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위대성은 다인종, 다문화가 융합돼 있고 이민자 유입이 세계 최초에다 그 규모도 세계 최다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세계 약200개국에서 받아들인 이민자 집단의 문화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샐러드 보울(Salad Bowl)’ 정책으로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문화의 공존을 추구하는 다문화주의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은 이러한 정책으로 경제가 막강해진 점도 있지만 본토인과 이민자간의 갈등과 충돌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그 일환으로 아시안에 대한 인종혐오 범죄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근래에도 한인주택과 상점이 즐비한 퀸즈 플러싱 먹자골목 기차역 역사에서 아시안을 증오하는 낙서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한인지역 정치인들도 철저한 수사촉구를 요구하는 시위를 촉구하고 나섰다. 낙서에는 아시안을 혐오하는 ‘Asians Go Home’ ‘Chinese Get Out’ 등의 문구가 담겨 있다고 한다.
인종간 갈등이나 혐오문제는 이제 미국사회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이를 이미 예견한 세계적인 석학 새뮤엘 헌팅턴 교수가 발간한 ‘미국, 우리는 누구인가?’ 라는 제하의 책에서 밝힌 바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미국내의 문화갈등을 집중 조명하면서 대규모 이민이 미국의 국가 정체성을 뒤흔드는 가장 큰 원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며 앞으로 미국이 가야 할 길은 국가주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임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그의 반이민정책과 맞물리는 대목이다. 이는 미국내에서 안 그래도 불만이 많은 본토인의 감정을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하면서 저소득층 백인들의 분노표출은 갈수록 이민자들에 대한 혐오와 배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 이후 백인극우주의자들의 이민자에 대한 증오 및 혐오 범죄는 갈수록 늘고 있다. 얼마 전 하버드대 페북에 올려진 인종혐오 메시지, 커피매장에서 백인여성의 한인학생을 향한 “한국말이 역겹다” 뉴저지 버겐아카데미 학교교사의 “한국인들이 싫다” 등의 발언이 그 예들이다.
유럽같은 선진국이 갈수록 경제위기에 봉착하는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가 고령화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계속되는 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고령화문제를 끈임 없는 이민자 유입으로 많이 해소하고 있다. 하지만 한인들의 입장은 더부살이가 되다 보니 주인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는 점에서 어려움이 많게 마련이다.
그래도 한인들은 모두 빈손으로 이민 와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좋은 집 사고 가게도 늘리고 하면서 이제는 모두 보란 듯이 살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의 땅에 외국인들이 들어와 긁어모은 돈으로 배불리 먹고 좋은 집에서 고급 차타고 다니는 모습을 보는 본토인의 시선은 고울 리가 만무하다.
이번 아시안 인종혐오 낙서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봐야 하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인종혐오는 분명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본토인에게 혐오감을 갖게 하는 나쁜 말과 행동은 없었을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안방의 주인과 우리가 한 상에서 같이 밥을 먹으려면 주인조차 감히 손가락질 할 수 없을 정도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인들은 미국에 살면서 ‘Thank you’ ’excuse me’ ‘I’m sorry’ 등에 너무 인색하지는 않았는지, 남의 동네에서 돈 벌고도 환원할 줄 모르고 혼자만 잘 살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이 땅에서 우리는 그동안 주인의식을 갖기 위해 정치력 신장에 많은 애를 써 왔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돈 벌었다 자만하기보다는 모범적인 주인이 되기 위한 올바른 자세이다.
퀸즈 플러싱을 점령한 중국인들조차 놀랄 만한 시민의식이 한인들에게 없다면 미국인들의 시선에 한인들은 오로지 중국인들과 다름없는 아시안일 뿐이다. 이번 인종혐오 낙서에는 분명 ‘한국인은 고향으로 돌아가라(Korean Go Home, Korean Get Out)’가 아닌 ‘아시안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라(Asians Go Home, Chinese Get Out)’고 쓰여져 있기 때문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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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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