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부는 바람이 겨울바람인가, 봄바람인가. 아님, 여름바람일까, 가을바람일까. 바람이 불긴 부는데 하늘이 내는 바람인지, 사람이 만드는 바람인지 종잡기가 쉽지 않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이 불바다로 변할 것 같았었는데. 아니, 북의 평양과 핵 기지들이 미국의 공격으로 모두 박살날 것처럼 보였었는데 잠잠하다.
잠잠하기는커녕,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남과 북은 장구치고 북치고 장날을 맞이한듯하다. 평창동계올림픽. 바람의 근원지인가. 남과 북이 단일팀을 만들어 국기도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한단다. 방송과 신문. 미국의 뉴스(1010)도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연일 보도하기에 바쁘다. 올림픽의 바람이 이렇게도 센가.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제23회 동계올림픽. 2월9일부터 25일까지 평창과 강능, 정선에서 분산 개최된다. 이어서 장애인의 패럴림픽대회가 3월9일부터 18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92국가에서 참가한다. 한국에선 1988년 하계올림픽 개최 이후 만 30년만에 열리는 올림픽이다.
세계인이 모여 열리는 올림픽축제. 이런 축제가 잘되어지기를 바라는 건 상식이다. 평화스럽게 아무 사고없이 열려야 하기를 바라는 것도 상식이다. 그러나 순수해야 할 올림픽축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하는 것은 상식이하다. 남북이 단일팀을 꾸려 올림픽 개최국이 자기 국기도 없이 한반도기를 사용하는 것까지는 좋다고 보자.
그러나 올림픽을 핑계로 북한의 홍보용 잔치가 남한과 북에서 펼쳐지려고 하는 것은 상식이하가 아닐까. 북한은 올림픽기간 동안 북의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을 서울과 강능 등에서 하기로 남한과 합의를 보았다. 또 올림픽 개최 전 금강산문화행사 및 북한의 마식령스키장에서 남과 북의 스키선수들의 공동훈련을 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합의와 행사가 순수한 올림픽 중 행사로 끝나야 하는데 북한과 김정은에 대한 홍보가 되어 전 세계로 퍼진다면 남한의 실수요 수치가 아닐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미국은 조용히 지켜보기로 했나보다. 대통령 트럼프는 “좋은 소식일 수도 있고 나쁜 소식일 수도 있다”며 군사훈련도 연기하는 등 그의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남북간의 해빙무드는 햇볕정책을 주장한 김대중정권에서 시작돼 노무현정권으로 이어졌다. 보수의 이명박, 박근혜정권이 무너지자 친북좌파의 문재인정권이 들어서고 햇볕정책의 후풍이 시작되는 것 같다. 햇볕정책은 이솝우화의 ‘북풍과 해’에서, 지나가는 사람의 외투를 벗게 하는 것은 햇볕이지 태풍이 아니란 의미에서 따온 거다.
햇볕정책은 북한에 핵과 미사일을 만들 시간과 돈을 제공했고 지난해에만 16발의 미사일을 발사하게 했다. 당근과 채찍이 정책이었던 미국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뒤 당근보다는 채찍에 무게를 두고 유엔과 함께 북을 옥죄기 시작했다. 지금. 평창올림픽으로 남북 간에 대화가 오고가며 해빙무드가 일자 일단 미국은 관망상태다.
한국국민으로 한반도에 평화가 오고 특히 통일이 된다면 누가 좋아 안할 리 있겠나.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아니던가. 허나, 통일이 북한의 뜻대로 되어져가는 통일이라면 차라리 오지 않음만 못하리라.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오가는 대화와 해빙무드가 남한이 북한에 끌려가는 듯한 몰골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렇다.
북한 전문가 니콜라스 에버스타는 뉴욕타임즈를 통해 “북한이 남한에 먼저 대화를 제안한 이유는 한국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서 가장 연약한 고리임을 알기 때문”이며 “한국이 북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북측에 상응한 대가, 즉 북측에 한국뉴스를 제공하겠다고 요구하라”는 강력한 메시지 등을 전달 수용하게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1988년, 하계올림픽. 2018년, 동계올림픽. 이번 올림픽의 슬로건은 ‘하나된 열정(Passion. Connected)’이다. 슬로건대로 전 세계인의 공감을 연결하고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대회이기를 바란다. 또한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한반도에 부는 바람이 훈풍이기를 바란다. 사람이 만드는 바람이 아닌, 하늘이 내리는 바람이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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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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