되는 청색증이 나타나도 심장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이런 증상이 생기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청진으로 심장에서 생기는 잡음을 확인하면 X선 검사와 심장 초음파 검사로 99% 이상 심장질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심장수술은 어떻게 진행되나.
“자녀에게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다고 해도 부모들은 신생아의 몸에 칼을 대는 수술하기를 꺼리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방치하면 각종 합병증이 생기고 증상이 악화되므로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슴을 여는 개흉술로 모든 심장질환을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도구를 삽입하는 시술로 진행하기도 한다. 심장에 도관(導管)을 넣어 풍선확장술로 좁아진 혈관을 넓혀준다. 우심방과 좌심방 사이에 구멍이 있는 심방중격결손증이어도 디바이스를 이용해 구멍을 막는 시술을 진행하기도 한다.
단순 심장질환은 수술 이후 대부분 약을 먹지 않고 평생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 남자의 경우 약을 먹지 않아도 군대에 입대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혈관 협착증이나 폐쇄증, 심장중격결손증, 심실중격결손증 등 여러 심장질환이 함께 나타나는 복합 심장질환은 대부분 외과수술을 시행한다. 한번 수술로 마무리되는 게 아니라 여러 번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여러 번 걸쳐 수술하기에 치료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진다. 그렇지만 수술한 뒤 약을 먹으면서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체크하고 관리한다면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어린이 심장수술이 서울 큰 병원에 쏠리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심장수술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대형병원의 환자 쏠림 문제는 심각하다. 의사가 처음부터 수술을 잘할 수는 없다. 수련과정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데, 지방에 있는 흉부외과 의사는 이런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소아심장 수술 케이스가 점점 줄어 많은 전공의가 소아흉부외과 수술을 전혀 경험하지 못하고 수련을 마치는 경우가 있어서다.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단(單)심실 교정을 위해 수술을 3차례나 해야 하는 폰탄(Fontan)수술, 몸무게가 2.4㎏밖에 되지 않는 신생아에게 대동맥축착수술, 심실중격결손증수술 등 지난해 20여건의 소아 심장수술에 성공했다.”
“의대생 시절 스승이셨던 이종국 교수가 ‘의사라고 다 같은 의사가 아니다. 의사 100명 중 1명 정도만 환자 심장을 만질 수 있다’라는 말에 흉부외과가 의사가 됐습니다.” 신 교수의 말이 큰 울림으로 남았다. 그는 캄보디아 유일의 심장수술병원이자 한국 의사가 운영하는 무료 병원인 ‘헤브론병원’으로 곧 의료봉사활동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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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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