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독일군에게 강제로 끌려온 재소자 400만명(유대인만 220만명)이 가스실과 화장터가 설치된 거대한 아우슈비츠수용소에서 참혹하게 죽어간 사건은 인류역사에서 가장 끔찍한 만행으로 기록되고 있다.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에 서술된 강제수용소의 실정은 알려진 바 그대로 너무나 처참해 인간으로서는 누구도 감내하기 어려운 극한 상황이었다.
밤낮으로 며칠을 쉬지 않고 달리는 수송차 안에 제대로 발 디딜 틈도 없이 끼어 도착한 곳은 겹겹이 둘러싸인 철로망 담장, 보초원들이 총을 들고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감시탑, 짐승처럼 날카롭게 질러대는 성난 고함소리, 그리고 끊이지 않는 재소자들의 비명소리와 함께 수시로 죽어나가는 수용소였다.
매일 밤 잠 자리는 쥐와 구더기가 들끓고, 한겨울 강추위엔 발이 꽁꽁 얼어 터져 피가 철철 흐르며, 빵 한 조각에 의존해 간신히 허기를 달래야 하는 곳, 희망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곳에서 그래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사람이 있었다. 바로 세계가 인정한 심리학계의 권위자 빅터 프랭클(심리치료요법 ‘로고테라피’의 창시자) 이었다.
그는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견뎌낼 수 없는 절망의 깊은 늪에서 결코 포기하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서 희망적인 생각을 갖고 꿋꿋이 견뎌내 끝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처절한 환경속에서도 그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내를 떠올리며 진정한 행복에 대해 생각하며 순간순간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그가 살아남은 것은 결국 그의 긍정적이고도 끈질긴 삶의 강인한 태도가 배경이 되었다.
“빛을 내려면 불타는 것을 견뎌야 한다. 삶을 통해 얻은 교훈을 터득하기 위해 그동안의 삶이 그처럼 힘겨웠는지도 모른다.” 줄기찬 인내, 철저한 자기 성찰을 요구한 빅터 프랭클의 말이다.
새해가 벌써 열흘이 지났다. 올 한해 나는 내 앞에 부딪치는 어려움을 얼마나 잘 헤치고 살아갈까 생각해보게 된다. 지난 한해는 삶이 너무 버거워 쉽게 포기할 생각은 없었는지... 우리의 삶은 그동안 즐겁고 행복하기 보다는 대체로 고통스럽고 고달픈 생활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이다.
지난해 더 퓨 리서치센터의 설문조사 결과 미국인 41%가 재정상황이 50년 전보다 더 나쁘다고 답할 만큼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세제개편안을 내놓아 완만한 경제성장이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감세에 따른 영향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이고 보면 우리의 경제상황도 올해라고 더 나아질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지난 한해가 아무리 버겁고 고달팠어도 수용소의 그 지독한 공포와 극한적인 고통의 상황만큼 되었을까. 인간의 삶의 결과는 운명을 기다리기보다는 그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가느냐에 달려있다고 한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일찍이 삶을 포기한 사람은 모두 죽어 나갔다. 그러나 신념을 갖고 끝까지 버틴 사람은 살아남았다.
한인사회에는 벌써부터 피폐해진 살림살이로 고통 받는 서민들과 여기저기서 폐업과 줄도산으로 탄식하는 소상인들의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버거워도 끝까지 살아내야 하지 않을까.
지난해 수없이 겪은 고통과 슬픔, 그리고 아픔을 모두 긍정적인 마음으로 승화시킨다면 올 한해는 분명 좋을 결과가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믿음이고 희망이고 긍정의 힘 아니겠는가.
프랭클은 중증 환자들에게 그들이 자살하지 않은 동기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그들은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사랑 때문에, 아직 세상에 이바지할 일들이 남아 있어, 간직할 소중한 추억이 있기 때문에 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우리도 어떠한 시련이나 난관이 있어도 그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아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하겠다. 확실한 목표가 있는 사람은 어떠한 환경속에서도 분명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말한다. “살아남아야 할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떠한 상태에서도 견뎌낼 수 있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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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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