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 호스트 예일대 졸,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
엠마누엘 마크롱은 오늘날 지구촌의 진보주의자, 중도주의자와 범 세계주의자 모두로부터 칭송을 받는 지도자다.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된 후 자유시장, 유럽연합, 세계화와 교역 등에 관해 긍정적인 발언을 하면서도 과감한 개혁을 단행한 그는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더구나 마크롱은 점차 파고를 높이는 대중주의의 조류 속에서 이 모든 것을 해냈다. 과연 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주의 깊게 지켜보아야 할 그의 핵심 영역은 이민이다.
지난 화요일 마크롱은 난민신청을 신속히 처리하고 신청이 거부된 자들을 실제로 추방하는 등 이민정책을 강화하겠다고 재천명했다(2016년 프랑스는 난민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신청자 가운데 20% 미만을 추방했다).
그는 2016년 철거된 거대한 임시 난민촌에 관해 언급하며 자신의 재임기간 중 또 다른 “정글”이 나타나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고 역설했다. 이로 인해 마크롱은 좌파의 비난을 받고 있지만 대선전에서 그의 맞수였던 대중주의 우파 지도자 마린 르 펜의 박수를 받았다.
빈틈없고 비범한 정치인인 마크롱은 프랑스 제5공화국의 가장 위대한 대통령 가운데 한명으로 기록될지 모른다. 그는 프랑스 국경을 넘어 대중의 보편적 정서를 이해한다.
한때 하늘을 찌르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의 지지율은 지난 2015년 시리아 난민을 중심으로 100만 명의 피난민을 받아들인다는 그녀의 결정이 나온 후 추락했다.
최근 독일 총선에서 메르켈의 정당은 상당수의 원내 의석을 잃은 반면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이 사상 최초로 의회에 진입하며 기염을 토했다.
당시 실시된 출구조사에서 독일 유권자들의 90%는 난민신청이 기각된 외국인들을 신속히 추방할 것을 원했고, 71%는 전체 난민 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대중주의의 핵심 이슈는 누가 뭐래도 이민이다.
바로 이것이 강력한 경제성장과 제조업 분야의 활기가 유지되고 불평등의 극적 증가세가 나타나지 않는 독일과 네덜란드, 스웨덴 같은 국가에서 극우적 대중주의가 여전히 활개를 치는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가 유능한 16명의 공화당 경선후보들을 제친 것도 이민이라는 한 가지 핵심 이슈에서 그들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자신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내 저변 지지층은 다른 무엇보다 국경장벽을 원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반면 민주당은 더욱 신뢰할만한 대중주의자로 보이기 위해 경제정책에서 좌 클릭했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대중이 이미 그들의 경제정책에 동의한 상태였음을 보여준다. 당시 유권자들, 특히 백인 근로계층 유권자들이 민주당과 큰 의견 차이를 보인 분야는 이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아직도 이민 문제에 대해 이전보다 더욱 극단적인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수십 명의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10년 전에 세운 이민에 관한 입장은 현재 당 지도부에 의해 기각당하고 있다.
예를 들어 10년 전이라면 미국의 현 이민정책이 가족재결합과 숙련된 기술을 지닌 이민자들의 유입 필요성 쪽으로 지나치게 편향되어 있다는 지적에 대부분의 민주당 지도자들이 동의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런 문제에 대해 입을 여는 민주당 지도자는 단 한 명도 없다.
민주당은 “이민자 보호도시”(sanctuary cities)”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이는 결국 로컬 당국에게 연방법을 무시하거나 심지어 국법을 집행하려는 연방당국에 맞서라고 부추기는 격이다.
만약 공화당계 시장들이 그들이 싫어하는 총기와 낙태에 관한 법에 대해 똑같이 반응했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상상해 보라.
요즘은 어떤 안건에 대해 온건한 입장을 취하기가 쉽지 않다. 이민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내가 보기에 트럼프는 이민문제를 인종주의자의 입장에서 논하고 있다. 공화당 내 일부는 이민자들을 비하하고 토착주의와 인종적 편견을 부추기는 등 추하고 편협한 태도를 보인다. 이런 태도와 타협을 시도하는 것은 불쾌하고 부도덕한 행동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합리적인 절충점을 찾아야만 한다.
고 에드워드 케네디는 미국의 가장 진보적인 상원의원 중 한명이었고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지금도 굳건한 보수주의자다.
그래도 이들은 2000년도 중반, 요지부동의 교착상태에 있던 미국의 이민정책과 이를 둘러싼 대중의 분노를 상당부분 해소시킨 몇 가지 중요한 타협을 이루어냈다.
캐나다는 한때 토착주의 세력이 기승을 부렸다. 그러나 인종적 다양성과 다문화주의, 현지동화를 장려하는 노력과 함께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민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한 이래 토착주의자들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현재 캐나다는 미국에 비해 해외출생자들의 비율이 높다.
지난 수십 년간 진짜 이슈는 이민 규모와 유입 속도였다. 1990년 이래 미국의 해외출생자 비율은 9%에서 15%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독일과 네덜란드의 해외출생자 비율은 거의 두 배, 덴마크는 세 배가 늘어났다.
신규 이민자의 대부분은 예전에 비해 미국에서 더욱 멀리 떨어진 다른 문화권에서 들어온다. 하지만 한 세대가 수용할 수 있는 변화는 제한되어 있다.
만약 주류 정치인들이 이 같은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이를 언급하는 사람들을 인종주의자로 매도한다면 도처에 존재하는 진짜 인종주의자들을 포용하는 쪽으로 대중을 내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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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 호스트 예일대 졸,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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