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 호스트 예일대 졸,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
현재 이란에서 전개되고 있는 사태에 관한 가장 계몽적인 해설은 162년 전에 쓰여졌다. 프랑스 혁명에 관한 저서에서 알렉시 드 토크빌은 “혁명이 반드시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에 의해 초래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파했다.
참을성 있게, 그리고 거의 무의식적으로 저항하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억압을 견뎌온 국민들은 종종 그들을 옥죄었던 멍에가 가벼워지기 시작하는 순간 갑작스레 반란을 일으킨다.
혁명에 의해 전복된 정권은 거의 언제나 바로 그 뒤를 이어 설립된 정권보다 양질이다. 과거의 경험은 불량한 정부의 가장 위험한 순간이 개혁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순간임을 가르쳐준다.
예를 들어보자. 북한이 아니라 이란에서 요즘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이것이 우리를 대신해 토크빌이 대답한 질문이다.
워싱턴과 이란 사이의 깊은 적대관계는 우리로 하여금 오늘날 이란이 중동의 다른 많은 국가들에 비해 훨씬 개방적이라는 사실을 쉽게 잊어버리도록 만든다.
예컨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과 소수계 지위만 비교해보아도 하늘과 땅만큼 큰 차이가 있다.
아직도 압제적인 성격이 짙은 현 정권의 내부 개혁주의자들을 누르고 강경파들이 득세한 상황이라 수시로 번복되기는 했지만 어쨌건 이란은 근년 들어 개방을 확대하는 추가 조치들을 잇대어 취한 바 있다.
또한 이란은 지난 20년간 강경파 집단이 반대하는 대통령을 지속적으로 선출했다.
1997년에는 현재 실질적 가택연금에 처해진 모하마드 하타미를 대통령으로 뽑았고 그 뒤를 이어 마흐므드 아흐마디네자르를 선출했다.
아흐마디네자르의 수사와 행동거지는 그가 1970년 이래 실질적으로 이란을 좌지우지해온 신권주의(mullah-ocracy) 체제에 맞서 싸울만한 인물이 전혀 아니라는 사실을 가려주었다.
그는 신학적 배경이 전혀 없는 세속적 정치인이었고, 이로 인해 성직자들의 정권유지에 위협적인 존재로 간주되었다.
지금 이란은 하산 로하니라는 또 한 명의 개혁파 대통령을 갖고 있다. 이란의 강경파인 성직자 집단은 압도적인 지지로 재선된 그의 개혁 어젠더를 흔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실 신중한 이란의 일부 옵저버들은 시민들의 시위가 강경파들에 의해 추진된 것으로 추정한다. 시민저항을 선동한 후 이를 빌미삼아 개혁주의자들에 대한 단속을 정당화하고 개혁 자체를 끝장내자는 속셈이라는 주장이다.
2009년에 발생한 이란의 녹색운동(Green Movement)은 토크빌의 논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삽화다.
녹색운동은 이란이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를 지닌 후보들을 내세워 토론을 벌이고, 비밀투표를 하는 등 제대로 된 선거를 치렀기 때문에 발생했다.
이런 민주적 과정은 많은 이란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듯 했으나 선거가 조작된 사실이 알려지고 개혁성향의 후보들이 대거 낙선하면서 결국 국민적 실망감을 자아냈다.
이집트 국민은 그 누구도 민주적인 선거를 기대하지 않는다. 압둘-파타 엘시시 장군이 97%의 득표율을 기록했을 때 공개적으로 항의를 한 시민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은 바로 그런 연유에서다.
토크빌은 프랑스 정부가 기소당한 권력남용 자체는 새로울 게 없으나, 그것을 바라보는 국민적 시각은 분명 새로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 시기에도 중대한 경제적 과오가 있었지만 그 이후 발생한 정부와 사회 차원의 변화가 그 같은 잘못을 이전보다 뚜렷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유사하게 경제적 자립과 국가 사회주의, 부패라는 독성 강한 요인들의 혼합체인 이란의 경제는 늘 오작동을 일으키는 난장판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이란 국민은 개혁주의자들이 약속한 것처럼 유엔의 경제제재가 해제되고 바깥세상의 소식을 맘껏 접할 수 있게 되리라는 희망에 부풀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사실상 이란의 시위는 일련의 경제개혁에 의해 촉발된 것이다.
2006년에 나온 아이언 브레머의 저서 “J-커브”(The J-Curve)는 북한과 벨라루스 등 일부 국가들은 폐쇄적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반면 미국과 일본 등은 개방적이기 때문에 안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전자는 세계화의 바람으로부터 그들을 차단한 반면 후자는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그 같은 변화에 적응했다.
국가는 폐쇄상태에서 개방상태로 움직일 때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게 된다. 만약 집권세력이 각성되어 있고 전략적 사고가 가능한 집단이라면 이런 험한 전환과정을 견뎌내기에 충분한 개혁을 주도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압제로 회귀하거나 국가붕괴를 야기하는 혼란이라는 길을 걷기 십상이다.
이란은 혁명의 조건을 두루 갖추었다. 인구의 절반이 30세 미만이고, 청년층 대부분이 교육을 받은 직장인들이며 대략 5,000만 명의 이란인들이 외부 세계와 접촉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다.
개혁주의자들이 지속적으로 국민의 기대치를 끌어올렸으나 단 한 번도 그들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 역시 혁명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집권세력은 권력의 모든 도구와 이념은 물론 억압과 후원이라는 채찍과 당근을 갖추었으며 정권유지를 위해 언제이건 이들을 휘두를 태세가 되어 있다.
가뜩이나 불안한 중동에서 이란은 불안정의 시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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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 호스트 예일대 졸,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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