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롱패딩 판매 마지막 날인 지난 11월30일, 롯데 본점, 잠실점, 영등포점 할 것 없이 전날 오전부터 줄서기를 하여 자정 무렵부터는 수백 명이 노숙을 했다고 한다. 그 중에는 3박4일을 노숙한 끝에 구스 롱다운 점퍼(평창 롱패딩)을 품에 안았다고 감격해하는 여성을 한국 뉴스에서 보았다. 거위털이 들어간 다른 롱패딩보다 반값에 따뜻한 보온효과가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한정판 3만장은 모두 팔렸다. 그야말로 “샤핑이 뭐길래”라는 생각이 든다.
연말연시 미 최대 샤핑 시즌을 맞아 TV, 신문, SNS 어디서나 판촉행사가 한창이다. 연말 특대세일, 최고 72개월 무이자+최대 1,000달러 보너스 캐시 제공, 0다운 0%파이낸싱. 원 플러스 원 행사 등등 소비자의 공짜 심리를 자극하기도 하고 “우리 물건 지금 안사면 당신 엄청 손해 보는 거야” 하면서 구매 심리를 충동하고 있다.
아이에게 “블랙프라이데이 샤핑 하러 아웃렛 몰 갈래?” 했다가 대번에 “노우”하고 거절을 당했다. 2세인 딸은 온라인으로 샤핑한다. 원하는 디자인에 다른 색상, 다른 사이즈의 옷을 여러 개 우송받아 맞는 것을 선택한 다음 도로 리턴 하는 것을 볼 때마다 “다시 리턴 하기 귀찮치 않아?” 하면 들려오는 대답이 “요즘 애들 다 그래”이다.
퇴근해 돌아오면 집 앞에 ‘밀키트 (Meal Kit)’가 놓인 적도 여러 번이다. 커다란 박스 안에 파스타 면이나 육류, 야채 등 각종 식품재료에 양념까지 정확한 분량이 알뜰살뜰 구분되어 들어있다. 다음날 저녁, 딸이 박스 안에 같이 든 레시피대로 만든 파스타 요리를 얻어먹긴 했다. 놀란 것이 몇 인분인지에 따라 재료의 양이 정확해서 그럴듯한 요리가 만들어졌고 요리하고 나면 양파 한쪽, 감자 한 톨 안남아 남는 재료는 물론 쓰레기도 없었다.
1세대인 나는 온라인 샤핑을 좋아하지 않는다. 필요하면 가서 직접 눈으로 보고 시식하거나 걸쳐보아야 한다. 온라인 샤핑을 즐기는 아이와 오프라인 샤핑을 하는 부모 사이에 사람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함께 먹는 기회와 여유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작년 4월, 기록적인 홍수 피해로 집과 재산을 잃은 텍사스의 3만명 노숙자를 돕기 위해 미국 대형 샤핑센터에서는 고객들이 계산을 할 때 도네이션을 받았다. 코스코와 메이시스 백화점에서 샤핑하면서 5달러 정도 도네이션 했던 기억이 난다. 샤핑을 하면서 뭔가 좋은 일에 나도 동참했다는, 이런 ‘착한 소비’ 는 연말을 맞아 의미가 있다.
미 신발업체 탐스(TOMS)는 신발 한 켤레를 사면 다른 한 켤레를 개발도상국 어린이에게 전달하는 ‘원 포 원(One for One)’ 슬로건을 2006년 설립당시부터 실행했다. 처음 200켤레 기부를 목표로 했으나 전 세계인들이 호응하여 70개 이상의 국가에 6,000만 켤레의 신발을 전달한 바 있다. 특히 주로 신발이 기부되는 지역인 남미 아르헨티나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 기부용 신발공장을 설립하여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고 운송비를 절약하기도 했다. 이는 안경 하나 사면 저개발 지역에 안경 하나, 깨끗한 물 기부 운동으로 확대됐다.
비영리단체 헝거프리 아메리카가 최근 발표한 ‘2017년 식비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뉴욕주와 뉴욕시 가구 현황’에 따르면 퀸즈 전체 주민의 7.8%에 해당하는 23만4,023명이 금전 문제로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퀸즈 주민 12명 중 1명이 배고픔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 ‘원 플러스 원’ 행사를 너무 좋아한다. 올 연말에는 이를 ‘하나 사면 하나 기부’로 바꾸어보면 어떨까. 소비자가 물건 하나 사면 하나는 업소 측이 기부하도록 해 노숙자, 독거노인, 미혼모, 저소득층 아동 등 배고프고 소외된 이들을 돕자.
이부자리 하나 사면 또 하나의 이불로 불우이웃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고 코트 하나 사면 코트 하나는 홈리스에게 가고 음식 하나 주문하면 음식 하나는 배고픈 노숙자에게 가고....좋은 사회는 이렇게 더불어 성장하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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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뉴욕지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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