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OC, 조직적 도핑 러시아 출전 금지 중징계
▶ 러시아 선수들 개인 자격 출전만 허용 발표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자국 국기를 흔들며 입장하는 러시아 선수단. <연합>
개막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우려했던 대형 악재가 닥쳤다. 국가 주도의 도핑 조작 스캔들로 스포츠계를 농락한 러시아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금지라는 중징계를 부과 받았다. 이미 NHL의 올림픽 불참 결정으로 일격을 맞은 평창올림픽 입장에선 설상가상의 타격이 아닐 수 없다.
IOC는 5일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러시아 선수단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을 금지했다. IOC는 다만 약물 검사를 통과한 ‘깨끗한’ 러시아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평창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은 열어줬다.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는 러시아 선수들은 러시아라는 국가명과 러시아 국기가 박힌 유니폼을 사용할 수 없고 대신 ‘러시아서 온 올림픽 선수’ (Olympic Athlete from Russia·OAR) 소속으로 경기에 출전한다. 이들의 유니폼엔 러시아 국기 대신 올림픽 오륜기가 새겨진다. 또 메달을 따더라도 러시아 국기가 아닌 오륜기가 게양되고 러시아 국가 대신 올림픽 찬가가 울려 퍼진다.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하되 사실상 ‘나라 없는 선수들’로 대우하겠다는 IOC의 결정에 러시아는 강력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쥬코프 러시아올림픽위원장이 이번 IOC 결정에 앞서 자국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러시아 국기를 달지 못하는 상황을 ‘모욕’이라고 규정했기에 러시아가 평창올림픽을 전면 보이콧할 가능성도 있다.
AP통신과 타스 통신에 따르면, 마리야 자카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매우 고통스러운 결정”이라면서도 “우리는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라고 썼다.
이날 IOC로부터 평창올림픽 참가 금지, 러시아 체육부 고위 인사들의 올림픽 영구 추방, 벌금 1,500만달러의 중징계를 한꺼번에 받은 러시아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일단은 최종 보이콧 결정을 내리기 전 외교 수단을 총동원해 CAS에 징계 경감을 읍소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불참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평창동계올림픽의 흥행 차질은 불가피해졌다. 이날 로잔에 도착한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러시아 선수들이 아예 참가를 못 하는 것은 아닌 만큼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면서 “흥행을 위해선 러시아 선수단이 자국 깃발을 들고 참석하는 게 최선이지만 조직위가 IOC의 결정을 반대할 힘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러시아가 개인 자격으로라도 선수를 평창에 보낼 것이라는 낙관론에 바탕을 둔 예상일 뿐 그간 공언대로 러시아가 아예 대회를 보이콧한다면 평창조직위가 받을 타격은 절대 작지 않다.
이미 동계스포츠의 꽃인 아이스하키의 세계 최고 무대인 NHL 선수들이 평창에 오지 않아 평창동계올림픽은 흥행에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NHL은 표면적으로 리그 일정 중단에 따른 금전 손해와 선수들의 부상을 이유로 평창동계올림픽 불참을 택했다고 밝혔으나 NHL이 IOC로부터 톱 스폰서 수준의 대우를 못 받게 되자 ’평창 패싱‘으로 맞섰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다. 실제 1998년 일본 나가노 대회부터 2014년 러시아 소치 대회까지 5개 동계올림픽 연속 출전한 NHL이 평창을 건너뛰고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에는 관심이 있다며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 이런 견해를 뒷받침한다. 세계 최고 무대를 누비는 아이스하키 스타들이 평창에 오지 못함에 따라 평창조직위는 입장권 판매와 중계권 수익에서 손해를 보게 됐다.
도핑 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러시아대륙간아이스하키리그(KHL)를 볼모로 내세운 것도 평창에 악영향을 준다. NHL에 이어 세계 2위 리그인 KHL은 IOC의 러시아 선수 표적 약물 검사를 문제 삼고 평창동계올림픽에 불참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캐나다, 스웨덴, 핀란드, 체코 등 아이스하키 강국은 KHL에 자국 선수들의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을 허용해달라며 공동 대응에 나섰다. NHL에서 이어 KHL마저 리그 소속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불허한다면 평창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수준은 과거 대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지게 돼 올림픽 경기의 권위가 상당히 퇴색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여기에 러시아 선수단의 동계 올림픽 불참은 NHL의 불참보다 오히려 타격이 더 컸으면 컸지 절대로 적지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는 노르웨이, 미국, 오스트리아, 독일과 더불어 동계스포츠 5강을 형성하는 나라다. 이런 강국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지 않는다면 대회 위상은 자연스럽게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평창의 흥행 성공여부는 러시아가 이번 결정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만약 조직적인 국가주도 도핑사태와 관련된 국제 사회의 비판을 수용하고 개인 자격으로라도 간판선수들의 평창 출전을 허가한다면 평창은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을 것이나 만약 러시아가 전면적인 보이콧으로 나선다면 평창올림픽 입장에선 엎친 데 덮친 격의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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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대회 위상이 먼저가 아니라 공정한 플레이가 더 중요한 것이다. 더더욱 올림픽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