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톰과 제리·미래소년 코난 등서, ‘뼈 움켜쥐고 먹는 고기‘먹음직’
▶ 소고기‘본 인’스테이크 다양, 갈비뼈 붙은 토마호크 추천
‘만화 고기’에는 멋이라는 것이 넘쳐 흐른다. ‘만화 고기’가 무엇인지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면, 잠시 과거로 돌아가 보자. 미국 만화 ‘고인돌 가족(The Flintstones)’에서 고인돌 아빠가 굽던 고기는 큼직해서 가운데 T자 모양의 뼈가 툭 박혀 있다.
애완 공룡도 입맛을 다신 이 고기는 생김새로 보면 소고기 티 본(T-bone) 아니면 포터 하우스(Porter House) 스테이크다. 등심과 안심의 크기가 엇비슷하게 묘사된 것으로 보면 포터 하우스 스테이크로 단정할 수 있다.
또 다른 미국 만화 ‘톰과 제리’도 떠올려 보자. 고양이 톰과 생쥐 제리, 개 스파이크가 모두 좋아해 사이 좋게 나눠 먹기도 하는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햄 스테이크다. 돼지 엉덩이에 가까운 뒷다리를 횡단면으로 잘라낸 두툼한 고깃덩이로, 한가운데 동그란 다리뼈가 박혀 있다. 이 만화에는 서커스에서 도망쳐 나온 사자도 가끔 등장하는데, 사자는 이 부위를 통으로 꿀꺽 먹었다.
일본 만화 ‘미래 소년 코난’에서 코난과 코비가 모닥불에 통째로 구워 먹은 고기도 돼지고기 다리 부위다. 자르지 않고 통으로 구워 뼈가 손잡이 역할을 하는 횃불 모양이다. 최근작인 ‘원피스’의 루피가 먹는 만화 고기는 무엇인가. 이 고기는 고기의 양 옆으로 뼈가 드러나 있는 실패 모양이다. 정육 전문가 최정락 씨는 어린 양의 뒷다리 허벅지 부위일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 만화에서도 만화 고기 형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머털 도사’의 주인공 머털이 대접받은 고기 역시 주먹만한 살코기 양 옆으로 뼈가 드러난 실패 모양이다. 크기로 보면 닭, 오리 등 가금류의 다리 부위일 것으로 가늠할 수 있다.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로 제작돼 이번 달 개봉하는 주호민 작가의 원작 ‘신과 함께’에서도 저승에서 온 차사들이 같은 모양의 만화 고기를 뜯으며 “고기는 역시 만화 고기!”를 외친다.
언제나 ‘뼈와 함께’다. 만화 고기의 핵심은 뼈에 있다. 허옇게 드러난 동물 뼈를 움켜쥐고 큼직한 고깃덩어리를 거칠게 우적우적 뜯어 먹는 묘사는 만화 주인공들이 만화 고기를 먹을 때마다 등장하는 상투적 표현이다. 사뭇 원초적이다. 네티즌들은 일본 만화 ‘처음 인간 갸톨즈’를 이 클리셰의 원류로 꼽는다. 참고로 이 만화에서의 만화 고기는 매머드 고기로 묘사되었으니 실제로 맛 보기는 영 그른 일이다.
우리는 이 고기들을 현실에서 먹어보기 힘들었다. ‘고인돌 가족’의 티본이나 포터하우스는 그나마 접근이 용이하다. 식당에서도, 마트에서도 파는 곳이 많으니 언제라도 즐겨보시길. 그런데 ‘톰과 제리’의 햄 스테이크는 한국에 없는 부분육이다.
올해 연말 파티는 만화 고기 스테이크
다시 크리스마스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엔 언제나 ‘잔치 음식’이 필요하다. 분위기 띄우는 데에 적격인 스테이크는 쉬워 보여도 기술이 필요한 음식이다. 두꺼운 팬에, 기름을 흥건하게 둘러, 매우 강한 불에, 자주 뒤집으면서 굽고, 구운 후에는 따뜻한 곳에 잠시 두는 것이 핵심 요령이다. (자세한 방법은 본지 지난 해 12월 23일자 ‘연말 파티를 위한 궁극의 스테이크 10계명’( http://hankookilbo.com/v/c3020b4e085b45948dc75ade15b78a46 )을 참고하자.
올해는 최근 새삼 인구에 오르내리는 만화 고기 스테이크에 도전해 보자. 집에서도 누구나 할 수 있고, 시각적으로나, 미각적으로나 맛이라는 것이 넘쳐 흐를 것이다. ‘한국술집 21세기 서울’에서 심광섭 요리사와 함께 소, 돼지, 양, 닭으로 만화 고기 스테이크를 구워 봤다. 만화가 아닌 실화다.
도끼 자루 스테이크, 토마호크
소고기에는 많은 종류의 본 인(Bone-in) 스테이크 부위가 있다. 미국육류수출협회 김태경 과장은 “티 본과 포터 하우스 외에도 엘본(L-bone), 본 인 립아이 등 다양한 스테이크 부위가 있지만, 특히 최근 주목 받는 스테이크 부위는 토마호크”라며 “갈비뼈를 길게 남겨 도끼 모양으로 다듬은 스테이크 부위로, 등심과 꽃등심, 고소한 갈빗살이 붙어 있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고 귀띔한다.
이 스테이크는 4,5㎝로 두껍게 구웠을 때 무게가 1.6㎏에 달한다. 실제 크기도 도끼만 하니 장정 두세 명이 먹어도 넉넉하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스테이크 전문점 ‘제로투나인’ 정성구 셰프가 뼈와 고깃덩이, 지방 등을 정리해 예쁘게 다듬은 프라임 등급 토마호크를 구워봤더니, 근육 사이사이 곱게 파고든 마블링 덕분에 오랜 조리시간에도 불구하고 촉촉함이 잘 유지됐다.
문제는 크기다. 집에서 조리하기엔 너무 크다. 도끼자루에 해당하는 뼈가 길기 때문에 어지간한 팬 밖으로 비어져 나온다. 뼈에 붙은 고기 부위는 열전도율이 낮은 뼈 때문에 더 천천히 익는다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해법은 있다. 뼈에 붙은 부분에 팬 바닥에 고인 뜨거운 기름을 부지런히 끼얹어 모자란 열전도를 채우면 고르게 잘 구워진다. 베이스팅(Basting)이라고 하는 조리 테크닉인데, 맛과 멋 둘 다 잡을 수 있는 방법이다. 단, 뜨거운 기름이 튀면 다칠 수 있으니 과격하게 멋 부리는 동작은 금물이다.
소외 받던 돼지 등심의 출세작, 뼈등심
돼지고기 스테이크는 인기가 없다. 돼지고기는 소고기보다 싼 데다 뻣뻣해서 맛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소고기도 소고기 나름이고, 돼지고기도 돼지고기 나름이다. 소고기보다 비싼 돼지고기도 많다. 특히 ‘이베리코 베요타’는 어지간한 소고기 가격에 판매된다. 돼지고기가 뻣뻣해서 맛없다는 것은 잘못 구운 돼지고기만 먹어왔다는 고백에 다름 아니다. 단언컨대, 돼지고기 스테이크는 맛있다. 적합한 부위를 잘 구우면.
뼈등심 또는 본 인이라고 부르는 돼지고기 스테이크 부위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부위엔 갈비뼈가 남아 있고, 등갈비살에서 등심까지 이어져 있다. 두툼한 비계 부위도 연결돼 있는데 이 비계살은 목살에 붙은 비계처럼 밀도감 있게 씹히고 고소한 지방 맛이 터져 나와 한 번 경험해 보면 반드시 다시 찾게 된다. 무엇보다도 뼈가 붙어 있지 않은가! 대개 2,3㎝ 두께로 판매되는데, 굽는 방법은 일반적인 스테이크와 다르지 않다. 토마호크와 마찬가지로 뼈 부위에 베이스팅을 해가며 열을 더 주어야 잘 익는다.
뼈등심으로 만든 돼지고기 만화 고기 스테이크를 가장 맛있게 먹는 익힘 정도는 미디엄 웰던 정도다. 지방이 녹고 비계는 꼬들꼬들하게 다 익어 고소한 맛으로 변하고, 살코기 안은 분홍빛을 띄고 수분을 머금고 있는 정도가 딱 좋다. 부드럽고 촉촉할뿐더러, 돼지고기 특유의 향과 맛이 가장 잘 산다. 웰던으로 구우면 어느 부위라도 맛있기가 힘들다. 그나마 삼겹살이나 목살, 항정살은 기름이 많아 촉촉하게 느껴질 뿐이다. 돼지고기의 기생충 문제가 해결된 것이 이미 30여 년도 더 된 일이다. 돼지고기도 소고기의 미디엄, 미디엄 웰던처럼 속에 분홍빛이 돌도록 덜 구워도 안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닭다리의 변신, 토종 닭다리 스테이크
스테이크가 스테이크다우려면 시각적 포만감도 중요하다. 병아리 다리 구워 먹는 초라한 느낌이 드는 육계보다는 토종닭을 추천한다. 육계는 몇백 g에서 1.6~1.8㎏까지가 그나마 구할 수 있는 선인데 반해 토종닭은 2㎏ 내외 무게로 출하되기에 그나마 큼직하다. 일반 육계보다 체형이 호리호리해 살집은 적지만 다리가 길어 보기에도 좋다. 오래 키워 육향이 더 밴 것은 덤이다.
전형적 만화 고기는 닭의 종아리 부분을 사용해 모양을 낼 수 있지만 ‘1인 1 스테이크’ 하기엔 크기가 충분치 않으니 허벅지 부분까지 연결해 사용한다. 시중에 판매하는 닭 다리 부분육은 ‘북채’로, 종아리 부분만 예쁘게 모양을 잡아둔 것이다. 닭 손질에 자신이 없다면 전문가의 손을 빌면 된다. 정육점에 가서 통닭을 구입하되, 구이용으로 허벅지까지 다리를 따로 달라고 부탁할 것. 남는 부위는 따로 뒀다가 닭볶음탕, 닭곰탕 등 다른 요리에 쓰면 된다.
닭 다리는 모양이 입체적이다. 두께가 일정하지 않아 균일하게 잘 굽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팬에서 겉을 충분히 구운 후 오븐을 이용해 속까지 더 가열되게 하면 편하다.
닭 스테이크에서 닭 껍질은 생명이다. 과자처럼 바삭바삭한 크러스트를 담당하는 부분이다. 고소한 맛이 다 껍질에 있다. 껍질이 팬 바닥과 기름에 잘 밀착되도록 닭다리를 누르거나 펴서 구워야 바삭거리는 껍질을 얻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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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림 객원기자·사진 강태훈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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