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코니어스는 최근까지 최장수 연방 하원의원이었다. 한국전에 참전한 후 민권 운동에 뛰어들어 존 딩겔 연방 하원의원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1964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후 올해까지 장장 53년 간 하원을 지켰다. 그 동안 그는 흑인 연방 하원들의 모임인 의회 흑인 회의(CBC)를 공동 창립했고 마틴 루터 킹 생일을 연방 공휴일로 만드는데 앞장섰으며 연방 정부가 주도하는 전국민 의료 보험제 설립을 추진해왔다.
민주당의 아이콘이자 당내 가장 진보적인 인사의 하나였던 그가 지난 5일 사임했다. 여성 보좌관들을 성추행한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11월 내년 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혔으나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당 지도부의 압력에 굴복해 즉각 물러나고 만 것이다.
앨 프랭컨은 70~80년대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로 유명해진 코미디언 출신 정치인이다. 독일과 러시아에서 이민 온 유대인 이민자 후손으로 하버드 정치학과를 우등으로 졸업한 그는 어려서부터 연극에 재능을 보여 TV 대본 등으로 7차례나 에미상 후보로 지명됐으며 3번 상을 받기도 했다
진보적 소신을 가진 그는 폴 웰스톤 미네소타 출신 연방 상원의원의 강력한 지지자이기도 했으며 그가 2002년 선거를 앞두고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자 그의 뒤를 이어 정치판에 뛰어들기로 결심한다. 2004년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현직이던 공화당의 놈 콜먼을 총 유효표 300만 표 가운데 312표 차로 이기고 당선된 후 지난 10여년 동안 그는 여권 신장을 비롯한 진보적 이슈를 위해 싸워왔다.
그러던 그도 지난 7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7명의 여성이 그가 자신들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하자 그는 사과를 하면서도 일부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윤리위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고 밝혔지만 역시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당 지도부의 압력에 사표를 던지고 만 것이다.
로이 모어는 앨라배마 주 대법원장을 두 번이나 지낸 공화당 정치인이다. 웨스트포인트에 들어가 지휘관으로 월남전에 참전한 후 돌아와 앨라배마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검사가 됐다. 2001년에는 선출직인 앨라배마 주 대법원장에 당선되지만 법원 청사에 설치된 10계명 기념물이 정교 분리를 규정한 연방 헌법에 위반된다며 이를 철거하라는 연방 법원의 명령을 거부해 2003년 해임된다.
2013년 다시 주대법원장에 선출되지만 이번에는 동성 결혼 금지가 위헌이라는 연방 대법원 판결이 난 후에도 주 판사들에게 동성 결혼을 금지하라는 지시를 내려 직무가 정지된 후 이를 풀어달라는 항고가 기각된 후 2017년 다시 사임한다.
그리고는 제프 세션스 현 법무장관이 사임함으로써 공석이 된 앨라배마 연방 상원의원 후보로 출마해 12일 선거를 앞두고 있다. 유세 기간 중 당시 14살이었던 여성을 비롯 3명의 여성이 모어가 40년 전 자신들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했지만 모어는 10대 여성들과 데이트를 한 것은 맞지만 성추행을 한 적은 없다고 맞섰다. 미치 맥코넬 연방 상원 공화당 원내 총무를 비롯한 공화당 지도부는 그의 사임을 촉구했으나 그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같은 앨라배마 출신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인 리처드 셸비마저 “14살 짜리를 건드렸다는 얘기로 충분하다. 나는 그에게 표를 줄 수 없다”고 말했으나 도널드 트럼프는 모어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하긴 10여명의 여성이 트럼프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스스로가 수많은 여성들을 성추행했다고 자백한 인물이 모어를 비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특이한 점은 로이 모어 지지자들의 상당수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이다. 하긴 10계명 중에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는 계명은 있어도 “네 이웃의 딸을 탐하지 말라”는 계명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공화당이 통과시킨 감세안 내용을 살펴보면 어째서 공화당 지도부와 거액 헌금자들이 명백한 무자격자인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밀었는지 알 수 있다. 그가 미국을 올바로 이끌어갈 능력과 자질이 있느냐보다 공화당 부자들의 숙원 사업인 감세안에 서명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기독교인들이 모어를 지지하는 이유도 같다. 리버럴한 민주당원 대신 독실한 기독교 신자를 연방 상원에 보내는 것이 그가 과거에 성추행을 했느냐 안 했느냐보다 중요한 것이다. “온 세상을 얻고도 제 영혼을 잃어버리면 무슨 유익이 있겠느냐”는 성경 구절이 떠오른다.
<
민경훈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대 물려 국회의원 시킬려고 아들을 다음 국회의원 후보로 추천했죠. 그런데 아들이 애인과 싸우며 여자 땅에 내동댕이 치고 부엌 칼로 찔렀죠. 당연히 국회의원 깜 입니다
나라 망해먹는데 큰 일조하는 부류가 요즘 기독교인들이라 한심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