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언제부터 돈을 사용하기 시작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많은 학자들은 동전이나 화폐 같은 실물보다 장부가 먼저 발명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존하는 장부 중 가장 오래 된 것은 지금부터 3만 년 전 유럽에서 만들어진 ‘치부 막대기’다. 동물 뼈에 금을 그어 숫자를 표시한 이 막대기는 누가 얼마나 빚을 졌는지를 표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후 조개 껍질이나 곡물이 교환 수단으로 사용됐으나 금과 은 등 귀금속이 발견된 후로는 이것이 가장 중요한 화폐로 떠오른다. 돈의 대명사인 금화가 처음 발명된 곳은 지금 터키의 일부인 리디아다. 기원 전 7세기 이 나라에서는 강에서 채취한 사금으로 동전을 만들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엄청난 부를 쌓았다.
많은 금화를 운반할 때의 위험성이 인식되면서 이를 금고에 넣어 두고 영수증으로 실물 교환을 대신할 수 있다는데 중국 사람들은 착안했다. 지폐는 11세기 송나라에서 발명돼 원나라 때 널리 쓰이게 됐으며 마르코 폴로에 의해 13세기 유럽에 전해지게 됐다. 지폐 발행에 맛을 들인 원나라는 이를 남발하다 인류 역사상 첫 인플레를 경험하며 망하고 만다.
금이나 은 같은 실물에 뒷받침 되지 않은 지폐를 남발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한 동안 서양 정부의 지폐는 돈을 들고 은행에 가면 이를 금이나 은으로 바꿔주는 태환 지폐였다. 그러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정부가 발행한 모든 돈을 귀금속으로 바꿔주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이제는 그 고리를 끊은 불환 지폐를 발행하고 있다.
컴퓨터의 발달과 함께 인터넷을 이용해 사용자 장부에 기록을 남김으로써 화폐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블럭체인 기법과 이에 바탕을 둔 가상 화폐가 최근 탄생했다. 대표적인 것이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익명의 개인 혹은 그룹이 만든 블럭체인 기법을 통해 2009년 태어난 비트코인이다.
한 동안 인터넷 전문가 등 극소수의 전유물이던 비트코인은 장차 정부 발행 화폐를 대체할 교환 수단으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올 초 1,000달러 수준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미 1만7,000 달러를 넘어섰으며 연말까지 2만 달러도 돌파하리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선물 거래소인 시카고의 상품거래소(CME)도 지난 주말부터 비트코인 거래를 시작했다.
비트코인은 월가의 증권이나 상품 전문가가 아니라 컴퓨터에 밝은 아시아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먼저 각광을 받았다는 점이 특이하다. 비트코인의 탄생지로 추정되는 일본은 한 때 비트코인 전 세계 선물 거래량의 절반을 차지했고 이웃 한국도 지난 주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¼에 이를 정도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인구가 미국의 1/6밖에 안 되는 한국 거래량이 미국보다도 많다는 사실은 분명 정상은 아니다.
사태가 이에 이르자 한국 정부는 비상 대책 회의를 열고 거래 규제와 발생 이익에 대한 자본 이득세 부과 등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아예 과잉 투기로 인한 사회 불안을 우려해 거래를 금지해 버렸다.
비트코인의 앞날에 대해서는 화폐를 대치할 신기술로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설과 전형적인 투기 상품으로 버블이라는 견해가 대립한다.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 중앙 은행 총재들은 최근 일제히 비트코인 버블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동물 뼈에 긋던, 인터넷을 통해 컴퓨터에 긋던, 가치와 보존 및 교환 수단으로서 장부의 효용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장부의 가격이 언제까지 오른다는 보장은 없다.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투자가의 믿음이다. 나보다 더 비싼 돈을 주고 살 바보가 어디엔가 있다는 확신 말이다. 정부의 규제와 제2 가상 화폐의 등장 등 이런 믿음을 위협할 요소는 많다.
앨런 그린스팬 당시 미 중앙은행 총재가 하이텍 버블의 위험을 경고한 것이 1996년이다. 하이텍 버블은 그 후 4년을 더 부풀다 2000년 초 터졌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비트코인 버블은 아직 초창기로 보인다. 향후 몇년 동안 수십배 더 오를 수도 있지만 내가 들어가는 날이 막차일 수도 있다. 간이 작은 사람들이나 임산부들은 멀리 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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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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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글이네요. 지르고 싶은 분들은 더 늦기전에 지르세요. 허나 지르고 나면 편하게 잠자기는 힘들겁니다. 언제 떨어질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