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 주변의 바위들
하산로 주변의 봄철 경치
LA인근의 산들을 찾다보면 가끔씩 예전에 도둑이나 악당들의 근거지로 이용된 사연을 가진 곳들을 만나게 된다. 서부의 개척기에는 땅은 턱없이 넓고 거친데다 인구는 아주 희박한 가운데 교통수단은 말이나 마차가 전부였을테니, 무법자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는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그런 시절이 당연히 있었을 것이겠다.
LA의 뒷산격인 샌게브리얼산맥에도 이러한 흥미진진한 “황야의 무법자”스토리가 있으니, 오늘 소개할 Mt. Hillyer가 바로 그 곳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말해진다. 승자인 백인들의 기록을 바탕으로 살펴본다.
캘리포니아가 멕시코의 영토였던 1835년에 Monterey에서 Tiburcio Vasquez라는 아이가 태어난다. 비교적 유복한 멕시코계의 가문에서 태어나 능숙한 영어를 구사할 만큼의 교육도 받는다. 잘생기고 유식했으며 기타와 춤에 소질이 있고 낭만소설을 좋아하고 여인을 위한 시도 써 봤다. 미국이 멕시코와의 전쟁에서 이겨, 캘리포니아를 자국영토로 귀속시킨지 2년쯤 뒤인 15세때에, 어쩌다가 어느 범죄현장에 있게 되었는데, 백인보안관이 자신의 무죄를 믿어줄것 같지가 않아, 무법자집단에게로 피신하여 갱이 된다. 피하지 않은 사람들은 사형에 처해졌다.
21세와 31세때는 각기 말과 물건을 훔친 죄로 감옥에 갇혔다가 탈옥도 한다. 나중에는 악당패의 두목이 되어 39세가 될 때까지 수많은 범죄를 저지르는데, 그 때마다 추격대를 여유있게 유유히 따돌리곤 하여 전국적인 악명을 떨친다. 급기야 주지사가 거액의 현상금을 걸기에 이르고, 이에 위기감을 느껴 은신처로 찾아든 곳이 Mt. Hillyer를 중심으로 하는 이 Chilao 지역이다.
이곳은 당시엔 세인들에게 아주 낯선 오지로서, 들고 나기가 용이한 은밀한 통로(Big Tujunga Canyon)가 있고, 훔친 말들을 먹일 초지( Horse Flats)가 있으며, 추격대의 공격을 받을 때는 도처에 큰 바위무더기들이 산재해 있어 방어하기에 좋은 난공불락의 천연요새(Mt. Hillyer)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Vasquez는 자기의 범죄활동에 대해 매양 “캘리포니아를 멕시코 영토로 되돌리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얘기하여, ‘Gringo’들에게는 말만 그럴싸한 악당이지만, 많은 멕시코계 캘리포니아인들에겐 선망의 영웅이 된다. 특히 그는 많은 여성들로부터 열렬한 사랑을 받았다고 하는데, 종국엔 그의 무절제한 여성탐닉이 그를 몰락케 한다.
그에게 Abdon Leiva란 충직한 부하가 있었는데, 그의 젊고 통통한 예쁜 부인 Rosaria를 유혹해 불륜을 저지름으로써, 부하를 불구대천의 적으로 만들게 된다. 그가 체포되기 직전에는 West Hollywood에 있는 한 친척의 농장에 머물고 있었는데, 여기서 Felicia라는 그의 조카를 임신시킨다. 이에, 분노한 그 가족이 보안관에게 은신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마침내 그가 잡히게 된다.
여자란 남자에게 어떤 존재일까?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일까? 감미로운 사약? 우주의 어딘가에 있다는 탈출불가능의 Black-hole? 자식을 낳고 길러내는 현빈의 문? 아니면, 젊음을 되찾아 주는 마법의 샘물? 정녕 알 수 없어라!
법정에서 자신은 결코 살인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살인혐의로 기소된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40세를 못채운 나이로 교수형을 받게된다. 옥중에 있을 때에도 특히 여성들에게 대단한 인기가 있었다고 하니,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그에게 위안이 됐을까? 형장에서 남긴 그의 마지막 한마디가 “Pronto!(빨리! )“였다고 한다.
가는 길
Freeway210에서 La Canada의 Highway 2 East로 나가 27마일을 간다. LA 한인타운에서 40마일쯤이고 Highway Mile Marker로는 50.6마일 지점이 된다. Chilao Visitor Center 표지판이 길 오른쪽에 있고, 입구는 왼쪽으로 있다. 입구에서 중심도로를 따라 거의 직진으로 0.7마일을 들어간다. Upper Chilao라고 쓰인 표지판이 있는 곳에 이른다. 오른쪽으로 그리 넓지 않은 주차공간이 있는 곳에 ‘Silver Moccasin Trail ’이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이곳에 주차하되, 주차증( Adventure Pass )을 차안에 걸어 놓는다.
등산코스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북쪽에 있는 완만한 경사의 등산길을 찾을 수있다. 출발지점의 고도는 대략 5100’로, 대개는 여름에도 덥지 않으며, 사방이 푸르러 공원같은 편안한 느낌을 준다. Horse Flats Campground까지 1마일이다. 잘 다져진 흙길로 걷기에 아주 편안하다. 길옆으로는 밀집된 잡목숲이 싱그럽고, 가까이 또는 멀리 Jeffrey Pine들의 모습이 우아하다. 대기는 싱그럽고 향긋하다.
20여분을 걷다보면 표지판이 있는 Junction에 이르른다. 0.9마일을 온 것이다. 직진하면 Silver Moccasin Trail의 계속인데, 우리는 왼쪽으로 0.1마일 떨어진 Horse Flats Campground로 간다. 이곳엔 주차장도 있고, 말을 매어 놓는데 씀직한 철봉구조물들이 보인다. 이곳이 140년쯤의 옛날에 Tiburcio Vasquez와 그 일당이, 훔쳐온 말을 어딘가에 되팔때까지 숨겨 간직하던 곳이다.
왼쪽(서쪽)으로 나있는 등산길이 Mt. Hillyer Trail이고, Mt. Hillyer까지 2마일이라는 표지가 있다. 아주 완만한 오름새로 이어지는 길옆으로, 아주 큰 화강암 돌들이, 멋진 Jeffrey Pine들과 부드럽고도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변화있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유독 예술성이 있는 이 산의 신령한 기운이, 장구한 세월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마련한 자신의 작품들을 자랑스레 펼쳐놓은, 2마일에 걸친 특설전시장임이 분명하다. 희대의 ‘Bandido’ (무법자) Vasquez가 25세된 정열의 여인 Rosaria를 이곳으로 납치케 하여, 1개월여를 같이 보냈다는데, 정인에게 이렇듯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랑하려 했음일까?
Mt. Hillyer(6162’)의 정상은 정상같지가 않다. 그저 널찍하고 평평한 느낌의 공터같다. 공터의 정점에서 완만한 내리막이 시작되기 직전의 왼쪽으로 역시 둥근 바위덩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는데, 그중에 가장 높은 바위에 오르면, 갈라진 틈 사이에 Summit Register통이 있다. 바위위에서 Wilson, San Gabriel, Strawberry, Josephine, Fox, Condor, Pacifico 등을 보면서, 어설픈 소감이나마 몇 마디를 한글로 긁적여도, 그게 다 내 멋이다.
출출하면, 여기가 도시락을 여는 곳이 되겠다. 푹 쉬며 주변의 경관을 즐긴 뒤, 온 길로 되돌아 가도 좋을 것인데, 왕복 6마일, 순등반고도 1000’ 쯤의 산행이 되겠다.
그러나 우리는 북동쪽으로 굽어지는 넓은 길을 따라 앞으로 간다. 주변의 멋진 경치를 보며 완만한 내리막 또는 평지를 걷는 1마일은 평화롭기만하다. 이 구간에서는 길옆으로 아주 무성하게 자라있는 키 높이의 식물 군락이 확연히 눈에 띈다. 피부에 닿으면 가려움증을 유발시키는 독초이다. Poodle-dog Bush라는 이름인데, 식물의 밑둥부분 1피트정도가 복실복실한 털강아지의 다리같이 보인다. 검게 말라붙은 잎들이다. 특히 산불이 난 곳에 번창한다고 한다. 5~6월에는 보랏빛 꽃이 온 동산에 흐드러지게 피어나 진한 향기를 머금고 고혹스런 미태로 너울거리니, 만지고 싶은 충동을 감당키 어려우니, Odysseus를 난파시키려는 Siren의 노래 쯤에 비교해도 될 듯하다.
이윽고 포장도로에 이른다. Rosenita Saddle이라는 안내판이 있다. 지명에 담긴 설명은 없지만, 아마도 Vasquez의 애인으로 이곳에 와서 한달여를 함께 지냈다는Rosaria에서 기인된 이름이 아닌가 짐작해본다. 잠시후 Santa Clara Divide Road를 만나면, 우측길을 택한다. 머잖아 Horse Flats Campground로 안내하는 Sign이 나온다. 다시 우측으로 길을 잡아 걸으면, 산을 오를때 지났던 Horse Flats Campground에 닿는다. 다시 Silver Moccasin Trail을 따라 0.9마일을 내려오면, 처음의 출발점에 도달된다.
정진옥 310-259-6022
http://blog.daum.net/yosanyos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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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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