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우 변호사
우리 부부가 중국식 안마시술 투어에 관심이 있는 미국인 관광객들에 섞여 중국을 방문한 것은 2001년 5월이었다. 당시는 북경에조차 자동차보다 자전거들이 범람하던 시절이었다. 국가 총생산량(GDP) 1인당 지수가 1,339달러에 불과했었으니까 호텔 외에서는 수세식 변소조차 발견하기 어려워 자금성 앞 넓은 광장에는 이동식 변소들이 즐비했었다.
관광명소 한 군데를 방문 중 태극기를 단 리무진과 경호차들이 맞은편에 선 것을 보고 20대 중국 안내원이 리무진에서 내리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그 얼마 전에 국무총리 자리에서 물러난 이수성 씨 모습이어서 그렇게 설명해 준 기억이 난다.
중국 전체가 빈곤을 벗어나지 못했던 그 시점에서 1988년에 올림픽을 주최했던 경제 강국 한국(당시 GDP 평균지수 1만1,255달러)으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고 느끼는 중국 당국자들은 한국 전직 총리에게도 극진한 예우를 한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그 생각이 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을 둘러싼 중국 정부의 의도적인 홀대 여부에 관한 보도들 때문이다. 중국 국영 CCTV가 문 대통령과의 단독 인터뷰 내용을 편집해서 22분이 넘게 방송한 것을 자세히 지켜본 한 기자는 “중국 측이 가진 전략적 안보 이익훼손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 측은 어떠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인가”라고 집요하게 질문한 앵커에게 상당한 분노를 느낀 것 같다. 대통령이 “앞으로 사드가 중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한국은 각별히 유의할 것”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처지에 대해 비애를 느껴야할 일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고도 그 기자는 술회한다.
CCTV의 방송 중에는 10월 31일 한국정부가 외무장관을 통해 표명한 3불(三不) 입장 즉 ▶사드 추가배치를 하지 않는다 ▶미국이 주도하는 지역 미사일방어(MD) 체계에 가입하지 않는다 ▶한미일 안보협력은 3국의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는다 라는 대형 자막 그래픽이 교만스럽게 전 화면을 점령했던 모양이다.
어느 의미에선 문재인 정부의 자업자득적인 측면이 있다. 사드 보복을 극복하기 위한 고육책인지는 몰라도 너무 숙이고 들어간 느낌을 준다.
물론 시진핑이 1인 독재와 개인숭배의 틀을 굳히고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 등으로 세계 최강국으로의 부상을 꿈꾸고 있는 상황이라서 한국외교의 비중이 그만큼 위축되었음이 짐작되기는 한다.
역사적으로 당, 원, 명, 청 중심대국이 한국 등 주변국가들에게 강요해온 조공과 굴종의 잔재에 더해 세계 제2 경제대국이 된 중화인민공화국의 긍지가 병합된 것으로 해석되지만 문대통령에 대한 홀대는 지나친 것 같다. 특히 리커창 총리가 13일 베이징에 있으면서도 문 대통령을 만나지 않은 것이 의식적으로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과 그의 측근 특히 외교안보 관계보좌진이 6.25 전쟁 이후의 맹방인 미국과는 거리를 두고 중국에 가까워지는 정책을 주장하고 추진하기 때문에 중국이 더 오만무례하게 나오는 것이라고 진단된다. 특히 한국(사진)기자들에 대한 중국 경호원들의 폭력행위는 아무리 규탄해도 족하다고 할 수 없다.
등소평 이후의 장쩌민, 후진타오 등 후계자들이 10년 권세를 누리고 다음 세대에게 권력을 넘겨준 전통에 어긋나게 시진핑은 장기집권 태세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진시황에 버금가는 것으로 비유돼 ‘시황제’라는 호칭을 받지만 중국의 안전은 공산당 1당 독재와 공안제도 때문에 존재하는 종이 호랑이일 뿐이다.
중국사회가 민주화 되면 소련이 몇 년 사이에 붕괴된 것처럼 쉽사리 산산조각이 날 수 있다. 언론의 자유, 결사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 기본인권이 실천되면 공산당 독재가 무너질 수 있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시진핑이 강하면서도 불안한 구석이 보이는 것은 “권력은 부패하고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인간사회의 철칙이 중국이라고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에 미국 같은, 아니 한국 같은 언론의 자유가 있다면 내일이라도 베이징에 엄청난 민중시위가 벌어져 민주화의 길이 시작될 것이다. 그래서 시진핑은 독재와 공안정치를 할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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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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