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웨덴과 역대전적 2무2패, 네덜란드-이탈리아 탈락시킨
▶ 유럽 복병과 월드컵 첫 만남, 독일·멕시코도 한수 위 전력
월드컵 조 추첨을 지켜본 뒤 3일 귀국해 인터뷰하는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 <연합>
2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이탈리아 축구영웅 파비오 칸나바로가 ‘대한민국’이 적힌 종이를 펼치고 있다. <연합>
‘행운의 조’ ‘역대 최고의 조’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 추첨 직후 언론의 헤드라인 제목들이다. 한국은 벨기에, 알제리, 러시아와 한 조에 속했지만 1무2패, 역대 최악의 경기력을 보이며 탈락했다. ‘최악의 조 편성’ ‘16강 꿈 가물가물’ 1994년 미국 월드컵 조 추첨 직후 나온 반응이다. 한국은 독일, 스페인, 볼리비아와 같은 조가 됐는데 당시 국가대표 수비수였던 홍명보(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가 “월드컵으로 떠나는 미국행 비행기에 타기 싫었다”고 고백할 정도로 최강의 상대를 만났다.
하지만 본선에서 스페인과 2-2로 비기고 독일에 아깝게 2-3으로 지는 등 선전을 펼쳤다.
지난 2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 추첨에서 한국은 세계최강 독일, 북유럽의 강호 스웨덴, 북중미의 맹주 멕시코가 속한 F조에 들어갔다. ‘죽음의 조’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미국 통계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는 한국의 16강 진출 확률을 18.3%로 예측했다. 독일이 82.5%로 가장 높았고 멕시코(51%), 스웨덴(48.2%)이 엇비슷했다.
하지만 과거 사례에서 보듯 조 편성과 성적이 비례하는 건 아니다. 월드컵까지 남은 7개월 동안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모스크바에서 조 추첨을 지켜보고 온 신태용(48) 축구대표팀 감독 역시 3일 귀국 인터뷰에서 “A조(러시아 이집트 우루과이 사우디)에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다. 그러나 B조(포르투갈 스페인 모로코 이란), G조(벨기에 잉글랜드 파나마 튀니지)를 빼면 다 마찬가지다. 어차피 우리보다 약한 팀은 없다”고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한국은 내년 6월 18일 오후 9시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스웨덴과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 뒤 25일 0시 로스토프에서 멕시코를 상대한다. 27일 오후 11시 카잔에서 열릴 최종전 상대는 독일이다. 스웨덴전에 16강 진출의 80%가 달렸다는 말이 나온다. 신 감독도 “청소년, 올림픽 대표를 맡으며 1차전을 잘 치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스웨덴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면 (16강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8위 스웨덴은 강하다. 유럽 예선 A조에서 프랑스에 1위를 내줬지만 네덜란드를 3위로 밀어내고 2위를 차지해 플레이오프에 올라 이탈리아에 60년 만에 본선 탈락을 안긴 주인공이다. 10경기(6승3무1패)에서 단 9실점. FIFA에 따르면 스웨덴은 평균 신장이 185.2cm로 월드컵 진출 팀 중 세르비아(185.6cm)에 이어 2위다. 한국은 182.2cm로 15위.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간판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6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다시 복귀할 거란 전망까지 나온다. 박문성 SBS 축구 해설위원은 “스웨덴을 못 이기면 사실상 16강 진출은 어렵다”고 전망했다. 한국은 스웨덴과 역대 전적에서 2무2패로 열세이고 월드컵에서는 이번이 첫 만남이다.
멕시코(16위)는 본선 출전만 이번이 16번째다.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붙어도 쉽게 지지 않는 팀이다.
지난 대회 우승팀이고 현 세계랭킹 1위인 독일은 자타공인 최강이다. 독일이 앞선 두 경기에서 일찌감치 16강을 확정하면 한국과 마지막 경기에 주전을 쉬게 할 거란 말도 있지만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 대진표상 F조 2위는 E조 1위를 16강에서 만나는데 브라질이 유력하다. 브라질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독일은 한국전까지 최선을 다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독일은 벤치 멤버도 빈틈 없다.
베이스캠프 선정도 신중해야 한다. 월드컵에서 각국대표팀은 베이스캠프에서 훈련하다가 경기 장소로 이동하고 끝나면 다시 베이스캠프로 복귀해야 한다. 베이스캠프에서 경기장을 왕복할 때는 FIFA가 제공한 전세기를 탄다. 한국 축구 사상 첫 원정 16강에 진출했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베이스캠프였던 루스텐버그는 이동 거리, 훈련 여건이 최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실패 원인 중 하나로 베이스캠프(이구아수)가 지적됐다. 기후가 생각보다 쌀쌀해 선수들 컨디션에 영향을 줬고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를 치르는 동안 5,152km를 이동해 같은 조의 러시아(4,304km), 알제리(3,992km), 벨기에(1,984km) 중 가장 길었다.
베이스캠프가 얼마나 중요한 지는 브라질 월드컵 때 독일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보통은 리조트나 호텔을 예약하지만 독일은 마음에 드는 곳이 없자 캄푸 바이아라는 지역에 아예 베이스캠프를 새로 지었다. 철저하게 친환경적으로 건설해 선수들의 빠른 회복을 도왔고 스폰서, 기자들의 접근을 막아 집중력을 높였다.
신태용 감독은 베이스캠프로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놓고 고민 중이다. 모스크바는 동선이 좋다. 1, 3차전이 벌어지는 니즈니 노브고로드와 카잔과는 각각 425km, 825km 떨어져 있고 비행시간도 50분, 1시간20분이다. 2차전 장소인 로스토프만은 1,109km(1시간40분 비행)로 조금 멀다. 반면 모스크바는 시내 교통 체증이 심해 숙소에서 공항 이동이 불편할 수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모스크바에서 북쪽으로 약 700km 더 가야 하지만 운동에만 전념하기 좋고 공항 이동이 편하다. 신 감독은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도) 비행기를 20~30분 더 타는 거라 큰 문제는 없다. 여러 가지를 종합해 곧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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