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젊은이들이 세계 각국의 대도시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다. 20대~30대 젊은 나이에 글로벌 무대의 주인공이 된 영광은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특출한 재능, 피나는 노력, 거기에다 행운까지 따라준 결과이다.
뉴욕에 사는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수석무용수 서희.
서희 재단 주최 ‘2017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코리아 발레 콩쿠르’를 위해 9월23일 새벽 서울에 도착하여 25일까지 콩쿠르를 진행한 뒤 26일 뉴욕에 도착, 바로 아메리칸 발레 가을 시즌무대를 준비한 그녀는 힘든 줄도 모른다.
10월18일부터 29일까지 2주간 이어진 가을시즌 무대에 거의 매일 섰고 ‘엘레지 파드되’를 추는 그녀는 관객들로부터 ‘깃털’ 같다는 찬사와 함께 가장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무대에서 가장 빛이 나는 서희를 보면서 ‘13세 어린 소녀가 워싱턴 DC 키로프 발레아카데미로 혼자 유학 와 얼마나 많은 밤을 연습으로 지새웠을까’를 생각했다.
파리에 사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지난 2월22일 뉴욕 카네기홀에서 연주했던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내년 한국 대전 공연티켓이 7일 예매 시작 3시간 만에 전석 매진되었다고 한다.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공연마다 관객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조성진은 “천재라뇨?”하고 반문한다. 2,804석 규모의 카네기홀을 전석 매진한 5,600여개의 눈동자가 자신만 쳐다보는데 얼마나 긴장되고 떨렸을까?
하지만 어린 미소년은 여유 있게 연주를 시작하여 마무리 인사 때는 부드러운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래서 그를 ‘강철 멘탈’이라고 한다. 집에 있을 때는 일어나서 연습, 점심 먹고 연습, 산책 후 연습, 그렇게 10시간을 연습한다고 한다.
런던에 사는 화가 김훈규.
세계적 온라인 매거진 ‘Artslant’ 쇼케이스 위너로 2016년 당선된 제이크 더 독(Jake the dog, 한국이름 김훈규)의 ‘풍요의 신( The God of Fertility)’을 인터넷으로 보고 강한 충격을 받았다. 문명사회 인간들은 무기, 석유, 핵, 유전자 조작을 이용하여 자연을 파괴한다. 왕관을 쓴 해골은 손을 벌려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을 받는데 이 흰 눈이 세상의 악함을 덮는 구원이자 희망이다.
김훈규는 런던 로얄 칼리지 오브 아트 학생으로 세계현대미술의 중심지 런던의 ‘젊은 피’로 작년과 올해 두각을 나타냈고 2017년 차드웰 상(Chadwell Award) 최종 우승자다. 보수적인 경향의 영국 미술계에서 사상처음 한국 전통채색화가 선정된 것. 런던 더 프리츠(The Frieze) 아트페어에서도 단연 시선을 끌었다.
한국에 살며 세계 골프계를 평정한 박성현.
지난 7일 롤렉스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마침내 1위에 등극했다. 지난 7월 US여자오픈에서 첫 우승하고 8월 캐나디언 퍼시픽 여자오픈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딴 그녀는 시즌상금이 216만1,005달러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박성현은 손바닥이 까지고 부르트도록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고 한다. 앞으로 40세까지는 골프 투어를 하고 싶다며 “멘탈도 강한 선수다”는 말을 듣기 원한다고 한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수많은 꿈나무들도 메달을 기대하고 한창 연습 중이다. 이들에게 열매가 거저 주어질까? 발레리나 서희가 “남들이 하는 거 다 했다”는 말마따나 몸 어딘가가 상처 나 아프고 부상당하고 수술하고 치유하면서 다시 도전해 얻은 결과일 것이다.
화가 김훈규도 “오랜 시간 작업하다보면 몸이 아플 때가 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그런 불평은 사치스러운 이야기 같다”고 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직업삼아 감사하다’고 말한다.
모국을 떠난 젊은이들이 실패해도 지치지 않고 도전하고 또 도전하고 있다. 결코 쉽지 않았을 젊음의 아픔과 시련을 삭이고 용해시켜 관객들에게 정화된 삶을 선사하고 있다. 백조가 우아하게 물위에 떠 있는 것은 물속에서 쉬지 않고 발을 젓기 때문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모든 일에는 필사적인 노력이 우선임을 일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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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뉴욕지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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