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어 아직까지 난 울프의 책을 읽지 않았다.
그러나 기본적인 줄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던 것으로 눈 뜬 사람들에게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이야기다.
트럼프는 도덕적으로나 지적으로 대통령감으로는 함량미달이다. 그는 직위를 이용해 사적인 이익을 취했고, 사법방해를 저질렀으며 적대국과 내통했다.
폭스가 아닌 다른 매체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이 정도는 기본상식에 해당하지만, 울프는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도록 거들어준다.
현재 진짜 뉴스는 의회 공화당이 이같은 국가적 악몽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트럼프와 거리를 두기보다 공화당 의원들은 그에 대한 지원을 배가하고 있으며 특히 그의 약점과 범법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다.
폴 라이언이 심각하고, 정직하며, 보수적이던 때를 기억하는가?(사실 그는 결코 그런 적이 없다, 그것은 단지 그의 공적인 이미지였다.)
지금 그는 트럼프의 사실 은폐를 거들기 위해 데빈 넌스 공화당 하원의원을 지지한다.
브라이언 보이틀러가 말하듯 공화당(GOP)은 Grand Obstruction Party(사법방해당)이 됐다. 왜 그랬을까?
내 생각으로는 레이건 시절 이래 공화당 전략의 초석으로 작용해 온 냉소적 흥정(cynical bargain)이 도덕적 올무로 변질됐다는 게 정답이다.
우리가 아는 바로는 선출직 공화당 인사들 가운데 단 한명도 여기서 탈출을 시도할 정도의 의지력을 갖고 있지 않다. 물론 내가 말하는 냉소적 흥정이란 우파의 경제적 아젠다를 진전시키기 위해 인종주의를 부당하게 이용하려는 결정이다.
캐딜락을 타고 다니는 ‘웰페어 퀸’에 관해 한바탕 호들갑을 떨고 나서 소득세를 삭감하는 식이다. 인종적 상징인 윌리 호턴 광고를 한 후 담함급지법을 약화시키고, 법과 질서를 앞세우다 돌연 헬스케어를 차단한다.
한 세대 이상, 공화당 집단은 미끼를 바꿔치는 상술을 그들의 통제하에 두었다. 선거 승리를 위해 동원된 인종주의는 선거가 끝나면 잠잠해졌다. 부분적으로는 발뺌의 여지를 남겨놓기 위해, 혹은 최상위 1%를 더욱 부유하게 만든다는 진짜 우선순위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공화당은 통제력을 상실했다. 공화당 지지기반은 자신이 인종주의자가 아닌 척 하지 않는 자타가 공인하는 인종차별적 지도자를 갖기 원했고 결국 이번에 원하는 것을 얻었다. 뿐만 아니라 안주처럼 부패와 무능, 반역까지 따라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줌도 채 안 되는 트럼프 골수 반대자들을 제외한 모든 공화당원들은 그래도 상관없다고 결정했다.
트럼프가 어떤 인물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의 아젠다를 밀어부칠 수만 있다면 기꺼이 눈을 감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대중주의(populism)는 어떻게 하려는 걸까? 그들은 그 역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정확히 예측했다. 트럼프는 선거공약을 몽땅 폐기하는 것조차 주저하지 않았으며 빈곤층의 사회복지 혜택을 삭감하는 한편 부유층의 세금을 인하하는데 ‘올인’했다.
초반에 공화당원들이 그들의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단지 트럼프를 이용하는 일시적 연합에 불과하다는 추론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이 아님이 명백해졌다.
트럼프는 최악의 기대치에조차 미치지 못했으나 공화당원들은 그를 잘라내기는 커녕 그들 스스로 트럼프의 공동운명체로 더욱 단단히 결속하고 있다. 왜 일까?
나는 그들이 진퇴양난의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들을 뻔히 알면서 악마와 흥정했고, 이제는 되돌아설 수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트럼프가 두려운 것은 그가 실패할 경우 당 전체가 그와 함께 몰락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공화당은 불량한 매니저로 밝혀졌거나 소소한 비리에 연루된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가 엄청난 비리를 저질렀고, 그것이 사법방해 및 푸틴과의 내통과 관련이 있다면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 개입 정도가 미미했다거나 아부의 정도가 심하지 않았던 것으로 여겨질 만한 사람은 없다.
트럼프가 침몰하면 그는 다른 모든 사람을 한꺼번에 끌고 들어가는 소용돌이를 만들어 낼 것이다. 현재 공화당은 통째로 트럼프의 범죄에 연루되어 있다. 트럼프와 그의 주변인들이 언젠가 법의 심판을 받을지 않을지에 상관없이 그게 바로 그들의 본색이기 때문이다.
이는 공화당이 어떤 식으로건 트럼프를 감독하거나 제어하기를 기대하는 것이 현시점에서는 대단히 어리석은 생각임을 의미한다.
이는 다른 무엇보다 선거에서의 대패, 다시 말해 게리맨더링과 우파가 지닌 다른 구조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향후 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하는 것만이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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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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