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주택 구입 열기 다시 불붙어
▶ 4분기 주택 소유율 63.7%, 전년동기 대비 하락
어느덧 한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기다. 올해는 과거 어느해보다도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해였다. 각종 사건 사고는 물론 여러 자연 재해로 우리의 마음도 상처를 많이 입었던 해다. 그러나 이제는 지나간 상처를 훌훌 털어내고 희망으로 새해를 맞이해야 할 때다. 주택 시장은 올 한해 큰 변동없이 잠잠한 가운데 회복세를 이어갔다. 다만 집값 급등과 매물 부족으로 인해 집을 사고 파는 일이 예년보다 힘들었던 해로 기억된다. 올 한해 주택 시장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 지 되돌아본다.
■ 주택 소유율 사상 최저
오르는 듯 싶었던 주택 소유율이 다시 하락했다. 2016년 4분기 주택 소유율은 약 63.7%로 전년 동기(약 63.8%) 대비 약 0.1%포인트 떨어졌다.(연방 센서스국).
주택 소유율은 2016년 2분기 50년래 최저 수준인 약 62.9%를 기록한 뒤 3분기에 소폭 오른 바 있다. 사상 최저 수준에 다시 근접한 주택 소유율은 올해 내내 반등에 실패했다.
주택 소유율이 다시 하락한 것은 중산층의 주택 구입이 점차 힘들어졌기때문이다. 또 다운페이먼트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층의 첫주택 구입마저 가로 막힌 것도 주택 소유율이 쉽게 오르지 못하는 원인이다.
■ 비은행권 모깆 대출 기관 점유율 상승
기존 은행의 모기지 대출이 감소하고 비은행권 대출 기관에 의한 대출 발급이 증가했다. 비은행권 대출 기관은 기존 은행처럼 예금과 같은 소매 금융업에는 관여하지 않고 모기지 대출 업무만 취급하는 금융 기관이다.
비은행권 대출 기관에 의한 주택 융자 시장 점유율이 늘기 시작한 것은 최근 수년사이다. 대형 은행이 독점하다시피한 주택 융자 시장의 다양한 수요를 흡수해 주택 거래 활성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대선 불확실성 사라져
지난해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대한 불확실성이 올해 초부터 걷히기 시작하면서 주택 시장에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다시 높아졌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1분기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주택 시장 신뢰도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조사에서 응답자 4명중 3명은 ‘올해가 집을 구입하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답했고 ‘반드시 구입하겠다’라는 답변도 약 47%로 전년도 조사때보다 높았다. 특히 연령대가 높은 응답자층에서 ‘올해가 주택 구입 시기로 적절하다’는 답변이 많았다.
■ 대도시 주민 상당수 세입자
대도시 주민 상당수가 세입자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며 심각한 대도시 주택 구입난을 입증했다. 온라인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의 조사에서 지난 2015년 전국 100대 도시중 세입자 비율이 주택 소유주 비율보다 높은 도시는 52개 도시로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29개 도시는 대규모 차압 사태 발발 시점인 2009년 이후부터 세입자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세입자가 급증한 시기는 2008년 금융 위기 발생 이후로 대규모 차압 사태로 세입자가 대거 양산된 시기다. 이후 현재까지 주택 임대료 급증에도 세입자 비율은 좀처럼 감소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 젊은층 주택 구입 어렵다
젊은층 주택 구입자들이 올해 시작과 함께 주택 구입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봄철 성수기와 함께 구입 능력이 높은 재구입자가 늘면서 젊은층이 주택 구입 경쟁에서 밀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연방센서스국의 통계에 따르면 2016년 35세미만 밀레니엄 세대의 주택 소유율은 약 35%로 2010년 이후 약 4% 하락했다.
연령대가 조금 더 낮은 18~24세 젊은층 중 여전히 부모 집에 얹혀 사는 비율은 100년래 최고로 젊은층의 주택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살인적인 수준의 생활비와 물가, 학자금 융자 상환 부담, 집값 급등 등의 요인이 젊은층의 주택 구입을 힘들게 하고 있다.
■ 작은 집 가치 더 올라
큰 집을 뜻하는 ‘맥 맨션’(McMansion) 시대가 다시 찾아 왔지만 작은 집의 주택 가치가 더 빠르게 올랐다. 지난 5년간 1,200평방피트 미만의 주택 가격은 연평균 약 7.5%씩 오른 반면 2,400평방피트가 넘는 주택의 가격 상승률은 절반 수준인 약 3.8%에 그쳤다는 조사가 발표됐다.
같은 기간 1,200~1,800평방피트와 1,800~2,400평방피트 규모의 주택 가격 연평균 상승률은 각각 약 5.7%와 약 5.6%로 큰 집 가치 상승률을 앞질렀다. 소규모 주택을 선호하는 밀레니엄 세대와 베이비 부머 세대의 주택 수요 증가가 작은 집 가치를 끌어 올렸던 것으로 분석된다.
■ 초강력 셀러스 마켓
봄철 성수기가 시작되자 마자 전국에서 초강력 셀러스 마켓 바람이 불어 닥쳤다. 매물 품귀 현상이 빚은 현상으로 셀러들이 바이어들을 마치 먹잇감 요리하듯 주도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25년만에 처음 경험하는 셀러스 마켓이라는 부동산 에이전트들의 푸념이 나오기도 했다.
오픈 하우스에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가 하면 매물이 나오자마자 여러건의 오퍼가 경쟁적으로 제출되는 ‘출혈 경쟁 현상도 주택 시장 곳곳에서 나타났다. 버뱅크 지역의 한 매물에서 실시된 오픈 하우스 행사에는 하루에 무려 100여명의 바이어들이 방문, 화제 뉴스로 전해지기도 했다.
■ 에이전트 실적 호조
주택시장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에이전트들의 실적과 수입이 모두 개선됐다. 2015년 하락했던 에이전트들의 거래 실적과 수수료 수입이 지난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조사에서 지난해 에이전트 1인당 평균 거래 실적은 약 12건으로 2014년(11건) 이후 가장 높았다. 거래 실적 증가는 짭짤한 수입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해 에이전트 1인당 수수료 수입 중간 금액은 연간 약 4만2,500달러로 2015년 약 3만9,200달러에 비해 약 8% 상승했다.
■강산 2번 바뀌며 임대료는 2배 급등
강산이 2번 바뀌는 동안 주택 임대료는 2배나 올랐다. 세월이 흐르면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임대료가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인플레이션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임대료가 오른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연방 센서스국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아파트 및 임대 주택의 ‘중간 임대료’(Median Asking Rent)는 월 약 864달러로 나타났다.
1995년 약 425달러에 불과하던 임대료가 경기 대침체를 거치는 동안 무려 약 2배나 치솟은 것이다. 대규모 주택 차압으로 세입자 규모가 급등한 틈을 타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슬금 슬금 올린 결과다.
1995년 약 100달러의 가치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했을 때 지금 약 160달러로 환산된다. 주택 중간 임대료가 만약 인플레이션 상승률 만큼 올랐다고 가정하면 20년전 425달러였던 임대료는 현재 약 680달러가 적정 수준이다.
■ 남가주 집값 5년내내 상승
남가주 주택 가격이 62개월 연속 상승(7월 기준) 행진을 기록했다. 5년전만해도 오렌지카운티와 LA 카운티 지역의 콘도미니엄의 경우 약 28만달러(중간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어림도 없는 소리가 돼버렸다.
단독 주택 가격의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 5년전에 비해 집 한채 값이라고할 수 있는 약 26만달러나 더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남가주 주택 가격은 적어도 향후 2년간 추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많고 상승 기간이 더욱 길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있었다.
■ 다시 돌아온 외국인
지난해 주춤했던 외국인들의 주택 구입 열기가 올들어 다시 불붙었다. 큰 폭으로 감소했던 캐나다인들의 주택 구입이 크게 늘면서 외국인 주택 구입 열풍을 이끌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따르면 2016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간 외국인들의 주택 구입 규모는 약 1,530억달러로 전년(약 1,026억달러)대비 약 49%나 급등, 사상 최고 규모를 기록했다. 이 기간동안 외국인들이 사들인 주택은 모두 28만4,455채로 전년보다 약 32% 늘었고 전체 주택 거래중 약 10%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인들의 주택구입 규모가 4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올해 캐나다인들의 주택 구입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 눈에 띄었다.
캐나다인의 주택 구입 규모는 2015년 약 112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약 89억달러로 급감한 바 있다. 그러나 캐나다인들은 올들어 사상 최고치인 약 190억달러어치의 주택을 사들이며 외국인 주택 구입 열풍의 주요 국가로 다시 떠 올랐다.
■ 남가주 ‘스테이 풋’ 현상 만연
남가주에서 주택 처분을 미루고 계속 머물겠다는 ‘스테이 풋’(Stay Put) 소유주가 늘면서 주택 평균 보유기간이 10년 전보다 2배나 늘었다. 주택 시장 조사 기관 ‘애톰 데이타 솔루션’(ATTOM Data Solution)의 조사에서 주택 시장 침체 직후인 2008년 봄 남가주 주택 소유주들이 구입 뒤 처분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약 4.6년이었지만 올 봄 약 9.4년으로 거의 두배나 길어졌다.
오렌지카운티의 경우 올봄 평균 주택 보유 기간이 약 10.3년으로 남가주 카운티중 가장 길었다. LA카운티와 샌버나디노 카운티의 평균 보유 기간 역시 각각 약 9.2년으로 2008년 대비 약 2배나 연장됐다. 2008년 구입 뒤 4년이 지나면 집을 처분했던 리버사이드 카운티의 주택 소유주도 평균 약 8.8년간 주택을 보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애완견 위해 집 구입한다
자녀가 아닌 애완견을 위해 집을 구입하겠다는 밀레니얼 세대가 증가한 것이 올해 이색 뉴스중 하나였다. 여론 조사기관 해리스 폴이 대출 기관 선 트러스트 모기지의 의뢰로 최근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최근 주택을 구입한 밀레니얼 세대 중 약 33%는 애완견을 위해 주택을 구입했다고 답했다. 일반적으로 결혼을 앞두거나 자녀 출산을 계획하는 경우 내집 마련에 나서는 경우가 많지만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는 달랐다.
결혼을 위해 내집을 장만했다는 밀레니얼 세대는 약 25%였고 자녀 출산을 앞두고 주택 구입에 나섰다는 답변도 약 19%로 모두 애완견에게 밀렸다.
애완견을 키우지 않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중에서도 앞으로 집을 구입한다면 애완견을 위해서 구입하겠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약 42%에 해당하는 밀레니엄 세대가 향후 애완견을 위한 목적으로 내집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 임대 선호 현상 뚜렷
하반기 들어 주택 임대료 상승세가 최근 한풀 꺾이면서 임대가 유리하다는 인식이 다시 확산되기 시작했다. 국영 모기지업체 프레디맥이 지난 8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약 76%의 세입자가 임대 비용이 주택 구입 비용보다 낮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1년전 조사에서는 약 65%의 세입자가 임대가 유리할 것으로 생각한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1년 사이 ‘임대료 정체, 집값 급등’ 현상이 지속된 것이 임대 선호 원인이다.
■ ‘FSBO’ 사상 최저
주택 매물부족 현상이 이어진 최근 수년간 ‘FSBO’(For Sale By Owner) 매물 비율도 매우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따르면 지난해 FSBO 매물 비율은 협회가 조사를 시작한 1981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 온라인 부동산업체 트룰리 아 닷컴의 조사에서 FSBO 매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매물 중 약 6.2%(10월 기준)로 낮게 조사됐다.
전국에서 FSBO비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호놀룰루로 약 1.3%에 불과했다. 반면 툴사 지역의 FSBO 매물 비율은 약 12.7%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 첫 주택 구입 비율 추락
올해 첫 주택구입자 비율은 지난해보다 조금 떨어졌다. 지난해 약 35%를 차지했던 첫주택 구입자 비율은 올해 약 34%로 하락했다.
1981년 이후 4번째로 낮은 비율로 NAR 조사 시작 이후 평균치였던 약 39%에도 훨씬 못미친다. NAR측은 첫주택구입자들이 주택 구입 능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매물 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않은 점이 첫주택 구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물 부족 현상이 가장 심각한 저가대 매물 시장에서 복수 오퍼가 제출되고 현금 구매자들이 구입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 하는 등의 현상이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결국 첫주택 구입자들의 주택 구입 시장 진출이 막혀 주택 소유율도 밑바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 세제개편안 양원 통과
연말 세제개편안이 상하원을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했졌다. 세제개편안은 대규모 감세안이 주요 골자라고 하지만 주택 시장에는 부정적인 내용이 많이 담겨있다.
세제개편안이 시행되면 모기기 이자에 대한 공제 혜택금액이 기존 100만달러에서 75만달러로 축소 실시된다. 뿐만 아니라 지역자치 단체에 납부하는 재산세 및 각종 소득세 공제액도 1만달러까지로 제한돼 주택 거래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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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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