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이염·기관지염도 감기로 착각 할수도, 10세 미만 어린이는 세기관지염 조심을
▶ 백신 맞으면 2주 뒤 항체… 노약자 접종 서둘러야
일교차가 큰 초겨울에는 우리 몸의 생체리듬이 혼란을 겪게 된다. 습도가 낮아지면서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릴 때는 독감이 맹위를 떨치지만 요즘에는 감기, 세(細)기관지염 같은 호흡기 질환이 흔하다.
감기는 코감기의 주원인인 리노바이러스 등 200여종의 바이러스와 여러 세균에 의한 감염성 질환이다. 코, 목, 기도, 후두 부위 등 상기도에 발생해 의학 용어로는 ‘상기도 감염’이라고 한다. 감기바이러스는 환자가 기침할 때 튀는 작은 침방울과 함께 다른 사람의 점막으로 들어가 전염된다.
감기에 걸리면 흔히 콧물과 재채기, 기침, 발열, 목 아픔 등의 증상을 보이고 대개 1~2주 안에 자연적으로 낫는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중이염·기관지염·폐렴 등의 합병증이 생기거나 이들 질환에 따른 증세를 감기 증세로 착각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조용선 을지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가래에 피가 묻어 나오는 경우, 체중이 감소하거나 목소리가 변하는 경우, 음식을 삼키기 곤란하거나 안면통이나 치통 등이 발생할 경우에는 감기로 인한 합병증 등을 의심하고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면역력이 약한 만 1세 이하 영아 등 10세 미만 어린이는 세(細)기관지염에 걸리기 쉽다. 기관지 중 가장 작은 가지인 세기관지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이 침투해 발생한다. 지난해 137만명이 세기관지염으로 진료를 받았는데 이 중 10세 미만이 57%(5세 미만 45%)를 차지했다.
조산아, 선천적으로 폐·심장 질환이 있거나 심한 알레르기 질환 가족력이 있는 영아 등이 고위험군이다. 면역력이 떨어진 고령자들이 감염돼 노인요양원 등에서 집단 발병하기도 한다.
감염 후 증상 발현까지 보통 4~5일의 잠복기를 거친다. 세기관지염에 걸리면 2~3일간 발열·기침·콧물·목아픔·가래 증상을 보인다. 분비물이 늘어 세기관지를 막으면 산소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쌕쌕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가쁜 숨을 내쉬고 저산소증·호흡곤란을 초래해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천식, 기관지 폐이형성증 등 폐 질환이 있는 어린이에게는 심한 폐렴을 일으킬 수 있다.
발열은 대개 아주 심하지는 않으며 증상에 따라 해열제·기관지확장제 등 대증적 요법으로 치료되는 경우가 많다. RSV가 원인일 경우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는 듣지 않는다. 독감과 달리 아직 예방 백신이나 잘 듣는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지 않았다.
RSV는 독감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감기에 비해 전파 경로가 다양하다. 환자가 기침할 때 튀는 작은 침방울은 물론 환자와 직접 접촉하거나 환자가 만진 문, 버스·지하철 손잡이, 물품 등을 통해서도 전염된다. 바이러스가 묻어 있는 물건을 만진 뒤 눈·코·입 등의 점막 등을 만지면 독감 환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았더라도 전염될 수 있다.
김창근 인제대 상계백병원 천식알러지센터 교수는 “RSV 감염에 따른 세기관지염은 1세 미만 영아들이 잘 걸리고 호흡기 증상이 많은 반면 독감은 어린이집·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들이 잘 걸리고 고열·근육통이 동반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A형·B형)에 의한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대개 고열·두통과 함께 근육통 같은 전신 증상이 갑자기 발생하면서 목이 아프고 기침이 나는 등 호흡기 증상이 동반된다. 전염성이 강하고 영·유아, 노인,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이 걸리면 폐렴·뇌염·뇌수막염·패혈증 같은 중증 합병증을 유발해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감기·독감을 예방하려면 아침저녁 외출 시 옷을 따뜻하게 입어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한다. 손을 자주 씻고 면역력이 떨어졌다면 가급적 사람이 많은 장소에 가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외출 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방역용 마스크(미세입자 차단효율 94% 이상·KF94)를 착용하는 게 좋다. 외출 후에는 손발·얼굴을 깨끗이 씻고 양치질·가글, 식염수 코 세척을 해준다. 실내 습도는 가습기·빨래 등을 활용해 50%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게 한다. 올바른 영양 섭취와 충분한 휴식·수면, 규칙적인 운동은 면역력을 키워 감기·독감 예방에 도움을 준다.
독감(인플루엔자)은 38도 이상의 고열과 기침·인후통·두통·근육통·피로감 등을 동반하며 폐렴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정부가 영·유아와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년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을 지원하는 까닭이다.
독감 고위험군에 속하지만 무료 접종 대상이 아닌 당뇨병 환자, 만성 폐·간·콩팥·심혈관질환자, 암환자 등 면역력이 떨어진 64세 이하 연령층과 임신 중인 여성이라면 유료 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독감에 쉽게 걸리고 심하게 앓아 입원하거나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신한 경우 예방접종 시기는 임신 주수와 상관이 없다.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은 8명 중 1명이 당뇨병을, 노인 10명 중 9명은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 독감 고위험군과 함께 지내는 가족 등도 같이 맞는 것이 좋다.
■ 독감 예방하려면
독감 백신을 맞으면 2주 뒤쯤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생기는데 면역력 유지기간이 평균 6개월(3~12개월)에 그친다. 우리나라의 독감 유행 시기는 통상 12월부터다. 백신의 항체 생성기간, 면역력 유지기간 등을 고려할 때 10~11월이 예방접종의 적기다. 아직 접종을 받지 않았다면 서두르는 것이 좋다.
독감 백신은 건강한 성인에서 70~90%, 노인에서 20~50% 정도의 예방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방 효과가 떨어지더라도 입원 치료 비율과 합병증에 따른 사망 위험을 낮춰준다.
노인의 경우 600만명가량이 이미 보건소와 병·의원에서 무료 접종을 받았다. 무료 접종 백신은 독감 바이러스 중 A형 2종(H1N1·H3N2)과 B형 1종(빅토리아)에 의한 독감을 예방할 수 있는 3가 백신이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의약품청(EMA)은 4가 독감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B형 바이러스 1종(야마가타)에 의한 독감도 예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유료 접종만 받을 수 있다. 국내 4가 백신 시장은 녹십자·GSK·SK케미칼이 3파전을 벌여왔는데 올해 사노피파스퇴르가 가세했다. 제약사와 병·의원 간 경쟁이 치열해져 보통 3만~4만원대인 접종 비용이 일부 병·의원에서는 1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지난 5~8월 홍콩에서는 독감으로 432명이 숨졌다. 3명을 뺀 429명이 만 18세 이상 성인이다. 사망자 가운데 46%(198명)는 지난해 또는 올해에 독감 백신 접종을 받았지만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유전자 변이가 잘 일어나고 전염성이 강한 A형(H3N2)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행한데다 면역력이 약한 노인·만성질환자가 많은 것도 한몫했다. 이 바이러스는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했고 올 겨울에도 유행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정부가 지원하는 독감 백신 무료 접종 대상은 생후 6~59개월(2012년 9월~2017년 8월 출생) 어린이 214만명과 만 65세 이상 노인 730만명이다. 생후 6개월 미만 영아는 접종 대상이 아니다. 처음으로 독감 백신을 맞는 생후 6개월 이상 아기는 적절한 면역 획득을 위해 4주 이상의 간격을 두고 2회 연속해서 맞아야 한다. 독감 유행기간에 생후 6개월이 되는 아기는 내년 4월까지 2회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접종 후에는 30분가량 병·의원에 머물며 과민반응이 나타나지 않나 확인하는 것이 좋다. 영·유아는 가급적 오전에 접종한다. 2~3시간 뒤쯤 이상 반응이 나타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어서다.
예방접종을 받았더라도 독감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면 하루빨리 병·의원을 방문해 항바이러스 약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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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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